[MD 2.0]②똑똑한 파트너 'AI' 활용법
AI시대 MD의 생존전략
생성형AI에 수차례 질문
객관성 확보 도구
서울시 동작구에 위치한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에서 주재영 롯데마트·슈퍼 수신팀 상품기획자(MD)가 파트너사와 AI를 활용한 상품 기획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예주 기자
롯데마트 수산팀 주재영 MD(Merchandiser·상품기획자)는 다가올 명절 세트 용기 패키지를 기획하며 사내 디자인 부서에 협조 요청을 보내는 대신, 직접 생성형 AI 프롬프트를 입력해 도면과 시안 이미지를 뽑아냈다. AI가 만든 초안을 곧바로 협력사와 공유하면서 반복적인 수정 작업이 크게 줄었다. 주 MD는 "예전에는 디자인 부서와 여러 차례 의견을 주고받아야 했는데 AI 시안을 활용하면서 제품 하나를 개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주에서 한 달 정도 단축됐다"고 말했다.
황효은 롯데홈쇼핑 MD도 생성형 AI를 '객관성을 확보하는 도구'로 활용한다. 최근 해외 탄산수 제조기 론칭을 준비하면서 협력사가 제시한 가스 주입 기술의 차별성을 검증하기 위해 AI에 수차례 질문을 던졌다. AI는 해당 기술이 수술실 공명장비와 구명조끼 등에 활용되는 가스 주입 방식과 유사하다는 자료를 제시했고, 이는 방송의 핵심 판매 포인트(USP)를 정리하는 데 활용됐다. 황 MD는 "상품을 운영하다 보면 스스로 객관성을 잃기 쉬운데 AI는 브랜드의 강점과 약점을 데이터 기반으로 냉정하게 분석해준다"고 전했다.
유통업계 MD 전원 AI 쓴다
생성형 AI가 유통기업의 업무 방식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특히 상품의 기획부터 개발, 산지 소싱, 원가 협상, 물류, 판매 및 프로모션, 사후 재고 관리와 철수까지 유통의 A부터 Z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MD는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했다.
15일 본지가 백화점과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e커머스 플랫폼, 홈쇼핑 등에서 근무하는 MD의 하루를 밀착 취재한 결과, 대다수가 생성형 AI를 핵심 업무에서 활용했다.
일례로 과거 홈쇼핑 입점을 준비하는 협력사는 상품 시연을 위한 인서트 영상을 제작하는 데 2000만~3000만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영상 제작비를 크게 낮추면서 중소기업들도 보다 쉽게 홈쇼핑 문을 두드릴 수 있게 됐다. 황 MD는 "협력사 이야기를 들어보면 AI를 활용하면서 영상 제작비가 이전보다 약 60% 줄었다"며 "비용 부담이 낮아지면서 새로운 브랜드와 상품을 제안하는 협력사가 늘고 있고, MD 입장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AI 활용으로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곳은 패션 플랫폼이다. 무신사 MD는 글로벌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상품 기획 단계부터 머리를 맞댄다. 무신사 고객만을 위한 단독 캡슐 컬렉션을 공동 기획한 상품 구성과 디자인 방향까지 함께 논의한다. 과거에는 브랜드가 상품을 만들고 유통사가 판매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유통사가 브랜드와 함께 상품을 기획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를 '브랜드 디벨로퍼(Brand Developer)'로 설명했다. 브랜드에는 한국 소비자의 취향과 트렌드를 연결하고, 소비자에게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상품 경험을 제안하는 역할이다.
가공식품 등 일부 AI 활용 커질 듯…카테고리별 양극화 가능성도
AI가 모든 MD의 업무를 똑같이 바꾸는 것은 아니다. 유통업계에서는 상품 특성에 따라 AI의 파급력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카테고리별 양극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판매 이력이 풍부하고 수요 패턴이 비교적 일정한 가공식품과 생활용품은 판매 예측과 발주, 가격 관리, 판촉 효과 분석까지 상당 부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AI 활용이 고도화될수록 이들 카테고리에서는 MD의 반복 업무가 크게 줄어들고 한 명의 MD가 담당하는 상품군도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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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형 유통사 MD는 "과자나 음료처럼 판매 데이터가 충분한 카테고리는 앞으로 AI 활용이 훨씬 빠르게 확대될 것이고 여러 카테고리를 동시에 관리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면서 "반대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하는 상품은 결국 사람이 더 많이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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