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재산범죄까지 통보하면 수사 지연
특경법·특가법 가중처벌 기준 대안 제시
5일 내 회신 요구…행안부 "최대한 짧게"

경찰이 중대범죄수사청에 통보해야 하는 인지범죄 범위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정부에 냈다. 중수청이 수사하게 될 6대 중대범죄 가운데 일반 재산범죄까지 포괄하는 형법이 아닌 특정경제범죄법 등 가중처벌 기준이 적용되는 주요 사건으로 범위를 좁히자는 것이다.


7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 중수청 설립지원단에 중수청법 시행령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회신했다. 대신 특정경제범죄법·특정범죄가중법 등 가중처벌 요건을 규정한 법률을 보완책으로 제시했다. 기존 시행령안에 따르면 경찰청은 연간 58만건에 달하는 사건을 중수청에 통보해야 했지만, 대안을 적용하면 수만건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김현민 기자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김현민 기자

AD
원본보기 아이콘

시행령안은 지난 6일까지 입법예고를 마쳤다. 경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이 중수청에 의무 통보해야 하는 중대범죄의 선별 기준을 담았다. 부패·경제·방위산업·마약·내란외환·사이버 등 6대 죄종에만 해당하면 사실상 경찰이 접수한 범죄 전건을 의무 통보하도록 했다. '고소·고발 등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수사 실익이 없는 경우' 등 예외조항이 한정적으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사례가 경제범죄다. 시행령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경찰은 형법상 사기·횡령·배임 등 혐의에 해당하는 범죄를 인지하면 중수청에 모두 통보하고 사건 이첩 여부를 회신해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수만원짜리 사기 사건이라도 6대 죄종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수사 지연이 불가피한 것이다. 그러나 특정경제범죄법을 적용하면 사기·횡령·배임 등 경제범죄 중 범죄로 취득한 재물 또는 이익의 가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만 해당한다. 마약류 범죄 등의 경우 특정범죄가중법을 적용하면 마약류 가액이 500만원 이상인 범죄로 통지 요건이 줄어든다.

아울러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 보이스피싱 범죄의 경우 통보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보이스피싱 사건은 현재 경찰을 중심으로 한 범정부 대응조직인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이 가동되고 있는 만큼 이 체제에 중수청이 들어오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다.


중수청에 통보한 사건의 이첩 여부를 얼마나 신속하게 회신할지도 쟁점이다. 경찰청은 중수청이 '5일 이내' 이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고위공직자수사처는 고위공직자 관련 범죄를 다른 수사기관으로부터 통보받은 뒤 수사 개시 여부를 '60일 이내'에 회신하고 있다. 때에 따라 연장까지 가능하다. 중수청이 통보받게 될 마약류 범죄 등 도주 우려가 큰 범죄까지 이 정도로 시일이 오래 소요되면 수사 지연이나 초동조치 부담 등 문제가 크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6일 간담회에서 시행령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수사기관들의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홍 본부장은 "문제점과 보완책을 말씀드려 적정 범위를 다시 논의 중"이라며 "사건 송부 과정에서 신속성과 엄정성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의견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경찰에선 중수청이 수사할 범위가 아닌 사건까지 통보하게 될 때 문서를 꾸미고 전달하는 과정 등 불필요한 행정력의 낭비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수사 개시에 대한 회신 기한도 한두 달씩 걸리지 않도록 최대한 짧게 정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AD

한편 공수처도 인지범죄 통보 조항에 반대 의견을 냈다. 시행령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행안부 장관 지휘를 받는 중수청이 고위공직자 범죄 정보를 대부분 알게 되고 이에 따라 공수처의 수사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취지다. 공수처의 우선적 수사권과 충돌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이지예 기자 eas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