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폰 막을 안면인증, 첫날부터 혼선…외국인은 '숙제'
신규 개통 시 다중 본인확인 의무화
현장 혼선…외국인 인증 공백 '숙제'
"안면인증 정확도 논란도 해소해야"
"안면인증? 아직 제도 시행 전 아닌가요?"
지난 6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의 한 휴대전화 매장. '대포폰'을 막기 위해 안면인증을 비롯한 본인확인 체계 강화 대책이 시행된 첫날이었지만, 안면인증 여부를 묻는 말에 40대 판매업자 황모씨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매장 어디에서도 안면인증에 대한 안내문은 찾아볼 수 없었다. 황씨는 "아직 통신사나 관계기관으로부터 공문이나 설명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반응도 냉랭했다. 휴대전화 교체를 앞둔 20대 직장인 이해람씨는 "범죄 예방이라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얼굴 같은 생체정보까지 제공하는 건 부담스럽다"며 "정보가 어떻게 관리되는지 충분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40대 판매업자 김모씨는 "안면인증을 해야 한다고 하면 손님들이 꺼릴 것"이라며 "당장 어떻게 안내할지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휴대전화 신규 개통 시 안면인증 등 다중 본인확인 체계가 시행된 지난 6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 여러 매장 어디에도 관련 안내문이나 설명이 적혀 있지 않다. 이지예 기자
정부가 휴대전화 불법 개통과 대포폰 유통 등 범죄를 차단하기 위해 안면인증을 거치도록 했지만, 제도 시행 초기부터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이다. 더구나 수사기관에 적발된 대포폰 명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외국인은 대상에서 제외돼 정책 효과가 반감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이동통신 3사와 알뜰폰 사업자의 모든 대면·비대면 개통 채널에 다중 본인확인 절차가 의무화됐다. 휴대전화 신규 가입이나 번호이동을 하려는 이용자는 신분증 확인과 함께 안면인증 등 추가 인증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정부는 우선 9월까지 단계적 시행에 따른 유예 기간을 뒀다. 이 기간에는 안면인증에 실패하더라도 시도 기록만 있으면 개통이 예외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 안면인증이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가 숙지돼 있지 않다는 게 문제다. 오는 10월부터는 안면인증에 실패할 경우 행정안전부 모바일 신분증, 당일 발급한 주민등록초본 등이 있어야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 있다.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남아 있다. 대포폰 범죄에 외국인 명의가 악용되고 있지만, 정작 다중 본인확인 체계 적용 대상에서 외국인은 제외됐기 때문이다. 연도별 편차는 있지만, 수사기관에 적발된 대포폰 중 외국인 명의 비중은 최대 70%를 웃돌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대포폰 적발 건수는 2021년 5만5141건(외국인 명의 44.1%), 2022년 5만3104건(13.7%), 2023년 3만577건(9.5%), 2024년 9만7399건(73.3%), 지난해 2만302건(14.7%)으로 집계됐다.
이대로는 대포폰 범죄를 차단하겠다는 정책의 취지가 구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안면인증 기술 정확도를 높이고 외국인을 대상에 포함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실제 수사 현장에선 일부 외국인이 소액의 대가를 받고 자신의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주는 '명의대여' 가담 사례가 적지 않다"며 "외국인 명의 휴대전화 개통에 대한 관리 공백이 이어지면 이를 악용한 범죄도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면인증은 정확도가 100%에 가까워야 하는 기술인 만큼 정확도에 대한 불안감도 해소해야 한다"며 "오인식이 잦거나 불편이 크면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한국선 상상도 못할 일" '객실 40도'인데 에어컨...
정부는 제도를 단계적으로 안착시키는 한편, 외국인 대상 인증체계도 신속히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안내 가이드와 교육자료를 여러 차례 배포했지만, 유통망과 종사자가 워낙 많아 일부 현장에서 제도가 충분히 숙지되지 않은 사례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외국인등록증과 여권은 내국인 신분증과 달리 진위 확인 시스템이 아직 완비되지 않아 예산을 들여 개선이 필요해 하반기 체계 도입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