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호남권 반도체 산단 입지 최종 확정
250만평 국유지 선택…속도전 본격화
군공항 이전·무안 수용성 확보가 관건
통합특별시, 후속 실행체계 본격 가동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800조원 규모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로 광주 군공항 부지를 최종 확정했다. 지난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각각 반도체 생산공장(팹) 2기씩, 모두 4기를 건설하겠다는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동시에 추진하기로 두 기업과 뜻을 모았다고 밝힌 지 일주일 만이다.

정부가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부지로 확정한 광주 군공항. 송보현 기자

정부가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부지로 확정한 광주 군공항. 송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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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반도체 생산거점의 위치를 확정하면서 사업은 한 단계 더 나아가게 됐다. 다만 입지가 결정됐다고 곧바로 공장이 들어서는 것은 아니다. 광주 군공항은 현재 공군이 사용하는 군사시설이다. 군공항 이전과 후속 행정절차, 전력·용수 공급, 기반시설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만큼 앞으로의 추진 속도가 사업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속도'가 선택한 광주 군공항

정부가 광주 군공항을 선택한 이유는 사업 추진 속도와 입지 경쟁력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6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기업들이 호남권 입지 후보지 가운데 광주 군공항이 가장 적합한 부지라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광주 군공항 부지에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광주 군공항이 약 820만㎡(250만평) 규모의 부지를 확보할 수 있고, 공항 특성상 이미 대규모 평탄화가 이뤄져 일반 산업단지보다 부지 조성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핵심 장점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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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도심과 KTX 광주송정역이 가까워 전문인력 확보와 정주 여건이 우수하고, 도로·공항·항만을 연계한 물류 접근성도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가AI데이터센터와 AI산업융합집적단지, 광주과학기술원(GIST), 첨단산업단지 등 기존 산업 기반과 연계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국유지 비중이 높은 점 역시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일반 산업단지 개발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토지 보상 절차를 줄일 수 있고, 민간 토지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업 지연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정부는 반도체 팹 4기 가동에 필요한 전력 6.3GW와 하루 65만t 규모의 산업용수 공급체계도 단계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이 같은 결정은 이날 오전 이재명 대통령이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강조한 '속도전'과도 맞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국운이 걸린 총력 경쟁에서는 누가 더 빠르냐에 따라 결판이 난다"며 "행정절차 지연으로 투자 집행이 늦어지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부지 확정부터 착공까지 6년이 걸린 사례를 언급하며 "제 기준에는 빠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토지보상과 환경영향평가, 인허가를 가능한 범위에서 병행 추진하고, 전력과 용수 확보도 다른 절차를 기다리지 말고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방정부 역할을 언급하면서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의 반도체 투자 지원 조례를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반도체 입지 확정…남은 것은 군공항 이전

정부가 입지를 확정했지만 가장 큰 과제는 군공항 이전이다.


광주 군공항은 현재 공군 제1전투비행단이 사용하는 군사시설이다.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하려면 군공항 이전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국방부도 이날 "광주 군공항 이전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대비태세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동시에 국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공군과 긴밀히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훈식 비서실장 역시 군공항 이전과 관련해 "안보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에서 조기에 옮기는 것을 전제로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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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군공항 이전 절차는 무안군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4월 무안군 망운면 일대를 예비이전후보지로 선정했고, 이전후보지 지정을 위한 후속 절차를 진행 중이다.


당초 지난달 말 열릴 예정이던 이전부지선정위원회 2차 회의는 반도체 프로젝트 발표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일정 등이 겹치면서 연기됐다. 통합특별시 출범에 따라 협의체도 재구성될 예정이다. 이후 이전후보지를 지정하고 지원계획을 마련한 뒤 주민투표 등을 거쳐 최종 이전부지를 확정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최대 변수는 무안군의 수용성이다.


무안군은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국제공항 이전, 정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1조원 규모 지원, 국가 차원의 획기적인 인센티브 등 기존에 제시한 3대 선결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계획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선결조건이 가시화되면 협의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주민 신뢰와 동의 없는 추진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이제 공은 통합특별시로 넘어왔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은 정부 결정을 "이재명 정부의 위대한 역사적 결단"이라고 평가하며 통합특별시 차원의 전면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민 시장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는 속도가 생명"이라며 "기업은 빠른 착공이 가능한 확실한 입지를 요청하고 있고 시민들은 압도적 성장의 성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투자가 실제 생산공장과 일자리로 이어지려면 가장 빠르고, 가장 현실적이며, 가장 크게 확장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며 "공항만 이전하면 군공항 부지는 반도체 공장 부지로 최적지"라고 밝혔다.


다만 "군공항은 국방·안보 기능과 직결돼 있고 이전 문제 역시 오랫동안 지역의 숙제로 남아 있었다"며 "국방·안보 기능과 교통·물류 체계, 기업 투자 일정, 시민 기대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정부 발표는 그 어려운 실타래를 풀겠다는 국가의 의지 표명"이라며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여건까지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7일 광주 군공항 인근 공군 탄약고 부지를 점검하고 있다. 정부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광주 군공항을 선정했다. 연합뉴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7일 광주 군공항 인근 공군 탄약고 부지를 점검하고 있다. 정부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광주 군공항을 선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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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시장은 "정부가 힘있고 빠른 기관차 역할을 해줬다면 이제 공은 통합특별시로 넘어왔다"며 "정부의 군공항 이전과 산단 조성에 발맞춰 전력·용수 공급, 교통·물류망 구축, 인재 양성, 정주 여건까지 치밀하고 신속하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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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정부의 속도전에 뒤처지지 않겠다"며 "흔들림 없는 안보를 함께 고려하고 시민의 삶과 지역의 이익도 놓치지 않겠다. 기업에는 확실한 입지를 제공하고 시민에게는 압도적 성장의 성과를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와 함께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해내겠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덧붙였다.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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