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이주의 전시는 전국 각지의 전시 중 한 주간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전시를 정리해 소개합니다.

Sand Play, 73.4x116.9cm, Acrylic and oil on canvas, 2026. 헤드비갤러리

Sand Play, 73.4x116.9cm, Acrylic and oil on canvas, 2026. 헤드비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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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엽 개인전 'Sand Garden'

모래성은 무너질 것을 알면서도 다시 쌓는 세계다. 김성엽의 개인전 'Sand Garden'은 그 덧없음을 허무가 아니라 창조의 조건으로 바라본다. 화면 속 성과 항아리, 바다와 작은 인형들은 어린 시절 놀이의 장면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수많은 점이 쌓여 만든 시간의 풍경이다. 작가는 아크릴과 유화 물감으로 모래알 같은 점을 반복해 찍으며 성을 세우고 길을 내고 작은 모험을 배치한다. 오래 남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무언가를 만들고 가꾸는 행위가 화면의 중심에 놓인다.

바다가 되고 싶은 모래 항아리, 60.6x45.6cm, Acrylic on canvas, 2025. 헤드비갤러리

바다가 되고 싶은 모래 항아리, 60.6x45.6cm, Acrylic on canvas, 2025. 헤드비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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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제목의 '모래'와 '정원'은 서로 반대되는 말처럼 붙어 있다. 모래는 쉽게 흩어지고, 정원은 계속 돌봐야 유지된다. 김성엽은 그 불안정한 재료와 돌봄의 시간을 한 화면 안에 묶는다. 'Sand Play'에서 모래성은 장난감 인형들의 무대가 되고, '바다가 되고 싶은 모래 항아리'에서는 항아리 안의 파도가 바깥으로 나가려는 꿈처럼 출렁인다. 전시는 사라질 운명을 지닌 형상보다, 그것을 쌓아 올리는 마음의 지속을 본다. 전시는 8월 6일까지, 경기 성남시 분당구 헤드비갤러리.


우한나 Woo Hannah Bag with you_Cook or be cooked, Installation, 2026. 지갤러리

우한나 Woo Hannah Bag with you_Cook or be cooked, Installation, 2026. 지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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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 'Faisandage 세계로 스며드는 죽음'

죽음은 끝나는 일이 아니라 다른 몸으로 옮겨가는 과정일 수 있다. 우한나가 기획한 그룹전 'Faisandage 세계로 스며드는 죽음'은 먹는 것과 먹히는 것, 잠듦과 깨어남, 죽음과 흡수 사이의 불안정한 관계를 '소화'의 감각으로 풀어낸다. 전시 제목의 'Faisandage'는 사냥한 고기를 깃털째 걸어 숙성시키는 프랑스어에서 왔다. 부패와 풍미가 갈라지지 않는 그 상태처럼, 전시는 죽음을 종결이 아니라 변형과 순환의 한 장면으로 본다.

슈이 차오, Stone enters me, stainless steel, 60 x 52 x 34 cm, 2026. 지갤러리

슈이 차오, Stone enters me, stainless steel, 60 x 52 x 34 cm, 2026. 지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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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나는 요리와 미식의 언어에 깔린 포식과 약탈의 구조를 패브릭 설치로 드러내고, 최수진은 그리기와 요리하기, 잠들기의 반복 속에서 미처 소화되지 못한 감각과 기억의 잔여를 회화로 붙든다. 슈이 차오는 바다와 육지, 생물과 물질의 경계를 오가는 조각으로 소화를 신체 내부가 아닌 환경 전체의 작용으로 확장한다. 천은 늘어지고, 색은 번지고, 금속과 유기체의 형상은 바닥과 벽 사이에 스며든다. 삶과 죽음은 서로 반대편에 놓인 말이 아니라 계속 자리를 바꾸는 물질의 흐름으로 나타난다. 전시는 31일까지, 서울 강남구 G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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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born’_sagger series, 중국 송나라 갑발 파편, 옥토, 물레성형, 정요유, 1300℃ 산화소성. 지우헌

, Re-born’_sagger series, 중국 송나라 갑발 파편, 옥토, 물레성형, 정요유, 1300℃ 산화소성. 지우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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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수 개인전 '잔잔(殘殘): 기록되지 못한 것들 Re-born: In between'

깨진 도자 파편은 완성된 유물이 되지 못했지만, 사라진 것도 아니다. 이택수의 개인전 '잔잔(殘殘): 기록되지 못한 것들'은 버려진 파편에 남은 시간을 다시 현재의 형태로 불러낸다. 작가는 지난 3년여간 중국 곡양, 소흥, 경덕진, 진황도 등에서 레지던시를 거치며 수집하고 마주한 도자 파편을 현대의 흙과 함께 가마에 넣었다. 오·송·명·청 시대의 파편들은 새 흙과 결합하며 하나의 표면이 되고, 기록되지 못한 잔존과 잔상이 다시 몸을 얻는다.

, -'_달항아리 2017, 중국 명나라 도자 파편, 중국 백토, 물레성형, 투명유, 1300℃ 환원소성, 44 x 25 x 25 cm. 지우헌

, -'_달항아리 2017, 중국 명나라 도자 파편, 중국 백토, 물레성형, 투명유, 1300℃ 환원소성, 44 x 25 x 25 cm. 지우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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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벽면을 채운 대형 원형 설치 'Re-born_series in Jiwooehon'은 파편들이 한 세계로 다시 엮이는 장면을 보여준다. 송나라 갑발 파편을 활용한 'Re-born_sagger series'에서는 작가가 물레로 빚은 찻잔 형상이 가마 속에서 녹아내리듯 변형돼 오래된 파편에 스며든다. 조명을 통과한 'Re-born_Jade series'의 기물에서는 표면 너머 청화 파편의 푸른 흔적이 희미하게 비친다. 종이와 염료를 활용한 참여형 설치까지 더해지며 전시는 도자, 빛, 염색, 관람자의 행위를 통해 보이지 않는 시간의 층위를 쌓는다. 전시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 지우헌.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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