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혈주의 걷어내고 ‘이기는 마인드셋’ 세종이 변했다[Invest&Law]
38년 ‘세종맨’ 오종한 대표
5년만에 매출 93% 끌어올려
작년 4363억원 기록...3위로 우뚝
분야별 ‘스타변호사’ 과감한 영입
머릿수 늘린다고 강해지진 않아
기존 인재들과 ‘원팀 시너지’ 중요
올해 대형 로펌 중 가장 역동적인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곳은 단연 법무법인 세종이다. 5년 만에 법인 매출을 무려 93%나 끌어올리며 정체돼 있던 로펌 매출 순위의 판도를 흔들었다. 2023년 3196억원의 매출로 '3000억원'이라는 '마의 벽'을 허문 데 이어 지난해에는 4363억원이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달성하며 김앤장, 태평양에 이어 업계 5위(2024년 매출 기준)에서 3위 로펌으로 단숨에 치고 올라왔다.
이러한 파격적인 성장의 중심에는 1989년 입사 이래 38년째 세종을 지켜온 오종한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18기)가 있다. 2021년 취임한 그는 세종의 순혈주의를 깨고, 각 분야의 '스타 변호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이 결과 조 단위의 메가 딜과 굵직한 대형 사건 수임에 성공했다. 세종은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 합병 자문(통합 시가총액 65조원), 알리익스프레스-신세계그룹 온라인 플랫폼 합작법인 설립 자문(6조원), SK에코플랜트의 리뉴어스 등 환경 자회사 매각(1조 7800억원) 등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 빅딜을 연이어 성사시켰다. 현재 진행 중인 SK이노베이션의 KKR 대상 신재생에너지 사업부문 영업양도(1조원), 블루보틀 인수, 카카오게임즈 매각 자문도 세종의 손을 거쳤다.
기업의 명운이 걸린 분쟁과 신산업 규제 대응에서도 세종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개인정보보호호 분야에서는 SKT, KT 사건에 이어 최근 불거진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수임했다. 재계 최대 화두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영풍·MBK 연합을 대리하고 있다. '1위에 도전하는 압도적 2위'라는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오 대표를 최근 광화문 세종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5년여간 매출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무엇이 가장 주효했나.
▲과거 세종은 순혈주의가 강한 조직이었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외부 인재라면 과감하게 투자를 단행했고, 이들이 기존 구성원들과 섞여 시너지를 내면서 개방적이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했다. 내부 변화도 컸다. 구성원들 사이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일종의 '위닝 마인드셋(Winning Mindset)'이 자리 잡았다. 최근 챔버스 아시아 퍼시픽 2026 평가에서 우리가 집중 육성한 조세, 송무, 국제분쟁 분야가 새롭게 밴드 1로 승격됐다. 조직의 역량이 눈에 띄게 강해지고 있다는 고객의 평가를 받을 때 보람이 크다.
-올해 매출 5000억 돌파를 위해서 질적변화와 체질 개선을 강조했다. 상반기 성과가 있었나.
▲산업과 시장의 변화를 빨리 포착해 선제적인 고객 수요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 피드백에 기반한 서비스 차별화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세종은 2024년부터 고객 피드백 청취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운영중이다. 과거엔 고객 의견을 개별 사건이나 담당변호사를 통해 들었다면 이제는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소통창구를 마련했다. 원팀 협업을 통해 통합 컨설팅 역량을 끌어올려 체질 개선에 주력할 것이다.
-단기간에 인력이 늘면 이른바 성장통을 겪기 마련이다. 조직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머릿수만 늘린다고 자동으로 강한 조직이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각자도생식으로 일하거나 젊은 변호사들이 성장 기회를 얻지 못하면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 있다. '온보딩(On-boarding)과 협업 체계 구축'에 신경쓰고 있다. 훌륭한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출발점일 뿐이다. 세종은 초기 단계부터 관련 전문그룹, 고객 접점 등 여러 부서가 원팀으로 결합해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췄다. 개인의 실적이 아닌 법인 전체의 역량 확장에 집중한 결과, 자연스럽게 '크로스 셀링(Cross-selling)'이 활성화되며 진정한 질적 도약이 일어나고 있다.
-'1위에 도전하는 압도적 2위'라는 목표를 세웠다. 하반기 특별히 힘을 싣고 있는 부문은.
▲요즘 고객들이 겪는 위기는 단일 법률 분야의 지식만으로는 풀 수 없다. 규제, 형사, 공정거래, 노동, 지식재산 등 수많은 이슈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즉,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틈새 없이 모여 얼마나 빠르고 정교하게 원팀으로 움직이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상반기에 입증된 것처럼 하반기에도 인수합병(M&A)과 대형 송무 등 전통적인 주력 분야의 지배력을 한층 굳건히 할 것이다. 나아가 사이버 보안 분야, 그리고 신설된 인공지능(AI)·디지털 경쟁법팀, 통상산업정책센터, 방산·국방팀 등을 주축으로 기업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방어하고 수익 창출을 돕는 '통합 컨설팅' 역량을 극대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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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임기의 마무리를 앞둔 시점이다. 세종이 어떤 로펌으로 기억되길 바라나.
▲지난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내실을 다져 질적 성장을 완성하는 것이 과제다. 세종의 누가, 어느 팀이 수행하더라도 최고 수준의 품질을 보장하는 '서비스 수준의 상향 평준화'를 반드시 이뤄내겠다. 세종은 단순한 법률 자문가를 넘어 고객의 복합 리스크를 함께 해결하는 '전략적 파트너'를 지향한다. 뛰어난 실력과 높은 윤리 의식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진정한 신뢰를 받는 '정도(正道)의 동반자'로 우리 사회에 오래 기억되는 전문가 조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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