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 일어나 "계엄령이 선포됐다"…"탱크데이 화이팅" 교실까지 침투한 '혐오'
교사 10명 중 9명은 학교에서 이러한 학생들의 혐오·차별·역사왜곡·민주주의 부정 표현 등을 접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에서 혐오 표현과 역사 왜곡 문제를 제대로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55.3%로 가장 높았고, '실제 사례를 놓고 왜 문제가 되는지 생각해 보는 수업' '심각한 혐오·차별 행동에 대한 학교의 분명한 조치' '유튜브·SNS 등이 혐오 콘텐츠를 계속 추천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 등이 뒤를 이었다.
전교조는 "배재고 사건은 특정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온라인 혐오 표현이 학교 문화로 유입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학교 교육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 온라인 콘텐츠 환경 개선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교사 10명 중 9명 "교실서 혐오·조롱 표현 접했다"
교사 94% "온라인 혐오 콘텐츠" 원인
학생 절반, '외모·지역 조롱 콘텐츠' 경험…유튜브·SNS 등
55% "학교서 제대로 배우고 싶다"
"'탱크데이 사태' 이후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탱크데이 파이팅"을 외칩니다."
"수업 중 갑자기 일어나서 '계엄령이 선포됐다'고 발언합니다."
교사 10명 중 9명은 학교에서 이러한 학생들의 혐오·차별·역사왜곡·민주주의 부정 표현 등을 접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 등에서 지역뿐만 아니라 외모, 성적, 말투 등에 대한 조롱 표현을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었고, 비판 없이 받아들인 이러한 표현은 교실에서 분출돼 확산됐다.
배재고 야구부의 '5·18 희화화' 논란이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온라인서 확산한 '혐오'와 '조롱' 문화가 학교 안까지 스며든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주는 결과다.
학생들은 누군가를 비하하고 상처 주는 혐오와 차별을 멈춰야 한다고 알고 있지만, 학교와 사회에서 제대로 배우지는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학생들은 "어른들도 바뀌어야 한다"며 혐오 표현과 역사 왜곡 표현의 의미를 제대로 알려 달라고 요구했다.
"탱크데이 파이팅"…교실까지 번진 혐오 표현
7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6일 전국 초·중·고 교사 1109명과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학생 16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표현과 학교생활에 대한 청소년 생각 조사'와 교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 교사의 89.3%는 최근 1년 동안 학생들의 발언이나 과제, 발표 등을 통해 혐오·차별·역사 왜곡 표현을 접했다고 답했다. 특히 중학교 교사의 목격 경험(92.7%)이 가장 높았다.
학생들이 이러한 표현을 사용하는 장소는 쉬는 시간(77.3%) 등 학생 간 대화가 가장 많았다. 또래 집단 내에서 일상적인 소통 언어로 깊이 자리 잡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수업 중 발언(52.6%)과 과제·발표(20.8%)에서도 적지 않게 나타나 온라인에서 유통되던 혐오 표현이 교실 안으로 그대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학생들의 이런 표현은 대부분 온라인을 통해 접한 것으로 파악된다.
유튜브·SNS 타고 확산…학생 절반 "조롱 콘텐츠 접했다"
최근 1년간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커뮤니티, 게임 채팅, 단체 채팅방 등에서 접했던 표현이나 콘텐츠를 묻는 말에 1위는 '외모·성적·가정환경·지역·말투 등을 조롱하는 표현(53.5%)'을 꼽았다. 이어 ▲정치인이나 유명인의 죽음·사고·비극을 조롱하는 콘텐츠(51.2%)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표현(47.7%) ▲역사적 사건이나 희생자를 희화화하는 표현(46.8%) ▲정치·사회 관련 가짜뉴스나 음모론(45.3%) 등이었다.
온라인 극우 커뮤니티에서 소비되던 특정 표현만의 문제가 아니라 조롱과 혐오·비극의 희화화가 10대 청소년의 온라인 환경 전반에 넓게 퍼져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 같은 콘텐츠를 접하는 경로는 유튜브(53.1%)와 인스타그램(51.6%)이 가장 많았다. 이어 틱톡(33.6%), 학교 친구들과의 대화(19.9%), 게임 채팅(13.7%), 엑스(X·옛 트위터·13.8%) 순이었다. 온라인에서 소비된 혐오와 조롱 표현이 학교 안 또래 관계와 대화 속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학생들은 남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지만 온라인서 쓰는 표현 중 무엇이 잘못인지 등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있어,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고 봤다.
온라인 혐오 콘텐츠뿐 아니라 '정치권·언론'도 문제…'조롱의 언어' 그만
이번 배재고 사건과 관련해 학생 80.6%는 "다른 사람이나 지역, 역사적 아픔을 조롱하는 표현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또 83.7%는 이번 사건에 대한 사회적 문제 제기를 계기로 "원래도 문제라고 생각했거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 알게 됐다"고 응답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왜 문제가 되는 표현인지 알려주는 교육(40.8%)'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해 '잘못의 크기에 맞는 처벌(33.2%)'을 꼽은 응답보다 앞섰다. 이어 '온라인에서 혐오·조롱 콘텐츠가 퍼지지 않도록 하는 것(32.4%)' '잘못한 사람이 사과하고 반성할 기회(28.9%) '등을 꼽았다.
교사들은 이번 사안을 개인의 일탈보다 구조적 문제로 인식했다. 응답자의 88.4%는 배재고 사태를 "특정 학생의 일탈이 아닌 온라인 혐오 문화가 학교에 유입된 결과"라고 봤다.
원인으로는 '온라인 혐오 콘텐츠와 커뮤니티 문화 확산'을 꼽은 응답이 94%로 가장 많았고, '정치권·언론의 혐오와 조롱의 언어'를 지목한 응답도 74.4%에 달했다.
현장에서는 지도의 어려움도 확인됐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혐오 표현을 지도하면 '장난이었다(56.0%)'거나 '애들이 써서 따라 했다(55.5%)'는 반응이 가장 많았다고 답했다. 일부(32.1%)는 지도 후에도 같은 표현을 반복했으며, 스스로 자료를 찾아보거나 진지하게 사과와 성찰로 이어졌다는 사례(1.8%)는 극히 드물었다고 응답했다.
"장난이었다"던 학생들…교육으로 변화된 사례도 있어 "처벌보다 교육"
그러나 교육을 통해 효과를 봤다고 응답한 145명 중에는 ▲표현의 유래와 의미를 정확히 알려주는 교육 ▲역사·인권교육과 현장 체험 ▲성찰을 유도하는 대화와 교사·학생 간 신뢰감 형성 ▲학교 차원의 공동대응 등으로 개선됐다고 했다.
일부 교사는 "일베 용어의 심각성을 말해주니 몰랐다면서 그 뒤로는 안 쓴다" "1년간 수업하며 객관적 정보를 함께 다뤘을 때 학생들의 극우적 성향이 완화됐다" "처벌은 소용이 없었지만 5·18 유적지와 세월호 관련 현장 등 체험학습을 다녀온 뒤로 아이들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원하는 해법 역시 처벌보다 교육에 가까웠다.
'학교에서 혐오 표현과 역사 왜곡 문제를 제대로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55.3%로 가장 높았고, '실제 사례를 놓고 왜 문제가 되는지 생각해 보는 수업(42.9%)' '심각한 혐오·차별 행동에 대한 학교의 분명한 조치(35.0%)' '유튜브·SNS 등이 혐오 콘텐츠를 계속 추천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32.2%)'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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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는 "배재고 사건은 특정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온라인 혐오 표현이 학교 문화로 유입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학교 교육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 온라인 콘텐츠 환경 개선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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