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가상자산 범죄 3000여건…코인 환수는 통계조차 없어[코인 무법지대]③
기소 전 자산동결 건수 5년새 4배
법무부, 환수율·환수액 관리 안해
민관 협력·수사 인프라 구축 시급
"독립적 관리 가능성, 거래 가능성, 경제적 가치에 대한 실질적 지배 가능성 등을 갖춘 전자적 증표인 비트코인은 법원 또는 수사기관의 압수 대상에 포함된다. 또한 법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몰수 대상이 될 수 있다." (2025년 12월11일 대법원)
"피고인은 220여억원이라는 거금을 횡령해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한 형태로 이미 변환해 처분했다. 은닉된 범행수익을 추적해 발견하기는 현실적이지 않아 보인다. 피해회사는 이미 수사 단계에서 추징보전을 요청했고, 배상명령 신청은 피고인이 횡령액 일부를 반환함에 따라 각하되므로 권리구제에 부적합하다. 민사소송은 장기간 누적된 경제적 타격과 경영난으로 재정적 위기에 직면해 피해회복을 도모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 (2026년 2월12일 대전지방법원)
대법원이 가상자산의 실질적 지배력을 근거로 압수·몰수가 가능하다는 법리를 제시했으나 추적 인프라와 사후 관리는 여전히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 자금을 임시로 묶어두는 동결 조치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환수 현황을 추적할 사법당국의 관리 통계는 작성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상자산을 매개로 한 불법 범죄 검거 건수는 올해 1~5월 1258건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유사 수신·다단계가 4건, 횡령·배임·사기·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거래소 불법행위가 59건, 기타 사기 등이 1195건이었다. 이 중 거래소 불법행위는 올해 1~5월에만 지난해 전체(4건)를 이미 크게 웃돌았다. 연도별 검거 건수는 2021년 235건, 2022년 108건, 2023년 257건, 2024년 482건, 2025년 3373건으로 증가 추세다.
범죄 세력이 자금을 빼돌리기 전 임시로 묶어두는 경찰의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은 2021년 858건(8351억원), 2022년 1204건(4389억원), 2023년 1829건(5060억원), 2024년 2963건(1조2684억원), 지난해 3400건(8500억원), 올해 1~5월 1596건(1244억원)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가상자산 범죄 피해액·피해자 수는 2021년 3조1282억원·8891명, 2022년 1조192억원·3407명, 2023년 1조415억원·4377명, 2024년 1조1109억원·8206명, 지난해 4430억원·4058명, 올해 1~5월 236억원·219명으로 집계됐다.
범죄 초동 단계의 보전 신청이 쏟아지는 것과 달리 후속 관리 체계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다. 법무부는 가상자산 등 특정 재산 유형에 대한 범죄수익환수 보전 현황을 별도로 분류하거나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보전 조치 1건당 여러 유형의 재산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아 가상자산이 차지하는 규모를 구체적으로 산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가상자산 이용 사기 등 범죄 사건의 판결이 확정된 이후 실제로 집행된 최종 환수 자산 총액, 피해액 대비 실질 환수율 등 핵심 통계 역시 전혀 작성·관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기관이 범죄 자금을 임시 동결하는 데는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최종 확정판결 이후 가상자산이 얼마나 환수돼 피해회사나 투자자에게 돌아갔는지 추적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실질적 통계와 감시망은 전무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수사기관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자산 동결까지는 국내외 거래소가 협조하지만 추징과 몰수까지 하려면 사법 절차가 길어지다 보니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때는 이미 자금이 해외 거래소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아 거래소 협조 없이는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가상자산 범죄 골든타임은 24시간인데 일선 경찰서에서 추적할 인력이 없어 시도경찰청으로 수사가 이첩되는 사이 업무가 밀린다"며 "수사 전문성을 갖추기 어려운 환경인 데다 이를 독려할 제도적 보상도 전무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민관 협력과 수사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김영석 보난자팩토리 대표는 "일선 경찰서에서 보이스피싱 신고가 들어오면 은행 계좌번호를 확인하듯 가상자산 지갑 유무를 즉시 확인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있어야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며 "가상자산 인텔리전스 기업과 해외 거래소 간 협력을 지원하는 법적 조항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 개정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재우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디지털자산기본법안에는 몰수·압수 관련 조항이 없는데, 추징이나 보전 등 사법적 조치는 별도 법안에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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