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기업 달러예금 잔액 529억1700만달러
정부의 수출대금 조기환전 요청에도 한 달 새 증가
기업 “달러 보유 이점 더 크다” 판단
수출 증가로 달러예금 덩달아 늘었다는 해석도

지난달 정부가 기업들에 수출대금 환전을 요청했지만, 한 달 새 기업 달러예금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5개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 달러예금 잔액은 529억1700만달러(약 81조1112억원)로 집계됐다. 지난 5월 말 499억2700만달러와 비교하면 한 달여 사이 약 30억달러 증가했다. 지난달 말 잔액이 521억7200만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사흘 만에 7억4500만달러 늘어난 셈이다.

정부 요청에도…더 늘어난 기업 달러예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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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정부가 유도한 외환시장 안정화 방향과는 반대 흐름이다. 재정경제부와 산업통상부는 지난달 11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기아 등 주요 수출기업과 간담회를 열고 수출대금의 조기 환전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앞서 지난달 9일에는 금융감독원이 주요 시중은행과 외은지점의 외화·자금 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어 달러예금 유치를 위한 과도한 이벤트나 마케팅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통상 기업이 보유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면 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면서 원화 가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대로 기업의 달러예금이 늘면 원화 가치에 하방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 기업 달러예금 잔액은 3월 말 447억2200만달러, 4월 말 480억4300만달러를 기록하며 증가세를 보여왔다.

기업 입장에서는 달러를 보유하는 쪽의 이점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환율 상승 가능성과 대외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있어서다. 원·달러 환율은 매매기준율 기준 2월 말 1466.50원에서 지난달 말 1548.00원으로 올랐다. 지난 1일에는 1552.50원을 기록하며 1550원 선을 넘기도 했다. 같은 달러 금액을 환전한다고 가정하면 2월 말과 지난 1일의 원화 수취액은 약 6% 차이가 난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 상승, 대미 투자 협정, 해외투자 등의 요인으로 최근 1~2년 사이 기업들의 달러 보유 성향이 높아졌다"며 "예전보다 환전을 덜 하는 분위기는 확실하다"고 말했다.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환전 계획과 별개로 달러예금이 함께 늘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1022억5000만달러로, 직전 사상 최대치였던 5월 877억5000만달러보다 16.52% 증가했다. 월 단위 수출액 기준 1000억달러를 넘긴 것은 독일, 중국, 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네 번째다. 무역수지도 361억5000만달러로 집계되며 처음으로 300억달러를 넘어섰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통상 6월에는 2분기 재무제표 정리를 위해 달러를 예금화하는 경우가 있다"며 "기업들의 외화 수익 증가도 달러예금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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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개인 달러예금은 4월 말 일시적으로 증가한 뒤 5월부터 감소세를 보였다. 기업과 달리 개인은 원·달러 환율이 다시 1500원대를 넘어서자 이를 매도 기회로 보고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중동전쟁 여파로 안전자산 수요가 커지며 강달러 현상이 나타나자 개인 달러예금은 3월 말 124억9500만달러로 전월 말보다 11억4000만달러 줄었다. 이후 4월 말에는 127억8800만달러로 소폭 증가했지만, 전쟁 장기화 우려와 고환율 상황이 겹치며 5월 말 122억7400만달러, 지난달 말 119억7500만달러까지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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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투자자의 해외투자 규모가 다시 늘어난 것도 개인 외화예금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분기 국내 주식시장이 급등락을 반복한 데다, 해외투자 매도자금을 국내 투자에 재투자하면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주는 국내시장 복귀계좌(RIA)의 감면율이 지난 5월 말 100%에서 80%로 낮아지면서 서학개미들의 미국 증시 투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시장 투자액은 지난 1월 276억5243만달러에서 4월 237억4462만달러로 감소했다. 이후 5월 279억9397만달러로 반등했고, 지난달에는 331억3325만달러까지 늘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차익 실현 과정에서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는 수요도 있겠지만, 4~5월 이후 개인의 해외투자가 다시 늘어난 것도 외화예금 감소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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