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팀, 뇌 활동으로 노화 시계 제작
언어 수·숙련도·습득 시기가 나이 좌우
생활방식 등 다른 요인 영향은 미확인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일수록 뇌 활동으로 추정한 '뇌 나이'가 더 젊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제2 언어를 이른 나이에 배우고 능숙하게 익힐수록 뇌 노화가 더디게 진행되는 경향도 함께 관찰됐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픽사베이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픽사베이

AD
원본보기 아이콘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스페인 산세바스티안의 '바스크 인지·뇌·언어 센터' 소속 루시아 아모루소 박사 연구팀은 이날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신경과학회연맹(FENS) 포럼 2026'에서 이런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에는 칠레 아돌포 이바녜스대 라틴아메리카 뇌 건강 연구소, 아르헨티나 산안드레스대 인지신경과학센터, 아일랜드 트리니티칼리지 더블린 글로벌 뇌 건강 연구소가 참여했다.

사람의 뇌에는 평균 860억 개의 뉴런(신경세포)이 있고, 이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통로인 시냅스 연결은 100조∼1000조 개에 이른다. 나이가 들면 이 연결이 약해지면서 기억력과 사고 속도도 함께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연구팀은 스페인어와 바스크어, 프랑스어, 영어 가운데 2개 이상을 함께 쓰는 사람이 많은 바스크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다언어 경험과 뇌 연결성의 관계를 분석했다.

우선 연령과 언어 능력이 다양한 728명의 뇌 활동을 뇌자도 검사(MEG)로 측정해 '뇌 노화 시계'를 만들었다. 이는 뇌세포가 활동할 때 생기는 미세한 자기장을 재는 검사다. 이어 인공지능(AI)으로 나이별 정상 뇌 연결성 수준을 계산한 뒤, 1∼4개 언어를 구사하는 144명을 따로 모아 실제 나이와 추정된 '뇌 나이'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2개·3개·4개 언어를 쓰는 사람의 뇌는 한 가지 언어만 쓰는 사람보다 뇌 나이가 각각 6년, 7년, 13년 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아모루소 박사는 "간단히 말하면, 더 많은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실제 나이에서 예상되는 것보다 더 젊어 보이는 뇌를 지닌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효과는 언어의 수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었다. 더 높은 숙련도와 더 이른 제2 언어 습득도 뇌 노화 지연과 관련이 있었다"며 "단순히 이중언어 사용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언어 경험의 깊이와 기간의 문제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포럼에 참석한 아테네 국립 카포디스트리아스대의 크리스티나 달라 교수는 "이 연구는 둘째, 셋째, 넷째 언어를 배우는 것이 뇌를 더 오래 젊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더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FENS 포럼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인 그는 "어느 나이에든 다른 언어를 배울 좋은 이유는 많다. 사회적·문화적 이유에 더해 뇌 건강을 위한 이유도 있다"며 "어렵더라도 학교에서, 또 평생에 걸쳐 언어 학습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D

다만 결과 해석에 신중론도 나온다. 참가자의 나이와 성별, 교육 수준은 고려했지만, 생활방식이나 사회적 참여처럼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인의 영향까지 배제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알츠하이머병처럼 뇌 노화와 회복탄력성이 중요한 신경퇴행성 질환 환자에게도 같은 분석을 적용하고, 서로 비슷한 언어를 함께 쓰는 경우 뇌에 더 큰 영향을 주는지도 살펴볼 계획이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