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주사기·마취제 등 기초 소모품 동나
유아 사망률 2배 증가…"참혹한 상황"
전국 대정전에 "최악 의료 대란" 우려
쿠바가 자랑해온 '무상 보편 의료' 체계가 가파르게 무너지고 있다.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 압송 이후 미국이 봉쇄를 조여온 가운데, 의약품과 의료 장비 부품, 전력이 부족해진 탓이다.
연합뉴스는 6일(현지시간) AP통신을 인용해 쿠바의 의료 실태를 전했다. 아바나 남쪽 배타바노에 사는 이리스레이디스 트리스타(34) 씨는 재발한 종양과 4년째 싸우며 두 차례 수술과 수십 차례 방사선 치료를 견뎠지만, 벌써 7개월째 CT 촬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3∼6개월마다 CT로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데, 쿠바 최고 의료기관인 아바나 '에르마노스 아메이헤이라스' 병원의 CT가 고장 났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전력난과 잦은 기계 고장, 자원 부족을 이유로 재수술도 어렵다고 통보했다. 트리스타는 "암이 더 커졌는지 아닌지 지금으로선 알 방법이 전혀 없다"며 "매일 목숨이 위태롭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는 쿠바 전역 병원이 겪는 일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병원들은 주사기와 거즈, 백신, 마취제 같은 기초 소모품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다. 혈액 투석기나 CT 등 핵심 장비는 교체 부품이 없어 고장 난 채 방치되고, 중증 환자들은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나온 쿠바 정부 공식 보고서를 보면 올해 1월 미국의 에너지 봉쇄가 본격화하기 전 85%에 달했던 소아암 어린이 생존율은 반년 만에 65%로 떨어졌다. 쿠바 정부가 내놓은 다른 지표도 참담하다. 1000명당 4∼5명이던 유아사망률은 9.3명으로 2배가 됐고, 수술 대기자는 10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어린이만 1만 명이 넘는다.
아바나 국립종양방사선생물학연구소에서 소아 병동을 맡은 전문의 요라이니 로메로는 "실제로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올해만 벌써 2명이 숨졌다"며 "이 상황은 정말 참혹하다"고 했다. 지방에서 오는 환아들의 처지는 더 위태롭다. 로메로는 "연료가 없어 교통편을 구하지 못해 일주일, 심지어 보름씩 일정을 넘기고서야 겨우 병원에 도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상황은 더 나쁜 쪽으로 흐르고 있다. 쿠바 전력청은 이날 전력망이 마비돼 전국에 정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세 번째 전국 정전으로, 약 1000만명이 어둠 속에 놓였다. 전국 규모 '대정전'은 지난 3월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상습 정전 속에 비상 발전기로 버텨온 현지 병원들은 이번 정전으로 최악의 의료 대란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엑스(X·구 트위터)에 "(미국이) 질식을 통한 사회적 폭발을 유도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마리오 크루즈 페냐테 세계보건기구(WHO) 쿠바 대표는 "지금 상황은 정말 충격적"이라며 연료 부족으로 인해 쿠바의 보건·의료 서비스가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 행위 자체는 물론 환자가 치료를 이어가는 전 과정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지난달 성명에서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용납할 수 없다"며 미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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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봉쇄 책임론을 반박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앞서 "지금 벌어지는 정전은 미국과 아무 관련이 없다"며 쿠바가 수년간 정전에 시달려온 점을 들었다. 그는 "여러분이 전기도, 연료도, 식량도 없는 진짜 이유는 이 나라를 통제하는 자들이 수십억달러를 빼돌리고도 국민을 위해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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