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 클러스터 일주일 만에 선정한 청와대
접근성·용수·전력 삼박자 …"삼성도 검토한 곳"
군공항 이전 문제 숙제, 정부 추진에 속도낼까

청와대와 삼성이 통했다. 정부는 6일 호남권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광주 군공항을 확정했다. 인공지능(AI) 혁명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수도권 중심의 입지 한계를 돌파하려는 기업의 고민과 산업지도를 다시 짜려는 이재명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구상이 맞닿은 결과다. 지난달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 이후 일주일 만에 입지 결정까지 이뤄지면서 청와대 안팎에서는 속도전의 첫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지 확정은 이날 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이뤄졌다. 회의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과 관계 부처가 참석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회의 뒤 춘추관 브리핑에서 "기업들은 호남권 입지 후보지 중 광주 군공항이 가장 적합한 부지라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빠른 입지 발표의 배경에는 부동산 과열 우려가 있었다. 강 실장은 "광주 지역을 먼저 선정하는 게 시급했던 지점은 부동산이 들썩거린다는 여러 보고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빨리 부지를 확정해야 불필요한 논란이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삼성도 '될 만한 땅' 살펴 온 광주 군공항

삼성이 5년 전부터 눈 여겨본 광주 군공항, 어떻게 '호남 반도체' 입지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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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에서도 광주 군공항은 오래전부터 '될 만한 땅'으로 거론돼 왔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5년 전부터 광주 군공항 입지를 차기 반도체 공장 후보지로 검토해 왔다"며 "다만 공항 이전 문제가 지연되면서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기업 측에 광주 군공항 입지를 설명했더니 '우리가 더 잘 안다'는 취지의 반응이 있었다"며 "그만큼 기업들도 이 부지를 오래 들여다봤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청와대는 최근 3~4개월 동안 광주·전남 일대 후보지를 집중 검토했다. 첨단지구와 솔라시도, 새만금 등이 거론됐지만 삼성과 SK가 동시에 대규모 팹을 짓고 협력업체와 연구시설까지 넣을 수 있는 입지는 많지 않았다는 게 정부 판단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결국 기업 투자 수요를 실제로 받을 수 있는 현실적 부지를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광주 군공항은 이 조건에 가장 가까웠다. 비행장과 주변 유휴부지를 포함하면 대규모 산단 조성이 가능하고 평탄화 작업이 상당 부분 이뤄져 공사 기간을 줄일 수 있다. KTX 광주송정역과 호남고속도로 등 접근성, 영산강 용수 여건, 전남권 재생에너지 인프라도 강점으로 꼽혔다.


인재와 산업 생태계도 고려됐다. 광주에는 국가 AI데이터센터와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있고 전남대·한국에너지공대 등 인력 공급 기반도 인접해 있다. 공장 건설을 넘어 연구개발과 소부장 협력업체, 인력 양성을 묶는 클러스터 구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1시간 30분간 헬기 타고 입지 둘러본 李…군공항 이전 난제 풀어야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7일 광주 군공항 인근 공군 탄약고 부지를 점검하고 있다. 정부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광주 군공항을 선정했다. 연합뉴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7일 광주 군공항 인근 공군 탄약고 부지를 점검하고 있다. 정부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광주 군공항을 선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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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입지를 직접 확인했다. 지난달 30일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 직후 헬기로 1시간 30분 동안 후보지를 살피며 교통망과 공항 이전, 산단 조성 가능성을 하나씩 물었고 무안공항까지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다.


남은 최대 과제는 군공항 이전이다. 광주 군공항을 반도체 산단으로 쓰려면 군 기능 이전 시기와 장소가 정리돼야 하고 예비 이전 후보지인 무안군의 주민 동의 절차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강 실장은 "안보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조기에 옮기겠다는 것이 전제"라고 밝혔다. 정부는 군공항 이전과 환경 정화, 기반시설 조성을 병행해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력 문제도 성패를 가를 쟁점이다. 수도권은 자체 전력 공급에 한계가 있는 반면, 호남권은 태양광과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크다. 정부는 기저 전력 확보를 위해 신규 원전 증설 가능성도 열어놨다. 최기영 반도체공학회장은 "용인은 장기적으로 15~16GW 수준의 전력이 필요하지만 상당한 부족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반도체 공장이 호남으로 가는 것은 전력 수급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용인과 호남 클러스터는 동시에 추진된다. 전력과 용수 등 인프라 계획은 한 달 단위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당분간 매달 민관합동 점검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신설되는 메가프로젝트 전담기구가 부처 간 조정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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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고위 관계자는 "광주 군공항 입지 결정은 삼성의 오래된 후보지였고, 청와대가 꺼내 든 승부수였다"며 "기업은 메모리 초과 수요를 감당할 새 땅이 필요했고, 정부는 수도권 밖에서 대한민국 산업의 다음 축을 세울 공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두 필요가 만난 지점이 광주 군공항이다. 이제 남은 것은 속도"라고 덧붙였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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