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러 Fed 이사 "포워드 가이던스, 유연해야"…워시에 힘 실어
"정책 결정 방해한 때도 있어"
코로나19 제로 금리 유지 신호 실책
2022년 인플레 대응 제대로 못해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가 중앙은행의 '포워드 가이던스'가 보다 유연하게 운용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소통 방식 재검토에 나선 케빈 워시 Fed 의장의 행보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월러 이사는 이날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이탈리아은행 주최 콘퍼런스 연설에서 "포워드 가이던스는 과학이라기보다 예술에 가깝다"며 "정책결정을 돕기보다 방해한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포워드 가이던스는 때로 정책결정을 크게 강화한 가치 있는 수단이었고 앞으로도 유용할 것"이라고 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향후 금리 경로 등 정책 방향을 미리 제시해 시장 기대와 금융 여건을 조정하는 소통 수단이다. 장기금리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경제 여건이 빠르게 바뀔 때 중앙은행의 정책 선택지를 제한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돼왔다.
월러 이사는 비판의 근거로 2020~2021년 Fed가 기준금리를 상당 기간 제로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점을 예로 들었다. 당시 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Fed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실업률도 급격히 하락했지만, 기존 저금리 유지 약속이 정책결정자들의 손발을 묶어 금리 인상을 늦췄다는 것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2022년 7%를 넘어 Fed 목표치의 세 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공급망 차질에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이 맞물리면서 1980년대 이후 가장 심각한 물가 상승 압력이 발생했다.
다만 월러 이사는 포워드 가이던스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인플레이션 급등기에 Fed가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장에 안내한 것이 실제 금리 인상 전부터 금융 여건을 긴축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얼마나 신중하고 유연하게 운용하느냐라는 설명이다.
월러 이사는 Fed가 소통을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시장이 중앙은행의 반응 함수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응 함수가 명확히 정의돼 있지 않고 시장이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말해야 한다"며 "목표가 무엇이고 경제지표에 어떻게 대응할지 명확히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워시 의장이 Fed의 2% 물가 목표 달성을 재확약한 데 대해서도 "나는 2% 목표에 전념하지 않은 적이 없다"며 "문제는 얼마나 빠르게 그 목표에 도달하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워시의 발언은 Fed의 물가 목표를 새로 약속한 것이 아니라 기존 책무를 재확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월러 이사는 지난해 고용을 뒷받침하기 위한 금리 인하를 지지했지만, 최근 노동시장이 안정 조짐을 보이면서 정책당국이 물가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위험의 방향이 완전히 뒤바뀌었다"며 "이는 정책을 바라보는 방식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Fed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물가 상승률이 202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르면서 올해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기류가 커졌다. Fed 위원 18명 가운데 절반은 올해 최소 한 차례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월러 이사의 발언은 워시 의장이 Fed의 대외 소통 전략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나왔다. 워시 의장은 취임 후 포워드 가이던스가 Fed의 정책 실수를 키웠다고 비판해왔다. 그는 지난달 Fed의 정책 결정과 시장·대중 소통 방식을 재평가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며, 검토 결과는 2026년 말 이전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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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시 의장 취임 이후 Fed의 소통 방식에는 이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워시는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에 자신의 전망치를 제출하지 않았다. 그는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이유로 전망 제출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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