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 봤다며 4조 요구하더니
압수수색서 드러난 '가짜 손실' 정황
산업부와 줄다리기하던 '제조원가' 쟁점
검찰이 찾은 비밀 장부로 종결
전쟁 틈타 26조 유가 폭등 촉발한 정유사들
극에 달한 모럴해저드 정조준

담합 캐낸 검찰, 4조 혈세 청구…정유사 ‘손실 보상’ 억지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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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을 틈타 26조원대 가격 담합을 벌인 정유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자칫 정유사들의 배를 불리는 데 쓰일 뻔한 4조 원대 국민 혈세를 지켜낸다는 방침이다. 검찰이 담합 수사 과정에서 그동안 정부와 정유업계 간 최대 쟁점이었던 '손실보상' 기준과 관련해 정유사 측 주장을 전면 탄핵할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을 확보한 것이다. 검찰은 이를 산업부와 공유할 예정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의 수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석유최고가격제' 실시에 따른 손실보상금 청구의 실체를 밝혀냈다는 점이다. 현재 정유사들은 미·이란 전쟁 여파로 수조 원대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정부에 막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 역시 실제 손실보상 상황을 대비해 이미 예비비로 4조 2,000억 원 상당을 편성해 둔 위기 상황이었다.

이 막대한 혈세의 향방을 가를 핵심 쟁점은 '제조원가' 산정 기준이었다. 정유업계는 원유를 정제해 여러 제품이 동시에 생산되는 '연산품'의 성질상 개별 석유의 제조원가를 따로 구별해 산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따라 국제가격에 수출 시장에서 한국 정제유에 붙는 추가 프리미엄, 관세 및 수입부과금까지 모두 더한 금액을 원가로 쳐서 보상해 달라는 주장을 펴왔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정유사가 실제 투입한 비용인 '제조원가'를 기초로 손실을 따져야 한다고 맞서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그러나 검찰 수사로 정유사들의 이러한 논리가 깨졌다. 검찰은 압수수색 등 수사 과정에서 정유 4사가 석유최고가격제 아래서도 오히려 경제적 이익을 보고 있었음을 추단할 수 있는 내부 자료를 무더기로 확인했다. 특히 "제조원가 산정이 어려워 국제가를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정유사들의 핵심 논리를 완벽히 탄핵할 수 있는 회사 내부 회계 자료 등을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실제 손실보상 규모는 산업부와 산하 정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검찰은 국민 혈세로 조성된 예비비가 부당하게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적법하게 확보한 이 핵심 자료들을 타 기관인 산업부에 적극적으로 공유할 방침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검찰 수사가 단순한 담합 범행 실체 규명과 기업 '갑질' 엄단을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자칫 정부가 정유사들의 과도한 억지에 휘둘려 수조 원의 국고를 털릴 뻔한 상황에서, 검찰 수사와 자료 공유가 부당한 국고 낭비를 막는 가장 유효하고 강력한 방패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다.


한편 검찰은 이날 전쟁 직후 유가 폭등을 조장해 총 26조 원 상당의 담합 효과를 낸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HD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 4사를 기소했다. 담합을 주도한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가격결정 책임자 등 임직원들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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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는 전쟁 직후 유가가 이례적으로 폭등하자 석유제품 가격 인상 시기와 규모를 담합해 14조 2천억 원 규모의 직접 담합을 벌였다. 이를 참고해 가격을 올린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의 병행행위까지 감안하면 총 26조 원 상당의 유가 폭등을 촉발했다. 이 과정에서 정유사 직원 대화방에는 "역시 전쟁으로 먹고사는 회사", "우리 올해 2조 벌 듯"이라는 대화가 오가는 등 만성화된 담합 관행이 드러났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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