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급여 총액 결재 뒤 본인 급여로 돌려받아
法 "죄질 매우 나빠…피해 회복 전혀 없어"

국내 한 중견 벤처캐피털(VC)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13년간 회사 급여대장을 조작해 10억원이 넘는 회사 자금을 빼돌렸다가 실형이 확정됐다. 재무와 인사, 급여 지급 업무를 사실상 단독으로 관리하면서 내부 결재와 외부 급여 지급 절차 사이의 빈틈을 파고든 사건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및 업무상배임 혐의로 기소된 정모씨의 징역 4년형이 최근 확정됐다. 정씨가 항소심 징역형에 불복해 낸 상고를 취하하면서다.

앞서 정씨는 2005년부터 2018년까지 A사 투자관리본부장 겸 CFO로 근무했다. 그는 회사의 재무와 인사업무를 총괄했고, 임직원이 받아야 할 급여액을 회사 세무대리인에게 통보하는 등 급여 지급과 비용 처리 업무를 맡았다.


정씨는 다른 임직원의 급여나 성과급이 부풀려진 총액 자료를 올려 A사 대표이사의 결재를 받았고, 세무법인에는 그 부풀린 금액이 본인에게 지급되는 것처럼 적은 자료를 넘겼다. 이를 통해 성과급과 급여를 초과 지급받고, 부풀린 연봉액을 기초로 퇴직연금까지 과다 산정되도록 한 것이다.

[Invest&Law]VC 재무총괄이 13년간 횡령…징역 4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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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의 범행은 퇴사 후 2년 가까이 지나서야 드러났다. 2020년 한 퇴사 직원이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발급을 요청했는데, 회사가 내부 급여대장을 토대로 발급한 영수증상 급여액이 실제 수령액과 달랐다. 직원의 항의 이후 A사는 내부에 보관돼 있던 정씨 작성 성과급 대장과 급여대장을 세무법인이 작성한 실제 지급 내역과 비교했고, 그제야 횡령 정황을 인지했다. A사는 같은 해 정씨를 고소했다.


조사 결과 정씨의 횡령액은 총 14억8192만원에 달했다. 여기에 배우자 등 가족 건강검진 비용도 회삿돈으로 처리한 것으로 드러나 업무상배임 혐의도 함께 유죄로 인정됐다. A사 대표는 수사 기관에 "정씨의 실제 연봉 수준은 입사 초기 7000만~8000만원, 퇴사 직전 1억3000만~1억5000만원 정도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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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은 양형기준상 특별양형인자로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하다"며 정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씨가 재무와 인사업무를 총괄하고 임직원 급여 지급 관련 자료를 사실상 단독으로 관리한 점, 장기간 범행을 이어간 점,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함께 지적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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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은 정씨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며 1심 형량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각 범행의 내용, 범행 기간과 수법, 피고인의 피해 회사에서의 지위, 전체 피해액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정씨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는 해도, 기존 양형을 뒤집을 만한 사정변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정씨가 상고를 취하하면서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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