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가상자산 '환치기' 수조원…올해 과태료 10%만 걷혔다[코인 무법지대]②
1~5월 8건 단속에 7778억원
스테이블코인 새로운 범죄 수단으로 악용
당국, 거래소 감시 못해 '불법 사각지대'
"피고인 명의 중국 계좌에 송금해 준 금원으로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A에서 테더(USDT) 등의 가상화폐를 매입하고, 대한민국 가상화폐 거래소인 B를 통해 약 995억원 상당에 매도했다. 피고인은 등록하지 아니한 채 합계 약 2073억원 상당의 외국환 지급·수령 대행을 함으로써 무등록 외국환 업무를 했다."(2025년 1월9일 서울북부지법)
국경을 넘나드는 가상자산 연계 불법 외환 범죄가 매년 수조원 규모로 발생하고 있지만 정작 적발 이후 매겨지는 과태료는 제대로 걷히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7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상자산 매개 범죄 적발 금액은 올해 1~5월 2조2085억원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1년 8268억원, 2022년 5조6717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1조4568억원, 2024년 1조631억원, 지난해 2조4248억원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가상자산을 악용한 '환치기' 적발 규모는 2021년 8238억원(10건)에서 2022년 4조7566억 원(12건), 2023년 1조4454억원(19건), 2024년 1조575억원(10건), 지난해 2조3574억원(16건)으로 전체 범죄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1~5월에는 8건의 단속으로 7778억원이 적발됐다. 환치기는 은행을 거치지 않고 대한민국과 외국 간 외화를 송금·수령하는 행위로, 무등록외국환업무(외국환거래법 제8조 위반)에 해당한다.
관세청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과태료 부과 현황을 보면 올해 1~5월 징수결정액 760억5000만원 중 실제 수납된 금액은 77억5100만원으로 최종 수납률은 10.2%에 머물렀다. 연도별로는 2021년 9.0%(34억3500만원), 2022년 14.8%(73억9700만원), 2023년 13.4%(81억7000만원), 2024년 11.0%(92억5700만원), 지난해 27.8%(237억4400만원)로 집계됐다.
최근 범죄에 악용되는 수단은 스테이블코인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기업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불법 가상자산 거래액은 전년 대비 162% 증가한 1540억달러로 추정된다. 지난 몇 년간 스테이블코인이 불법 거래의 중심이 됐으며, 전체 불법 거래량의 84%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국경 간 이동의 용이성, 낮은 변동성, 넓은 활용성 등 스테이블코인의 실용적 이점 때문에 전체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스테이블코인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흐름과 일치한다.
실제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지배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스테이블코인 거래 비중을 살펴보면 2022년 4895억원(전체 거래액 대비 0.0%) 수준이었던 거래 규모는 2023년 10조9823억원(0.8%), 2024년 166조1719억원(5.5%)으로 폭증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278조4937억원까지 치솟으며 전체 가상자산 거래 규모의 10.1%를 차지했다. 올해 1~5월 들어서는 전체 거래액 615조7775억원 중 84조9146억원으로 거래 비중이 13.8%까지 올랐다.
가상자산 범죄의 진화 속도는 빨라지고 있지만 정작 당국의 대응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관세청 관계자는 "거래소를 들여다볼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수출입거래 등을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적발하다 보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오는 11월 시행되는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으로 단속은 보다 강화될 전망이다. 개정안은 국경 간 가상자산 이전업자의 등록 의무, 자료 제출 의무, 미등록 시 징역 혹은 벌금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김종승 엑스크립토 대표는 "외국환거래법 개정으로 가상자산 해외 이전에 대한 신고 의무가 생겼고,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으로 자금세탁방지(AML) 규제가 강화되면서 환치기 등 우려했던 부분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법적 규제가 현장에서 실효성을 거두려면 사후 추적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환치기 등이 적발되더라도 피의자가 개인 키를 잃어버렸다고 은닉하면 사실상 불법 자금을 강제 환수할 방법이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포렌식 능력 제고를 위한 예산과 인력을 늘리고 관련 장비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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