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건국 250주년…韓 이민 123주년
1965년 이민법 개정 후 미국행 본격화
이민 1세대 '생존'이 목표
자녀 세대는 언어·문화 유리해
자아실현 가능한 미국 땅
"우리 세대의 목적은 생존이었다."
이민 1.5세대에 속하는 이명석 뉴욕 한인회장은 지난달 1일(현지시간) 이민 초창기를 떠올리며 이같이 밝혔다. 영어가 서툴러도, 학력이 인정받지 못해도, 오래 일하면 자산을 만들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미국에 정착한 한인들은 세탁소, 델리, 야채 가게, 드라이클리닝, 네일숍 등 자영업에 종사하며 경제적 기반을 닦았다.
이들이 정착해 낳은 아이들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1980년 중위 주택가격은 약 6만4000달러(약 9869만원) 수준이었다. 현재는 40만달러(약 6억원)를 웃돈다. 교육비도 꾸준히 올랐다. 칼리지보드에 따르면 2023~24학년도 4년제 사립 대학의 평균 등록금과 수수료는 물가를 반영해도 30년 전보다 1.78배 높아졌다. 공립 4년제는 2.09배 올랐다.
세대 간 소득 비교를 보면 차이가 분명해진다. 하버드대 경제학자 라지 체티(Raj Chetty)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부모보다 더 높은 소득을 올리는 자녀의 비율은 1940년생 세대 90%에서 1980년생 세대 50%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에서 이민해 온 부모를 둔 케찌아 리(Ketzia Lee·이우주) 씨는 "집을 사고 경제적으로 더 부유해지는 것은 예전보다 분명 어려워졌다"며 "미국 렌트비도 심각한 수준이고, 친구들도 아파트를 구하기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삶 자체는 한인 부모 세대보다 나아진 측면이 있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한인 가구 중위소득은 10만달러 안팎으로 미국 전체 중위소득(약 8만달러)을 상회한다. 교육 수준도 높다. 학사 이상 비율은 미국 평균보다 높고, 의료·법률·금융·IT 등 전문직 비중도 크다. 한인 자녀 세대 개개인의 교육 수준과 사회적 지위는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온 셈이다.
한인 자녀 세대의 변화는 한인 공동체의 체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1세대가 구축한 한인 경제의 핵심은 자영업자였다. 하지만 전통 업종은 온라인 유통 확산, 임대료 상승, 노동비 증가 속에서 빠르게 축소됐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등 대도시 한인 상권도 과거만 못한 이유다. 이민자들의 자녀들이 의사·변호사·월가 금융인 등으로 성장했지만, 유대인 사회처럼 세대를 잇는 조직적 네트워크는 형성하지 못한 것이다.
다만 아메리칸 드림이 산산이 조각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인 상회에서는 여전히 미국을 '기회'의 땅이라고 본다. 미국은 세계 최대 자본시장을 보유하고,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등 신성장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도전받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패권국의 지위를 점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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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과거 초기 이민 세대와 달리, 자녀 세대들의 아메리칸 드림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케찌아 리 씨는 아메리칸 드림이 더 이상 "집 한 채와 안정적인 직장"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성공의 정의 자체가 바뀌었다고 말한다. 부모 세대의 성공이 경제적 안정이었다면, 미국에서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설계할 자유에 집중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우리 세대는 다른 싸움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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