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에도 꼭 다시 만나자" 약혼녀 등신대 품고 결혼식 치른 말레이시아 남성
웨딩드레스 입은 실물 크기 등신대와 입장
케이크 커팅 등 전통 의식도 치러
프랑스는 사후 결혼 법적으로 허용
결혼을 불과 몇 달 앞두고 약혼녀가 세상을 떠난 말레이시아 남성이 고인의 등신대를 품에 안고 '영혼결혼식'을 치른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3일 싱가포르 매체 아시아원은 지난달 28일 말레이시아 페낭주 버터워스에서 열린 영혼결혼식을 소개했다. 앞서 말레이시아 남성 존과 약혼녀 사키라 사우는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 두 사람은 당초 올해 11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키라 사우가 지난달 갑작스럽게 숨지면서 함께 준비하던 예식은 끝내 현실이 되지 못했다. 존은 이후 약혼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중화권 전통 의식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영혼결혼식'을 치르기로 했다.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영상에는 존이 약혼녀의 관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담겼다. 그는 하객들과 함께 웨딩 케이크를 자르고, 전통 차 의식과 공연, 종이 제물을 태우는 의식 등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SNS 갈무리
영혼결혼식은 신랑이나 신부 중 한 명, 또는 양측 모두가 세상을 떠났을 때 치르는 의식이다. 영적인 세계에서 부부의 연을 맺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결혼과 장례 의식이 함께 섞인 형태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날 예식장에는 꽃과 풍선, 고인의 사진 등이 놓였고, 중앙에는 버진로드가 마련됐다. 사키라 사우의 실물 크기 등신대에는 웨딩드레스가 입혀져 있었다. 존은 정장을 입은 채 꽃다발을 들고 약혼녀의 등신대를 품에 안은 채 식장 안으로 들어섰다. 하객들은 박수를 보내며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영상에는 존이 약혼녀의 관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담겼다. 그는 하객들과 함께 웨딩 케이크를 자르고, 전통 차 의식과 공연, 종이 제물을 태우는 의식 등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존은 예식 뒤 자신의 SNS에 "오늘 드디어 당신과 결혼했다"며 "이번 생에서 당신을 만난 것은 가장 큰 축복이었다. 다음 생에서도 반드시 다시 만나겠다"고 적었다. 또 약혼녀를 향해 "우리의 사랑은 이 이별 때문에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글을 남기며 그리움을 드러냈다. 사키라 사우의 장례식은 영혼결혼식 이튿날인 지난달 29일 치러졌다.
한편 존의 사례와 같이 사후 결혼 또는 영혼 결혼 의식은 해외에서도 종종 보도된 바 있다. 2012년 태국에서는 차딜 데피라는 남성이 교통사고로 숨진 오랜 연인 사린야 캄숙의 장례식장에서 결혼식을 함께 치렀다. 그는 고인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며 생전 이루지 못한 결혼 약속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는 한 20대 남성이 숨진 약혼녀의 장례 전 상징적 결혼식을 치렀다. 그는 고인의 이마에 신두르를 바르고 장례용 들것 주위를 도는 등 힌두식 혼례 절차를 진행했으며 "그녀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사후 결혼이 법적으로 허용되기도 한다. 프랑스 민법은 특별한 사유와 생전 결혼 의사가 명확히 입증될 경우 대통령 승인을 거쳐 사망한 약혼자와의 결혼을 허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2009년 프랑스에서는 한 여성이 교통사고로 숨진 약혼자와 사후 결혼식을 올려 법적으로 미망인이 된 사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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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중국 등 일부 지역에서는 영혼 결혼 풍습이 시신 매매나 묘지 훼손 등 범죄로 악용되는 사례도 있어 논란이 이어져 왔다. 전문가들은 이 의식이 지역과 문화권에 따라 애도와 추모의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당사자의 동의나 인권 문제와 맞물릴 경우 사회적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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