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D, 전당대회 열고 공동대표 재선출
100년 전 같은 날짜에 나치 제국당대회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100년 전 나치당의 역사적 행사와 같은 날 전당대회를 개최해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AfD는 우연히 일정이 겹쳤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나치를 연상시키는 상징을 의도적으로 활용한 것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4일(현지시간) 벨트와 도이체벨레(DW) 등 현지 매체를 인용, AfD가 이날 튀링겐주 에르푸르트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공동대표인 알리스 바이델과 티노 크루팔라를 각각 약 81%, 70%의 득표율로 재선출했다. 두 사람의 임기는 2년이다.

4일(현지시간) AfD 반대 집회에 참석한 시위자들이 포스터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AfD 반대 집회에 참석한 시위자들이 포스터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문제가 된 것은 전당대회 날짜다. 1926년 7월 3~4일 나치당(NSDAP)은 에르푸르트 인근 바이마르에서 제국당대회를 개최했다. 당시 행사는 아돌프 히틀러의 지도력을 공고히 한 계기로 평가되며, 청년 조직인 '히틀러 유겐트'가 공식 출범하고 '하일 히틀러' 구호와 나치식 경례가 당의 공식 의례로 자리 잡은 역사적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AfD가 같은 지역에서 정확히 100년 뒤 같은 날짜에 전당대회를 연 것은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행사장 주변에서는 대규모 항의 시위도 벌어졌다. 전국에서 모인 시위대는 새벽부터 에르푸르트 시내 12곳의 도로를 봉쇄하며 전당대회 개최 저지를 시도했다. 독일 경찰은 이날 약 3만1000명이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했다. 일부 참가자는 전차 선로를 점거하며 "나치 시대의 비극이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외쳤고, 반파시스트 단체들은 AfD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AfD는 봉쇄에 대비해 행사 시작 5시간 전부터 대의원들을 입장시켰고, 전체 600명 가운데 540명이 새벽 5시 이전 행사장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크루팔라 대표는 "전당대회를 여는 것은 민주주의가 보장한 권리"라고 주장했고, 튀링겐주 대표 비외른 회케도 "행사장 운영사가 날짜를 제안했을 뿐"이라며 의도성을 일축했다.

AD

그러나 독일 정치권은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녹색당의 안드레아스 아우드레치 원내부대표는 "AfD가 NSDAP의 전통을 노골적으로 잇고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 기성 정당들은 AfD와 어떤 형태의 연정이나 협력도 하지 않는 이른바 '방화벽 원칙'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