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도 뛰어든 모듈러 주택…입주절벽 막으려면 '공공 발주' 관건[부동산AtoZ]
입주물량 반토막에…모듈러 대안 부상
LH 의왕초평·GH 하남교산, 고층 시공
공사기간 30% 짧지만 공사비 30% 비싸
대량생산·설비투자 이끌 '정부 마중물' 시급
새 아파트 준공 물량이 올해 들어 작년보다 절반 가까이 줄면서 공사 기간을 30%가량 단축할 수 있는 모듈러 주택이 공급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와 국회도 제도 정비에 나섰다. 다만 업계에선 안정적인 공공 발주가 먼저 나와야 설비투자와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기존 공법보다 비싼 단가도 낮출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층·25층 모듈러 실증 본격화
5일 국토교통부 5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국 주택 준공(입주) 실적은 8만8143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6.7% 줄었다. 201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5월 누계 준공 물량이 10만가구를 밑돈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새 아파트 공급이 줄면 새로 전·월세로 나올 수 있는 물량도 감소하고 분양가 상승과 맞물려 무주택자의 매매 진입 문턱도 높아질 수 있다.
모듈러 주택은 이런 공급 공백을 줄일 수 있는 공법으로 꼽힌다. 벽체, 바닥, 창호, 배관, 마감재 등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해 기존 현장 중심 공사보다 변수가 적다. 지난 2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낸 '모듈러 건축 활성화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검토보고서'는 모듈러 건축이 기존 공법보다 공사 기간을 약 30% 줄이고 공장 반복생산으로 품질 일관성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현장 기술력은 고층 시공 단계에 진입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경기 의왕초평 A-4BL 통합형 민간참여 공공주택은 381가구 전체를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사전 제작 콘크리트) 모듈러 공법으로 짓는 22층 공동주택이다. 기존 철근콘크리트(RC) 현장 타설 방식보다 공사 기간을 약 4개월 줄일 수 있고, 최근 모듈러 주택 최초로 장수명주택 '우수등급' 인증도 받았다. 2027년 7월 준공 예정이다.
3기 신도시에는 이보다 높은 25층 규모 모듈러 단지가 들어선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발주한 하남교산 A-1BL 민간참여 공공주택도 723가구 가운데 400가구를 PC 모듈러 공법으로 짓는다. 2027년 착공해 2029년 12월 준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민간은 각개약진
건설사들은 자체적으로 모듈러 사업을 넓히고 있다. GS건설은 목조 모듈러 자회사를 통해 개별 단독주택을 넘어 공공 단지형 시장으로 진출했다. 최근 충남 공주에 19가구 규모 공공임대 단독주택 단지를 모듈러 공법으로 조성했다. 삼성물산은 아파트에 모듈화 기술을 접목했다. 경기 용인에 지은 '래미안 넥스트 홈' 실증 건물을 통해 사전 제작 모듈 주거 기술을 선보였다. 현대건설은 공동주택 부속시설과 모듈러 엘리베이터에 기술을 도입했고 코오롱글로벌 코오롱글로벌 close 증권정보 003070 KOSPI 현재가 9,800 전일대비 0 등락률 0.00% 거래량 14,899 전일가 9,800 2026.07.03 15:30 기준 관련기사 "무근본 영어 이름 촌스러워"…짧고 쉬운 '순우리말' 단지명 눈길[부동산AtoZ] 코오롱글로벌, 1316억 규모 면목역3의7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 공사 수주 코오롱글로벌, 강원 태백 풍력 전기로 국내 첫 민간 직거래 개시 은 자회사를 앞세워 학교·상업시설로 사업 범위를 넓혔다. 전자업계도 진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주택의 80% 이상을 공장에서 제작한 뒤 AI 솔루션을 적용한 모델을 내놨고 LG전자도 같은 달 저층형 모듈러 주택을 선보이며 기업 연수원·숙박시설 등 기업간거래(B2B) 수요 공략에 나섰다.
모듈러 전문업체들은 철골 모듈러뿐 아니라 PC 모듈러 등으로 공법을 다양화해 운송과 현장 조립 부담을 낮추고 있다. 현재 의왕초평 모듈러 단지 시공을 맡은 전북 군산 소재 엔알비(NRB)는 수작업 위주의 PC 부재 생산을 자동화 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 시스템 구축 시 공장 내 투입 인력을 기존 방식보다 51% 줄일 수 있다. 양생 온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생산 관리 시스템을 연동해 관련 업무량을 34~60% 감축할 계획이다. 3차원(3D) PC 라멘조 모듈러 복합공법도 도입한다. 기존 철근콘크리트 공법 대비 공사 기간을 30~40% 앞당기고 현장 투입 인력은 40~60% 절감한다. 이 기술은 하남교산 통합공공임대 사업 400가구에 적용된다.
다만 기업들의 기술 진입과 신제품 출시가 단기간에 대규모 주택 공급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단독주택, 실증주택, 상업시설 등으로 적용 대상이 갈라져 있어 공장 가동률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공사비는 30% 비싸…공고도 입법도 하세월
'2026 국토교통기술대전' 전시장에 놓인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코어시스템 모형. 공장에서 제작한 계단실·벽체 부재를 현장으로 옮겨 조립하고 상부에 남긴 철근을 통해 다음 부재와 연결하는 방식이다. 최서윤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걸림돌은 비용이다. 국토부는 모듈러 공법 시공 비용이 기존 철근콘크리트 공법보다 30%가량 높다고 진단했다. 발주 물량이 부족해 공장 자동화 설비와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추기 어려운 탓이다. 사업지마다 평면 설계가 달라지면 모듈을 찍어내는 거푸집(몰드)을 새로 만들어야 해 단위 비용도 올라간다.
정부는 지난해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에서 모듈러 주택 공급 활성화 계획을 내놨다. 올해 상반기까지 모듈러 매입임대주택 설계·시공 가이드라인과 매입가격 산정방안을 마련하고 하반기 저층 주택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OSC(탈현장건설공법)·모듈러 특별법(가칭)' 제정도 계획에 포함됐다. 지난 1월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도 2030년까지 모듈러 공공주택 1만6000가구 이상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는 LH 등 공공사업자의 임대주택·관사와 신축매입임대 시범사업을 통해 모듈러 공공물량을 1500가구에서 3000가구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공공 발주는 지연되고 있다. LH는 당초 신축매입임대 모듈러 주택 설계·시공 가이드라인을 정비해 6월 중 시범사업 공고를 낼 예정이었지만 아직 공고는 나오지 않았다.
국회 입법 논의도 업계 이견에 막혀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 등 여야 의원 11인은 '모듈러 건축 활성화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국토부 장관이 5년마다 기본계획을 세우고 생산·건축 인증 제도를 신설하는 내용이다.
해당 법안은 입법예고 기간 중 7000여건의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종합건설업계는 모듈러 제작업체의 도급 자격 확대를 우려했고, 전기·정보통신·소방업계는 통합발주 특례에 반발했다. 지금은 안전과 전문성을 이유로 발주처가 전기·통신·소방 공사를 따로 계약(분리발주)하는데, 통합발주가 허용되면 대형 건설사가 공사를 통째로 따낸 뒤 전문업체를 하도급으로 쓰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이유다.
논의가 멈춘 사이 지난달 김종양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12인은 '모듈러 건축 활성화 및 지역 중소기업 상생에 관한 특별법안'을 따로 발의했다. 기존 법안의 통합발주 특례를 빼고 공동수급체를 구성할 때 지역업체 참여 비율을 국토교통부령으로 강제하는 조항을 새로 넣었다. 모듈러 시장을 별도 산업으로 인정하고 품질관리 기준을 세우는 효과는 있지만 업계가 공사비 절감을 위해 요구해 온 설계·제작·시공 통합발주 조항이 빠지면서 생산성을 높일 직접 수단은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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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모듈러 업계 관계자는 "공장에서 집을 만들면 싸질 것 같지만 국내 시장에선 사업마다 설계가 달라 같은 모델을 계속 찍어내기 어렵다"며 "공장이 안정적으로 돌아가야 자재 구매, 인력 배치, 자동화 설비 투자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요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소 제작업체가 먼저 대규모 설비투자에 나서긴 어렵다"며 "물량이 있어야 투자를 하고, 투자가 있어야 가격이 내려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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