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m금융톡]사내대출부터 은행장까지…거침없는 금감원장 발언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와 은행, 증권사 등을 넘어 비금융 일반 기업에까지 감독·규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업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장의 강도 높은 발언이 이어지면서 영업 현장이 위축되고, 감독당국 기조에 맞추기 위한 대응 업무가 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 원장의 발언이 금융지주, 증권, 은행권 현안을 두루 언급하자 아직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던 보험, 카드, 캐피털, 저축은행, 가상자산 업계 등에서도 향후 감독당국 메시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비금융사 사내대출·은행장 지배구조 규제 시사
사견 전제했지만 발언 내용·시점 부적절 지적
절차도 문제…"금융위와 정책 보조 맞춰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와 은행, 증권사 등을 넘어 비금융 일반 기업에까지 감독·규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업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정책 총괄 기관인 금융위원회와 충분히 조율되지 않은 메시지가 나오면서 시장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비금융사 노사합의 사항까지 개입?…'월권' 지적에 금융위 패싱 논란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 1월 초 첫 기자간담회를 가진 이후 금융지주, 증권, 은행 등 업계 전반의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인 견해를 밝혀왔다.
큰 논란이 된 대목은 비금융 일반 기업의 사내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편입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이 원장은 사견을 전제로 했지만 정책 집행 부처인 금융위와 사전 조율 없이 해당 사안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내대출은 통상 기업의 노사 합의에 따른 복지 제도의 일환이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당국 수장이 일반 사기업의 내부 복지 제도까지 규제 대상으로 언급하는 것은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수도권 집값 상승 우려를 감안하더라도 감독당국이 민간기업의 노사 협의 사항까지 직접 제한하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해당 발언이 DSR 제도의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DSR 규제는 금융회사의 건전성 악화를 방지하고, 소득 대비 과도한 부채를 진 차주가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임직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금융채무 불이행 위험이 낮은 차주로 분류될 수 있는 만큼 가계부채 관리를 명분으로 비금융 제조사까지 규제 틀에 포함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엄중한 만큼 감독당국 수장이 재계의 협조를 구하는 차원의 공개 발언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감독당국이 민간 기업을 압박하는 듯한 방식으로 메시지를 내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편 타깃 '은행장' 시사…"현실과 맞지 않는 발언"
정부의 금융사 지배구조 개편 대상과 관련해 시중은행장들이 거론된 것을 두고도 금융권에서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원장이 언급한 올해 임기 만료 예정 은행장에는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등 5대 은행 수장이 포함된다.
금융권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대상은 그동안 '주인 없는 회사'로 불리며 장기 연임 논란이 제기돼 온 은행계 금융지주 회장과 사외이사들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올 초 "부패한 이너서클"을 언급하며 개혁 화두를 던졌을 때도 비은행계 금융그룹이나 개별 은행장까지 직접적인 대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은행장의 경우 지주 회장의 통상적 임기인 6년 이상 재임하는 사례가 드물다. 이 때문에 별도의 법과 제도를 통해 강하게 규율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이 원장의 발언 이후 규제 논의 대상이 은행장으로까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3년 임기조차 채우기 쉽지 않은 은행장들이 6년 이상 재임할 가능성을 전제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며 "금융지주 회장 연임 제한 규정을 손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장까지 논의 대상을 넓히면 정책 동력이 약해지고 조율 과정도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 대상은 우리인가"…금융권 부담 가중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장의 강도 높은 발언이 이어지면서 영업 현장이 위축되고, 감독당국 기조에 맞추기 위한 대응 업무가 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 원장의 발언이 금융지주, 증권, 은행권 현안을 두루 언급하자 아직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던 보험, 카드, 캐피털, 저축은행, 가상자산 업계 등에서도 향후 감독당국 메시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예컨대 한 보험사는 백내장 환자 보험금 지급 재검토, 5세대 실손보험 부지급 문제 등 민원·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주요 현안이 금감원장 발언을 통해 공개적으로 거론될 가능성에 대비해 내부 점검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법인보험대리점(GA) 수수료 규제나 보험 갈아타기, 보험금 부지급 문제 등 감독당국이 문제 삼을 수 있는 이슈가 적지 않다"며 "영업 현장에서는 상품 개발이나 판매보다 감독당국의 창구지도와 금감원장의 메시지 분석·대응에 더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도 "정책 컨트롤타워인 금융위의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에 금감원장이 특정 사안을 언급하면 대관 조직이 금융위에 별도로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며 "업계 공통 현안에 대해서는 관계기관 간 조율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속 얘기는 엄마한테만"…남성 평균키 170㎝의 나...
월권 논란이 반복될 경우 금감원의 권위와 신뢰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사견임을 전제로 의견을 밝힌 것이라 해도 비금융사 사내대출이나 대통령실도 관여하는 지배구조 개편 등 민감한 거시 정책에 대해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이어가면 시장이 이를 사실상 가이드라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이는 금감원 스스로의 신뢰와 권위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