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명 넘게 몰리던 인파 1000명으로 급감…한달째 이어진 시위에 "취지 변질" 균열
개표소 봉쇄 시위 한달째 장기화 국면
3만명 넘게 모이다가 1000명까지 급감
유튜버·종교단체 섞여들며 분열 조짐
자원봉사자들 "취지 변질돼 안타까워"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인한 서울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시민들 내부에서 분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문제를 규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시민들 사이로 강성 정치단체나 종교단체 등이 섞여든 결과로 풀이된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기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에는 비공식 추산 약 1000명이 모였다. 시위 시작 이후 첫 주말이었던 지난달 6일 최대 3만3000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렸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었다. 주말에도 1000~5000명 단위를 오간다.
시위 초기에는 일반 시민들과 대학생 등 자발적인 참가자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 들어서는 조직적인 형태를 띤 무리가 현장의 상당 부분을 채우고 있다. 현장에선 이동식 스피커로 노래를 틀고 돌아다니는 사람을 두고 "저 사람이 프락치(첩자)" "지령을 받고 나온 것 아니냐" "좌파가 끼어들었다" 등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특정 인물을 비난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구호도 달라졌다. 초기에는 '재선거', 이후 '당일투표 수개표' 등 구호가 붙었다. 지난달 중순을 넘어서면서부터 일부 시위 참가자가 "부정선거 에이웹(A-WEB·세계선거기관협의회)" "국제수사 에이웹" 등 구호를 외치고 있다. 태극기 대신 성조기를 든 사람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부정선거' '국제수사' '선관위 개혁' 등 요구하는 바가 다른 무리가 뒤섞이며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양상도 나타난다. 최근 몇주간 극우 성향 유튜버와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 모스 탄 미국 리버티대 교수 등이 이곳에서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며 지지자를 끌어모으기도 했다.
시위가 길어지면서 홍보·전도 등 목적을 가진 사람들도 늘었다. 평소 홍대입구역 등지에서 전도 활동을 해왔다는 한 미국계 종교단체는 최근 개표소 일대에 자리를 잡았다. 시위에 나선 젊은이를 앉혀 놓고 기도를 해주는가 하면, 또다른 단체들은 악기를 들고 찬송가를 연주했다.
한 종교단체 관계자는 "다른 곳에서는 종교활동이라고 허락을 받아야 하거나 제재를 당한다"며 "여기서는 많은 교회에서 나온 기독교인도 있고 별도로 제재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자원봉사자 사이에서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한 단체 대화방은 지난 1일 오후 내부 갈등 끝에 해산됐다. 이후 '실명을 밝히고 활동할 수 있는 사람들만 모이자'며 실명제 기반의 대화방이 다시 생겼지만, 자원봉사가 아닌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로 서로를 의심하는 기류가 여전하다. 이렇다 보니 자원봉사를 하러 나선 이들도 이름이나 신분을 밝히기를 꺼려 하는 분위기다.
한 20대 자원봉사자는 "처음에는 좋은 뜻에서 함께 했는데 시위가 길어지면서 취지가 변질된 것 같다"며 "서로 공격하는 분위기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시위에 나선 70대 남성은 "초기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지금은 너무 없다"며 "넥타이부대가 나와줘야 한다"고 혀를 찼다.
시위 참가자 간 갈등으로 주먹다짐이 벌어지기도 하면서 현장 질서를 관리하는 경찰은 긴장의 끈을 더욱 조여 매고 있다. 주최자가 없는 미신고 집회의 형태를 띠고 있는 만큼 강경 대응 대신 인파·안전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엄단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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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 현장에서 벌어진 불법행위와 관련해 수사 중인 사건은 지난달 30일 기준 58건, 수사 대상자는 139명이다. 전날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가 첫 현장점검에 나설 당시 경찰관을 밀치고 폭행한 60대 남성이 추가로 체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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