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등교, 저녁까지 공부하는 中학생들
교육열 과열, 범죄로 이어지기도
초 입학 동시에 공부 압박 시작
"새벽 별을 보며 등교해 밤하늘의 달을 보며 귀가한다"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단 한 번의 시험으로 평가받는 중카오 때문에 중국 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심각한 수면 부족과 치열한 생존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다. AI 생성이미지.
최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초등학생, 중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사자성어 '피성대월(披星戴月)'의 의미다. 아침 일찍 등교해 저녁 늦게까지 공부해야 하는 치열한 하루를 비유한 말이다. 중국의 진짜 입시 지옥은 대입 수능시험인 '가오카오(高考)'보다 훨씬 전인 10대 중반에 찾아온다. 바로 고등학교 입학시험 '중카오(中考)' 때문이다.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단 한 번의 시험으로 평가받는 중카오 때문에 중국 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심각한 수면 부족과 치열한 생존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다.
가오카오보다 중요한 중카오 압박
"중카오는 (우리가)날 수 있는지, 없는지를 평가하고, 가오카오는 얼마큼 날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중국 SNS에는 인생을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한 시험은 중카오와 가오카오 중 어떤 것이냐고 묻는 글이 수두룩하다. 매년 6월 말에서 7월 초에 치러지는 중카오는 고등학교 입학시험이지만, 대입 시험보다 더 가혹한 시험으로 평가된다. 수험생 절반 정도만 일반 고등학교에 입학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데다가,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단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직업 특성화 고등학교를 가더라도, 직업가오카오 등의 기회를 통해 대학 진학은 가능하다. 다만 일반고 진학에 실패하면 명문대라 불리는 엘리트 코스 진입은 사실상 멀어지는 셈이기에 중카오는 인생의 첫 갈림길로 인식된다.
이는 중국 당국이 노동 인력을 늘리기 위해 도입한 직업고 활성화 정책의 일환이다. 학업에 대한 의지가 없거나,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을 일찌감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직업 특성화 고등학교로 보내 노동(산업) 인력을 키우자는 취지다. 하지만 오히려 중국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은 키우고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 SNS에서 중카오를 치렀다고 밝힌 학생 A양은 "어제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같이 공부하고 놀던 친구들인데 시험이 끝나고 나면 서로 다른 길을 가야 한다"면서 "반에서 절반은 일반고로, 나머지는 직업 특성화 학교 등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난다"고 말했다.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단 한 번의 시험으로 평가받는 중카오 때문에 중국 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심각한 수면 부족과 치열한 생존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다. 중국 샤오홍슈.
원본보기 아이콘올해 중국 국가통계국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중등 직업교육에 등록한 학생 수는 526만 5000명에 달하며 등록 전체 학생 수는 1537만 8000명, 졸업생 수는 521만 9000명으로 집계됐다. 직업 중등학교는 교육부의 관할하에 있는 교육기관으로 졸업 시 졸업증명서를 받을 수 있다. 반면 기술학교는 인적자원 사회보장부 관할 하에 기능 교육과 즉각적인 취업 전선 투입에 중점을 둔다는 차이가 있다.
성적 문제로 일반 고등학교 진학이 어려워져 사립학교로 향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천문학적인 학비 탓에 중국 일반 가정에는 감당하기 어렵다. 낙방 후 재수를 택할 때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연간 7만 위안이 넘는 금액을 내야 하기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유학을 보내는 것이 낫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게다가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는 유입되는 인구가 많아 경쟁률이 하늘을 찌를 정도다. 반면 일부 도시는 일반 고등학교 정원이 초과하는 현상까지 벌어지며 지역별 학교 정원과 인구 비율이 학생의 운명을 가르는 또 다른 불평등 요소로 언급되고 있다.
이 같은 교육열의 과열은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1일 중국 언론사 시나 파이낸스는 시안에서 오래 일했지만 자가 주택이 없는 외지 노동자가 자녀의 중학교 입학을 위해 브로커에게 뒷돈 20만 위안(약 4580만 원)을 건넸다가 사기를 당한 사건을 보도했다. 이는 단순히 해당 지역 거주증(호구)이 없으면 학교 입학에 제한이 있다는 중국 제도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공교육 문턱이 워낙 높기에 입학 서류를 위조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브로커들에게 뒷돈을 받쳐서라도 자녀 입학을 시키려는 부모의 절박함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초등학교 7시 등교 5시 반 하교 논란
중카오는 가오카오에 비해 비교적 기초적인 교과 내용을 다루는 시험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워낙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하기에 초등학교 1학년 입학과 동시에 공부 압박이 시작된다.
이는 고스란히 초등학교 학생들의 등하교 문제와 직결된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오전 7시에 등교해 5시를 훌쩍 넘겨 하교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는 중국 SN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학생이 되면 일과는 더 가혹해진다.
작년 9월 중국 교육부는 전국 초·중·고교의 등교 시간을 각각 8시 20분, 8시 이후 등으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역과 학교마다 조금씩 다를 뿐, 여전히 많은 학교에서 아침 7시 등교 문화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리 씨는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인데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등교 준비를 한다. 점점 얼굴이 창백해지고 기운이 없어진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중국 옌타이에 사는 궈씨는 "1학년 때부터 아침 7시 등교, 5시 30분 일정을 소화하느라 딸이 정말 힘들어한다"면서도 "모두가 그렇게 하니 어쩔 수 없이 시키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 5월 한 학부모가 정부 민원 플랫폼에 자녀의 7시 등교 문제를 언급해 논란이 됐다. 학교에서 7시까지 등교하라고 하는데, 이는 수업 시작이 8시로 정한 교육부의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학부모는 학교에서 7시 20분에 아침 독서를 진행하고, 저녁 9시에 집에 돌아온다고 전했다. 아이가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면서 성장 발달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하지만 당국은 학교가 기숙학교 특성상 어쩔 수 없으며, 정규 수업은 8시 40분에 시작하니 규정에 어긋난 것이 아니라고 답했다.
교육 개혁 목소리도 나오지만 결국 '저출산' 부메랑으로
중국수면연구협회가 발표한 '청소년 수면 현황'에 따르면 중국 초·중등학생의 85.7%가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중 43.2%는 하루 7시간 미만으로 잠을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연구 전문가들은 작년부터 시행 중인 등교 시간 조정은 '중국 교육 개혁의 첫걸음'이라고 입 모은다. 중요한 것은 교육 시간이 아니라 학교 시간표, 교육 과정 재검토, 수업 효율성 향상이라는 것이다. 중국교육과학원 연구원들은 "같은 시간 또는 더 짧은 시간 안에 학습 효율성과 질을 향상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주장한다.
특히 이런 중국의 과열된 교육열은 최근 몇 년간 중국의 사회문제로 꼽히는 혼인율, 저출산과도 궤를 함께한다. 황원정 중국 인구통계학자 는 "막대한 양육, 교육 비용은 결론적으로 혼인율과 출산율의 하락 원인이 됐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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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가통계국이 1월 발표한 데이터를 보면 지난해 중국의 총인구는 1년 사이 339만 명 줄어든 14억 489만 명으로 2022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출생아 수는 청나라 때인 1700년대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인구 1000명당 태어난 아이의 수를 나타내는 조출생률은 5.63명으로 1949년 신중국(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수년간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수치를 보면 작년 출생아 수 역시 건국 이후 최소치다. 중국의 합계출산율은 2022년 1.07명으로 떨어졌고, 2023년 이후의 공식 데이터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루제화 중국인민대 인구·건강학원 교수는 20∼34세의 '젊은' 인구 규모의 감소와 초혼·초산 연령의 상승, 육아 비용 증가, 경제와 취업의 불확실성 등이 출산 의향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혼인신고 건수 역시 하락세를 잇고 있다. 2013년 1346만 9000쌍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12년 연속 감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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