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심리적 지배…회삿돈 빼돌리게 종용
법원 "죄질 매우 불량…진정한 반성도 의문"

무속인 행세를 하며 전 가전업체 대표를 상대로 회삿돈 66억원을 뜯어낸 부부가 나란히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노유경)는 3일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된 40대 장모씨와 심모씨에게 각각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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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씨 등은 2018년 학부모 모임에서 당시 유명 생활가전 업체 대표였던 A씨와 친분을 쌓은 뒤 '조말례'라는 이름으로 가상의 무속인 행세를 하며 회삿돈을 횡령하도록 종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장씨 스스로도 심씨 명의 휴대전화를 개통해 가상의 무속인 '조말례' 행세를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진술했다"며 "심씨 역시 수사기관에서 장씨가 조말례 행세를 하며 피해자에게 문자를 보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도 '회사가 잘되려면 자금을 인출해 제단을 쌓아야 한다'는 조말례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횡령 범행을 시작했다고 진술했다"며 "피고인들이 회사 자금 횡령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범행 경위와 수단, 피해 규모, 취득한 금액 등을 고려하면 죄질이 매우 좋지 않고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피고인들의 법정 태도를 볼 때 진정성 있게 반성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장씨 등은 무속인 행세를 하며 "제단에 바칠 돈이 필요하니 회사 자금을 가져오라"는 지시를 반복하는 등 A씨를 심리적으로 지배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19년 1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재직하던 회사 자금 65억8700만원을 빼돌려 전달했다.


재판 과정에서 장씨는 2019년 6월 이전까지는 전달받은 돈이 회삿돈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심씨 역시 횡령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고 범행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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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씨와 심씨는 이 사건과 관련해 공갈·사기 혐의로 별도 기소됐다. 해당 사건의 선고는 오는 14일 내려질 예정이다. 피해자 A씨는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4월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지예 기자 ea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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