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U, '자금세탁 의심거래 정보' 은행에 공유한다…특금법 개정 추진
금융정보분석원이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 '자금세탁 의심거래' 정보를 금융회사에 공유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법이 개정되면 자금세탁 의심자가 여러 금융회사에 분산해 보유한 계좌를 보다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A은행이 의심거래를 FIU에 보고하고, FIU가 분석을 거쳐 자금세탁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면 관련 정보를 A은행이나 다른 금융회사와 공유하는 방식이다.
FIU 의심거래 정보…금융권 제공 추진
민관 협력 강화로 자금세탁 신속 차단
조회 범위·개인정보 보호장치 마련해야
금융정보분석원(FIU)이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 '자금세탁 의심거래' 정보를 금융회사에 공유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FIU가 의심거래를 분석한 뒤 이를 금융권에 제공해 여러 금융회사에 흩어진 자금 흐름을 함께 추적하기 위한 조치다. 갈수록 지능화·고도화되는 자금세탁 수법에 대응하기 위해 민관 협력을 강화하고 자금세탁 범죄를 보다 효과적으로 적발·차단하겠다는 취지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FIU는 금융회사의 의심거래보고(STR)를 분석해 특정인의 자금세탁 혐의가 의심되는 경우 관련 정보를 금융회사에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STR은 금융회사가 이용자의 평소 거래 현황과 소득 등을 감안해 일반적이지 않은 금융거래가 발생했을 때 이를 FIU에 보고하는 제도다. 현재는 FIU가 STR을 분석하더라도 관련 정보를 검찰·경찰·국세청 등 법률이 정한 기관에만 제공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분석 결과를 금융회사에 전달해 관련 거래를 점검하고 자금세탁 여부를 추가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법이 개정되면 자금세탁 의심자가 여러 금융회사에 분산해 보유한 계좌를 보다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A은행이 의심거래를 FIU에 보고하고, FIU가 분석을 거쳐 자금세탁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면 관련 정보를 A은행이나 다른 금융회사와 공유하는 방식이다. 정보를 제공받은 B은행과 C은행은 자사가 보유한 해당 명의인의 거래 기록을 분석하고, 새로운 의심거래가 발견되면 이를 FIU에 보고하게 된다. 이는 자금세탁 범죄자가 여러 금융회사에 계좌를 분산해 자금을 이동시키는 경우가 많아, 개별 금융회사의 STR 분석만으로는 전체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웠던 한계를 보완하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는 FIU가 금융회사의 STR을 분석해 파악한 추가 정보를 금융회사에 제공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FIU가 금융회사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자금세탁 대응 역량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2001년 제정 이후 25년 만에 추진되는 특금법 전면 개정의 핵심 내용 중 하나"라며 "조속히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민관 쌍방향 정보 공유를 통한 자금세탁 대응은 해외에서도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 등 주요국은 자금세탁방지기구를 중심으로 의심거래 정보를 금융권에 제공하고 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도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총회에서 민관 정보 공유와 협력 강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다음 달에는 각국의 정보 공유 모델과 금융정보 보호 원칙을 반영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관건은 자금세탁 의심 단계에서 금융정보를 어디까지 제공하고 조회할 수 있도록 할지다. 단순한 의심만으로 정보 공유를 허용할지, FIU가 자금세탁 혐의를 상당 부분 확인한 경우로 한정할지 등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과제다. 정보 공유와 계좌 조회 권한이 지나치게 확대되면 금융정보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FIU는 자금세탁 의심거래에 한해 필요한 범위의 정보만 제공하고 내부 승인 절차 등 통제장치를 거치도록 하는 방향으로 세부안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정보를 광범위하게 공유하는 방식이 아니라 의심거래 분석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 예외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며 "정보 공유 대상과 범위, 절차를 엄격히 제한해 개인정보 침해 우려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FATF 역시 금융회사 간 정보 공유 확대를 권고하면서도, 정보 이용 목적과 범위를 제한하고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적절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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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는 "금융정보는 조회 대상과 기간, 사후 통제 절차를 법률에 규정해 권한 행사가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에는 신속한 권리구제와 금융정보의 관리·폐기 절차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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