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물류비 동시 치솟아
수익성 악화·유동성 위기 ↑
부실대출 규모 확대 등 한계

원·달러 환율이 장기간 1500원 안팎의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이 한계 수준에 이르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금융비용이 동시에 치솟는 가운데 내수 부진과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중소기업들은 수익성 악화와 유동성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현장에서는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원·달러 환율 평균(종가 기준)은 1484.6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1493.1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2분기 평균 환율은 1501.6원으로 1500원을 돌파했다. 분기 평균 환율이 1500원을 웃돈 것도 1998년 1분기(1596.8원) 이후 처음이다. 중소기업계가 지난해 말부터 우려해온 고환율 장기화가 현실화한 셈이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해 12월 중소기업 635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환변동 실태조사에서 "1400원대 환율이 새로운 일상(뉴노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불과 7개월 만에 시장은 1500원대 환율을 마주하게 됐다.

고환율에 최저임금 부담까지…中企 "더는 버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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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의 충격은 수출 대기업보다 원자재를 수입해 생산하는 중소기업에 훨씬 크게 작용하고 있다. 환율 상승으로 원·부자재 수입 가격이 오르면 생산원가는 즉각 증가하지만, 납품단가는 쉽게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운송비와 금융비용까지 함께 상승하면서 영업이익은 빠르게 줄어드는 구조다. 환위험 관리 능력도 취약하다. 같은 조사에서 중소기업의 87.9%는 선물환 거래나 환헤지 상품 등 환리스크 관리 수단을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전문 인력과 금융 지식이 부족해 환율 변동 위험을 스스로 관리하기 어려운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조사 대상 기업들이 제시한 적정 환율은 평균 1362.6원으로, 현재 환율 수준은 상당수 기업이 감내 가능한 범위를 크게 넘어선 상태다.


고환율 부담은 당장 기업의 재무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부실대출 차주 가운데 중소기업 비중은 58.9%에 달했다. 과거 부실대출 규모가 가장 컸던 2016년 3월 말의 32.2%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높아진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대기업 비중은 60.4%에서 20.5%로 감소했다. 대출을 1개월 이상 연체한 중소기업도 2016년 3월 말 2만2339곳에서 올해 3월 말 5만8372곳으로 약 2.6배 증가했다. 경기 상황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올해 3분기 제조업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80으로 기준치인 100을 크게 밑돌았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일부 개선됐지만 중소기업은 78에 머물며 전 분기와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7월 중소기업건강도지수(SBHI) 역시 78.2로 전월보다 1.4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업은 82.5로 소폭 상승했지만 비제조업은 76.3으로 2.1포인트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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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에 최저임금 부담까지…中企 "더는 버티기 어렵다" 원본보기 아이콘

이 같은 상황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논의까지 이어지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전날 3차 수정안까지 논의를 진행했지만 노동계는 시급 1만1800원, 경영계는 1만390원을 제시하며 1410원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경영계는 고환율과 내수 침체로 이미 경영 여건이 한계에 이른 만큼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은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반도체 호황이라는 착시에 가려져 있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현실은 매우 심각하다"며 "노동계 수정안이 현실화하면 실제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 현장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현장에서는 최저임금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절박하다"며 "최저임금을 더 이상 올리지 말아 달라는 근로자들도 있고, 일터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목소리도 함께 살펴달라"고 말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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