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기흥 갭투자 수요, 남양주·군포로 옮겨붙여…"이러다 수도권 전체 묶일라"[부동산AtoZ]
"사후약방문 규정, 풍선효과 키워"
최근 신규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동탄·기흥·구리는 지난해 10·15 대책 직후 임대보증금을 활용한 매수가 급증한 바 있다. 작년 11월 이들 세 지역의 자금조달계획서 제출건수 중 임대보증금을 신고한 비율은 28.1%였다. 이후 12월 35.5%, 올해 1월엔 33.7%를 기록했다. 주택 매수 3건 중 1건꼴로 세입자 보증금을 끼고 집을 샀다는 뜻이다. 하지만 2월부터는 23.1%로 낮아졌고 3월 18.6%까지 떨어졌다. 4월(19.1%)과 5월(19.3%)에는 10%대 후반 보합세를 유지했다. 규제지역으로 묶이기 전부터 전세를 낀 갭투자성 매수세는 올 상반기 상당 부분 꺾였던 것이다.
갭투자가 이미 신규 규제지역을 훑고 지나간 만큼 규제지역 지정 요건을 재정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주택법 시행령상 조정대상지역은 최근 3개월간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1.3배 이상, 투기과열지구는 1.5배 이상 높아야 지정할 수 있다. 이는 투기 수요가 이미 시장을 장악한 뒤에야 작동하는 후행적 성격이 짙다. 자금조달계획서 전수 분석과 관계 부처 검토, 심의·고시 절차까지 거치다 보면 시장 변화와 규제 사이에는 시차가 생긴다. 투기성 매수세가 먼저 움직이고 규제는 뒤따라오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반면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개발 호재 등으로 투기 우려가 크면 집값 급등 전에도 지정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번에도 상승세가 이미 충분히 반영된 지역을 뒤늦게 묶는 데 그쳤다. 시장에서는 투기 차단이라는 정책 목적에 비해 제도 운용이 늦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 지역 인접한 곳에서는 갭투자가 재현될 조짐이 뚜렷한 상태다. 올해 3~5월 전체 매수금액 대비 임대보증금이 차지하는 평균 비중을 보면 규제 지역에서 제외된 안양 만안구(12.1%)·남양주시(13.1%)·군포시(12.0%)가 동탄과 구리, 기흥보다 오히려 높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동탄이 오르면 화성 외곽으로, 구리가 오르면 남양주로, 안양 동안구가 오르면 만안구·군포·의왕으로 번지는 건 너무나 예측 가능한 패턴"이라며 "과거 정부 때도 오른 곳을 쫓아다니며 찔끔찔끔 규제하다 결국 수도권 전체를 묶는 사후약방문이 되풀이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컨대 하남이 오를 때 인접한 구리까지 함께 묶었어야 했다"며 "상승 우려 지역까지 선제적으로 넓게 지정해야 풍선효과를 차단할 수 있다"고 했다.
규제 자체가 자본의 집중을 유발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규제지역은 대출 규제로 실수요자가 밀려나고 현금 동원력이 있는 자산가들이 시장을 점유하게 된다"며 "결과적으로 외부 자본만 유입되어 집값을 지탱하는 구조가 반복되는데, 정책 담당자들이 규제지역 제도의 실효성을 냉정하게 재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지역 지정의 기초 자료로 쓰이는 한국부동산원 집값 통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통계'는 한국이 유일하게 시행 중인 제도다. 공신력 있는 국가 공식 통계라는 장점이 있지만 표본이 적어 가격 변동에 지나치게 민감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는 "거래가 빈번하지 않은 부동산을 매주 경마 중계하듯 다루니, 수요자들은 지금 사지 않으면 낙오된다는 불안 심리에 내몰린다"고 했다. 고종완 원장도 "표본이 적고 주기가 짧은 주간 통계 대신 월간 발표로 전환해 정밀도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정부도 손질 필요성에는 공감한 바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주간 동향 폐지 요구에 "주간 통계 폐단을 줄일 수 있도록 조처하겠다"고 했다. 이헌욱 한국부동산원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내외부적으로 주간 통계의 유의미성에 대해 문제를 많이 제기했다"며 "정부 차원의 정책 변경이 있다고 하면 그에 맞추겠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부동산원 발표가 중단되면 수요자가 중개업소, 온라인 커뮤니티, 민간 플랫폼 통계에 더 의존하게 돼 시장 판단이 더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과거 규제를 피한 지역으로 갭투자가 집중됐던 선례를 감안하면 이번 신규 규제 역시 인접한 비규제지역으로 투자 자금이 쏠리는 풍선효과를 야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시장의 유동성이 완전히 사라지기보다 인근 비규제지역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는 늘 존재해 왔다"며 "과거 수도권 규제 확대 때도 투자자들이 인접 비규제지역으로 이동하며 거래량과 집값을 밀어 올린 만큼, 이번 조치 이후에도 남양주나 수원 권선구 등으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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