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삼성 경영진 "전력 중요" 강조
한빛원전·재생에너지만으론 필요 전력 빠듯
정부, 이제야 추가 원전 건설 필요성 인정
용인 이어 호남도 송전선로 갈등 해결해야

'人·水·電 싸움'이라는 반도체, 전기는 준비됐는가[에너지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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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늘 강조하는 얘기가 있다. "반도체는 인·수·전(人·水·電) 싸움"이라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물, 전기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는 이중 전력을 가장 우선순위로 꼽았다.


고 의원뿐 아니다. 지난달 30일 광주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 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호남 지역에 4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팹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 앞에서 원전 확대와 전력구매계약(PPA), 액화천연가스(LNG) 열복합발전의 차질없는 추진을 요청했다.

삼성전자 전·현직 경영진들이 하나같이 전력을 강조하는 이유는 뭘까.


호남에 앞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가장 애를 먹고 있는 것이 전력이다. 삼성전자의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일반산단에 필요한 전력량은 총 15GW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LNG 발전소 6기를 건설해 필요 전력 9GW중 3GW를 우선 공급받기로 했다. 이 발전소들은 폐쇄 예정인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체해 지어지는 것으로 이미 산업통상부 전기위원회로부터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발목이 잡혀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송전망도 새로 깔아야 한다. 동해안, 호남 지역의 화력, 원전, 태양광, 풍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끌어와야 한다. 이러한 내용은 한국전력이 지난해 발표한 제11차 송·변전 설비 계획에 반영돼 있다. 하지만 이 계획이 알려지자 호남, 충남 등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지역마다 주민들이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반대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조성하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6.3GW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호남 지역에 반도체 생산이 들어서는 배경 중 하나로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들었다. 과연 사실일까?


2025년 기준 전남 지역의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은 7.5GW로 전국 최대를 자랑한다. 이 수치는 최대 생산 가능한 용량일 뿐이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성으로 인해 실제 생산할 수 있는 전기의 양은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태양광의 효율은 20% 미만, 풍력은 30% 미만이다. 따라서 전남 지역에서 실제 생산할 수 있는 전기의 설비 용량은 2GW가 채 안 될 수 있다.


이마저도 밤이나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는 전기를 생산하지 못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병행해야 한다.


이대로 호남에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면 실질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역할은 전남 영광에 있는 한빛원전이 맡게 것으로 보인다. 한빛원전의 총 설비용량은 5.9GW다. 원전의 가동률은 90~95%다.


그동안 한빛 원전이 생산한 전기중 호남에서 쓰고 남은 전기는 수도권으로 보냈으나 앞으로는 어려울지 모른다. 한빛 원전이 생산한 전기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쓰기에도 빠듯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호남의 재생에너지 확대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어서다. 전남은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를 총 37.8GW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중 21GW가 해상풍력이다.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현재 곳곳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추가 원전 건설의 필요성을 역설한 배경이다. 결국 정부도 원전 건설 필요성을 인정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반도체는 24시간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데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는 양만으로는 감당하기가 만만치 않다"며 "원전을 추가로 지어야 할지 여부를 빨리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늦었지만 이제야 현실을 제대로 바라본 것이다.


수도권과 마찬가지로 호남에서도 송전망이 복병이 될 수 있다. 청와대의 3대 메가 프로젝트 발표 직후 김성환 장관이 찾은 곳은 2027년 준공 예정인 신장성변전소 건설 현장이다. 이 변전소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유력 후보지인 광주 군공항과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다. 호남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와 전남 영광 한빛 원전의 전기가 이곳에 모일 예정이다.


신장성변전소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이곳과 연결하는 송전망을 새로 깔아야 한다. 한국전력은 현재 신장성변전소를 잇는 345kV의 신장성-신정읍 송전선로, 신해남-신장성 송전선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한빛원전에서 신장성변전소까지를 잇는 송전선로도 구축중이다.


모두 인근 주민뿐 아니라 지자체들, 환경단체까지 가세해 송전선로 구축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곳들이다. 과연 이들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통한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대의명분에 흔쾌히 동의해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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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한전은 사업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입지선정위원회와 인허가 절차 단축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러자 김성환 장관은 "모든 절차를 1년 안에 끝내야 한다"고 했다. 김 장관은 주민 반대에 부딪혀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동서울변환소 건설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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