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리밸런싱이 어제(1일) 시작됐다. 국민연금공단은 시중의 '매도 폭탄설'에 대해 "터무니없다"며 진화에 나섰고, 실제 주식시장도 큰 충격 없이 마감했다. 그러나 주가의 단기 등락보다 더 본질적으로 주시해야 할 대목은 국민연금 운용 원칙과 자본시장 정책의 경계다. 시장이 국민연금을 정부의 정책 수단으로 인식하는 순간, 자산운용 원칙에 대한 신뢰와 시장의 예측 가능성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자본시장 선진화와 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통해 증시 활성화를 추진했다.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도 목표치를 웃돌게 됐다. 이에 당국은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상향하고 리밸런싱도 6월 말까지 유예했다.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원칙과 정부 정책이 충돌할 때 정책이 우선시된다는 인식을 시장에 남긴 셈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자산을 장기적 관점에서 운용하는 기관이고, 정부는 증시 활성화를 추진하는 정책 주체다. 그런데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원칙이 정책적 필요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고 시장이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국민연금의 매매는 투자 판단이 아니라 정책 신호로 해석된다. 물론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은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그 수단은 기업가치 제고와 세제, 규제 개선 등 시장 제도여야 한다. 국민연금은 증시를 떠받치는 시장 안정기금이 아니라 국민의 노후자산을 운용하는 장기 투자기관이다. 정책 목표와 자산운용 원칙의 경계는 분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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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논란을 해소하는 출발점은 운용 원칙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 국민연금이 개별 매매 전략까지 공개할 필요는 없겠으나, 리밸런싱의 기준과 절차, 예외를 인정하는 원칙은 시장이 납득할 수 있도록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매도 폭탄설'도, 정책 개입 논란도 되풀이되지 않는다. 정부는 정책으로 시장을 키우고, 국민연금은 원칙으로 자산을 운용해야 한다. 그 경계가 분명할 때 시장의 신뢰도, 국민연금의 독립성도 함께 지켜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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