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그룹 투자액 약 5000조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충청권 반도체 패키징 공장
동남권 소부장·AI데이터센터 조성

靑 직할 담당관, 李대통령 직접 챙겨
기업 유도·유인 정치적 논란 불가피
클러스터 구상 최종결정은 기업의 몫

24시간 고품질 전력 인프라 필요
안정적 공급 위해 원전 건설해야
하루 65만t 용수 보급 쉽지 않아
농업용수와 갈등 대책도 세워야

지난달 29일 이재명 정부가 내놓은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는 명실공히 단군 이래 최대의 투자라 할 만하다. 삼성과 SK그룹이 약속한 투자액만 총 4755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기록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2326조원의 2배가 넘는,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정부가 떠안게 될 인프라 구축 비용을 빼고도 그렇다. 참고로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살리기 사업(2008~2011)'의 규모는 22조원이었다. 18년 만에 무려 216배 이상 폭증한 규모의 사업을 정부가 추진하기로 하면서, 단군 이래 최대 투자의 사례도 바뀌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계획 발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계획 발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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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기업 총수와 '90도 폴더' 맞절을 주고받으면서 밝힌 꿈은 야무지다. "올해를 세계 어떤 나라도 대신할 수 없는 '대체 불가 대한민국'의 꿈이 시작되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했다. 서남권(호남)에 반도체 클러스터, 충청권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조성하고 동남권(대구·경북)에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공장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세운다고 천명했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는 메가프로젝트는 청와대에 직할 담당관을 두고 이 대통령이 직접 챙길 예정이다.

특히 광주에 들어서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광주에서 열린 국민보고회에서 서남권 클러스터를 "호남에 대한 역사적·국민적 보상"이라고 분명하게 규정했다. 청와대가 기업을 직접 '유도·유인'을 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청와대의 구상이라는 사실을 공개한 상황에서 뜨거운 정치적 논란은 피할 수 없다. 비록 시작은 정치적이었더라도 정부·여당이 메가프로젝트를 진정한 국가적 과제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가운데서 기업의 입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언제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관한 최종 결정은 온전하게 기업의 몫이다. 정치적 고려는 부수적일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반도체 사이클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정확한 미래 전망, 그리고 국가의 미래와 국민 행복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이 필요하다.

경기도 용인시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용인시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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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5조원을 투자하는 반도체 클러스터의 구축은 절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서남권을 수도권의 기흥·용인과 함께 우리 경제를 먹여 살릴 제2의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으나, 그에 꼭 필요한 전력·용수·인력이 모두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솔직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무책임한 사실 왜곡과 일방적인 궤변은 국민 혼란을 부추겨서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포항·광양을 개발하던 권위주의 시대의 기억은 절대 소환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민주화된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현재 전남에는 23.3GW의 태양광·풍력 설비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태양광·풍력의 연평균 가동률은 20%를 넘지 못한다. 전남에 재생에너지가 넘쳐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반도체 클러스터가 요구하는 6.3GW의 70% 수준에 불과한 규모일 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재 전국에 설치돼 있는 37.1GW의 태양광·풍력 발전설비 중 23%에 해당하는 8.9GW의 설비가 계통 접속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송전망 구축이 발전설비를 갖추는 일만큼 중요한 과제라는 뜻이다. 대규모의 '에너지 고속도로'도 필요하지만, 저밀도의 재생에너지 설비에서 생산한 전기를 모아서 송전하는 거미줄 같은 '에너지 국도·지방도'도 구축해야 한다.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고 어렵사리 주민도 설득해야 하는 지난한 일이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공정 특성상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잠시도 끊임없이 최고 품질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전력 인프라가 꼭 필요하다. 간헐성·변동성이 극심한 태양광·풍력만으로는 반도체 공장을 절대 운영할 수 없다.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의 에너지저장장치(ESS)도 믿기 어렵다. 설치비용도 감당할 수 없고, 화재의 위험도 여전하다. 더욱이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용하는 ESS는 최대 10년을 쓸 수 있을 뿐이다. 결국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원전을 건설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정부와 여당이 강조하고 있는 RE100(재생에너지 100%)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필요하다. RE100은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클라이밋그룹이라는 민간단체가 강조하고 있는 어설픈 '마케팅 전략'에 지나지 않는다. 반도체 수출에 실질적인 구속력을 발휘하는 국가 간 '조약'이나 '협정'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민간단체의 선동적인 홍보성 구호에 빠져들 이유가 없다. 더욱이 최근에는 '무탄소 전원'인 원전의 전기를 사용하더라도 RE100 인증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소식도 있다.


하루 65만t의 용수를 공급하는 일도 쉽지 않다. 15억t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영산강·섬진강의 7개 댐을 이용해서 하루 100만t 이상의 공업용수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순진한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동안 호남 지역이 수자원 개발에 소극적이었고, 영산강·금강의 '재자연화' 목소리가 가장 큰 지역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농업용수와의 갈등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청와대가 혼란스러운 기후부의 입장을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 원전에 대한 무의미한 당파적 논쟁이 적절하지 않다는 대통령의 공개적인 지적에도 기후부는 요지부동이다. 여전히 '반(反)원전-친(親) 재생에너지' 프레임을 극복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김 장관이 느닷없이 내놓았던 용인 클러스터의 새만금 이전설도 분명하게 정리해야 한다.


대통령의 임기 중에 메모리 팹을 완공하겠다는 비현실적인 과욕(過慾)은 버리는 것이 마땅하다. 비바람을 막을 정도의 공장 건물은 뚝딱 세울 수 있겠지만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인프라와 설비를 갖추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2019년에 시작한 용인 클러스터는 지난해 2월이 돼서야 첫 삽을 떴다. 환경영향평가에만 2년이 걸렸고, 토지 보상과 전력·용수 공급을 둘러싼 주민 갈등도 해결해야만 했다. 아무리 급해도 반도체 클러스터를 졸속으로 만들어서는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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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경제논단]정치가 시작한 메가프로젝트, 기업이 이끄는 국가사업 돼야 원본보기 아이콘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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