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주택 처분한 갈아타기 실수요 유입
과열 신호 뚜렷해도 지방선거 후 늑장 대처
신규 규제지역으로 묶인 동탄·기흥·구리에서 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비중이 올 상반기 들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 투기 과열을 우려해 정부가 이들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3중 규제 지역으로 지정한 직후 시장에선 '뒷북' 논란이 있었는데,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매매는 갭투자 대신 기존 주택 처분 대금 등 현금을 갖춘 실수요자들이 채웠다. 정부가 뒤늦게 일괄 규제를 적용하면서 실효성 논란과 함께 규제지역 지정 요건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4일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주택 취득 자금조달계획서를 보면, 정부가 차단하겠다던 갭투자는 이미 연초에 꺾인 것으로 확인됐다.
화성시 동탄구의 주택매입자금 가운데 임대보증금, 즉 세입자 자금을 활용한 갭투자 비중은 지난해 10·15 대책 직후인 11월 10.3%에서 올해 1월 13.8%로 고점을 찍었다. 이후 3월엔 6.6%로 반토막 났다. 5월 기준 9.1%로 여전히 10%를 밑돈다.
지난해 12월 갭투자 비중이 25%에 달했던 구리시는 올해 5월 11.1%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용인시 기흥구 역시 같은 기간 22.0%에서 9.7%로 떨어졌다. 정부는 규제의 근거로 갭투자자와 외지인 거래 비율 등 시장 지표를 들었으나 규제지역 지정 당시 투기수요는 이미 시장에서 대부분 빠져나간 뒤였던 것이다.
이들 지역의 건수 기준 임대보증금 신고 비중은 올해 2월 23.1%에서 5월 19.3%로 내려앉았다. 1월 548건에 달했던 갭투자 건수도 3월 240건으로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조달계획서 제출(거래) 건수는 3월 1292건에서 5월 1611건으로 오히려 늘었다. 전세를 낀 투기성 매수는 빠지고 그 자리에 다른 자금이 유입됐다는 의미다.
갭투자가 빠져나간 빈자리는 '갈아타기' 등 실수요가 메웠다. 동탄의 경우 광역급행철도(GTX) 개통과 인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사업장의 성과급 지급, 사내 지원 대출 확대 시기가 맞물리며 실거주 목적의 매수세가 대거 유입됐다. 주식과 채권 매각 대금을 동원한 비중은 지난해 11월 2.7%에서 올해 5월 6.2%로 늘었다. 기존 보유 주택 등 부동산 처분대금 비중은 올해 1월 29.8%에서 5월 35.1%로 매달 상승했다. 정부는 과도한 대출을 낀 가수요를 막겠다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조였지만, 데이터상 늘어난 대출의 실체는 기존 주택을 처분한 갈아타기 실수요였다.
구리와 기흥도 전세를 끼는 대신 직접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실거주 매수세가 갭투자 공백을 대체했다. 구리는 갭투자가 치솟았던 지난해 10~12월 대출 비중이 2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들어 30%대로 되돌아왔다. 기흥 역시 지난해 12월 24.2%에서 올해 5월 29.6%로 올랐다. 대출이 늘었다는 점이 규제 명분이 될 수는 있지만 까다로운 은행 심사를 거쳐 집을 사는 실수요와 남의 전세금을 이용한 매매 수요는 다르다. 대출 억제가 목적이라면 대출 제도를 손봐야 하는데, 지역 전체를 규제지역으로 묶어 정상적으로 이사하려는 사람들 발목까지 잡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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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개입 시기를 둘러싼 늑장 대처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동탄·기흥·구리는 이미 지난 2~4월 상승률이 규제지역 지정 요건을 달성해 5월 중순부터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했다. 특히 동탄은 연초부터 매달 상승 폭을 키우며 지표상 과열 신호가 뚜렷했지만 국토부는 한 달 이상 결정을 미루다 6·3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에야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종욱 의원은 "정부는 땜질식 규제 남발을 멈추고 시장 상황에 맞는 세밀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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