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형 종심제를 ‘기술형 적격심사제’로 개편
계약제도 공백 및 권리보호 사각지대 해소
자체발주 입찰공고 3만여 건점검, 1252건 시정 요구

정부가 지난 2020년 중소 건설업체의 기술력 강화를 위해 도입했던 100억~300억 원 규모 공공공사의 '간이형 종합심사낙찰제(간이형 종심제)'를 6년 만에 전격 폐지한다. 견적대행사를 조장해 무더기 동일 가격 투찰 등 공공 조달 시장을 왜곡해 온 해묵은 맹점을 들어내고 역량 중심의 '기술형 적격심사제'로 시장 판도를 전면 재편하겠다는 취지다.

허장 재정경제부 제2차관. 재정경제부.

허장 재정경제부 제2차관. 재정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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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장 재정경제부 제2차관은 1일 '2026년 제2차 조달정책심의위원회'를 주재하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공공사 낙찰제도 합리화 방안과 국가계약 분쟁 제도 개선안을 심의·의결했다.

동일가격 투찰률 68.9% 폭등…조달 왜곡 '종심제'의 종말

재경부가 간이형 종심제 카드를 전격 폐기한 이유는 정량적 수치가 증명하듯 변별력 상실이 임계점에 달했기 때문이다. 모든 입찰자의 평균 투찰가격(균형가격)에 근접할수록 고득점을 받는 현행 방식 탓에 견적대행사에 의존한 '입찰 쏠림' 현상이 극에 달했다. 조달청 발주건 중 간이형 종심제의 동일가격 투찰률은 제도 도입 첫해인 2020년 0.90%에 불과했으나, 2024년 3.26%, 지난해 38.97%로 급등하더니 올해 3월에는 무려 68.96%까지 폭증하며 시장 마비 사태를 불렀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1월부터 균형가격 고득점 방식에서 탈피해, 낮은 가격으로 입찰한 업체부터 기술·수행 역량을 정밀 심사하는 '기술형 적격심사제'로 매스를 댔다. 덤핑 방지를 위해 가격과 내역서를 함께 투찰하는 내역입찰은 유지하되, '표준시장단가 적용 항목'은 낙찰률 산정 기준에서 제외해 중소 건설사의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을 막는다. 또한, 배치기술자 평가 항목에 '안전·품질 기술자' 경력 평가를 의무화해 현장 중심의 시공 관리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페이퍼컴퍼니 등 부적격 업체를 솎아내는 조달청의 '입찰 자격 사실조사'를 기술형 적격심사(1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 구간으로 확대한다. 시범사업 결과 입찰자가 평균 457개사에서 285개사로 37%나 감소하는 기강 잡기 효과가 증명됐기 때문이다. 사실조사로 배제된 불량 업체는 향후 입찰 참여 시 현금 보증금 납부를 의무화하고 이를 국고로 귀속시키는 법 개정도 연내 추진된다.

SW·물품 혼합 계약도 단가 조정 보장…분쟁조정 청구 60건 폭발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의 권한과 영토를 크게 넓힌 점도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소송 대비 비용이 적고 기간이 3~4개월로 짧아 조달기업의 구제 수단으로 자리 잡은 분쟁조정위의 청구 건수는 2020년 25건에서 지난해 60건, 올해 6월 기준, 이미 59건을 넘어서며 연말 100돌파가 예상된다.


재경부는 현장 분쟁사례를 분석해 사각지대 해소책을 대거 쏟아냈다. 그간 단가 조정을 두고 분쟁이 잦았던 소프트웨어(SW) 계약의 경우, 설계변경 범위에 '규격 및 과업 내용 변경'을 명시하도록 국가계약법을 고치고 조달업체에 '과업내용 변경요청권'을 부여한다. 물품구매에 설치공사가 껴 있는 혼합계약도 물량내역서 교부를 의무화해 대금 조정을 보장하기로 했다.

원청(발주기관)의 갑질 방지책도 신설된다. 조달기업의 지체 책임에 발주기관 잘못이 섞여 있다면 지체상금을 합리적으로 깎아주는 감면 근거를 명문화했다. 또한 발주처가 기준가격(표준품셈 등)보다 단가를 임의로 낮게 깎아서 짰다면 입찰 시 사유를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막기 위해 분할납품 대금은 청구 후 5일 내 지급을 의무화했다.

나라장터 수술…자체 발주 1252건 적발, 연내 AI 감시망 가동

한편, 정부는 조달청 외에 수요기관 자체 입찰 기관에 대해 점검을 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올해 5월 말 기준 3만 17건의 자체 발주 입찰공고를 전수 검토해 법령 위반 공고 1252건을 적발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유형별로는 공고 기간 미준수가 649건(51.8%)으로 가장 많았고, 입찰참가자격 과도 설정 등 위반이 488건(39.0%)으로 뒤를 이었다. 정부는 법정 공고기간 미충족 시 공고 등록이 제한되도록 나라장터 시스템을 개선하고, 입찰공고의 법령 위반사항을 탐지하는 인공지능(AI) 기반 모니터링시스템을 연내 도입하는 등 제도개선을 병행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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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차관은 "이번 개선방안을 통해 공공공사 입찰환경이 역량 중심의 공정하고 건강한 생태계로 정상화되기를 기대한다"며 "특히 계약분쟁 현장에서 제기된 불합리한 관행을 계약제도 개선으로 연결한 것은 공공조달 참여자들의 편의를 높이는 것은 물론 공정한 계약환경구축에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종=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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