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살인 폭염' 닥친 유럽
양산·에어컨 등 일상화
28일(현지시각) 독일 수도 베를린의 기온이 섭씨 40도 안팎까지 오르자 브루노 마스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베를린 올림픽 경기장에 모인 사람들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은박 천을 덮고 있다. AFP연합뉴스
창문에는 은박 담요가 나부끼고, 거리에는 양산을 든 시민들이 활보한다. 유럽 전역을 덮친 40도 안팎의 기록적인 폭염이 유럽의 일상 풍경을 낯설게 바꿔놓고 있다. 특히 '에어컨 없는 여름'을 당연하게 여겨온 유럽에서 에어컨 사재기가 벌어지는 등 기존 생활 방식이 뿌리째 흔들리는 모습이다.
40도 넘긴 '열돔'…동유럽까지 확산
지난달 30일(현지시간)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유럽 전역은 고기압에 갇힌 뜨거운 공기가 정체되는 이른바 '오메가 열돔' 영향으로 곳곳의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이 연일 깨지고 있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서유럽에 이어 이번엔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동유럽 전역의 수은주가 40도를 돌파했다. 체코 북서부 독사니는 41.9도까지 치솟았고, 헝가리 세체니는 42도, 슬로바키아 투르냐나드보드보우는 41도를 기록했다.
폭염의 기세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사회 전반의 안전망을 흔드는 재난으로 확산하고 있다. 남유럽 이탈리아에서는 최근 24시간 동안에만 온열 질환으로 5명이 숨졌으며 전국 27개 도시 중 25개 도시에 최고 단계인 '적색경보'가 발령됐다. 프랑스 역시 지난달과 이번 달 연이은 폭염 여파로 평년 대비 초과 사망자가 이미 1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돼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대규모 정전과 인프라 마비도 도심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 영국에서는 사상 최고 기온 여파로 철로가 휘어질 우려가 제기되자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됐고, 수백 개 학교가 임시 휴교를 선언했다.
양산 쓰고 창문 막고…달라진 일상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유럽인들의 생활 방식도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 과거 유럽에서는 한국이나 일본 등 동아시아인들이 여름철 양산을 쓰는 모습을 보며 "왜 햇빛을 인위적으로 피하려 하느냐"며 의아해하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유럽 주요 도시 거리에는 강렬한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양산을 펼쳐 든 현지 시민들이 급증했다. 체감 온도를 낮추기 위해 오랜 문화적 거부감을 지워낸 셈이다.
창문에는 햇빛을 반사하기 위한 은박 담요나 알루미늄 호일을 붙이는 가정이 늘고 있다. 또 낮 동안 셔터와 창문을 닫아 실내 온도 상승을 막고, 밤에는 환기를 통해 열을 식히는 방식도 확산하는 추세다. 일부 지역에서는 강과 운하에서 수영이 허용되며 공공 수역이 '피서지'로 활용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에어컨 '사재기'…아시아 가전업체 호황
에어컨이 보편화되지 않아 에어컨 없는 삶에 익숙했던 유럽인들은 에어컨 사재기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설치 규제가 비교적 적은 중국산 이동식 에어컨이 인기를 끌며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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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유럽 시장에서 중국 가전업체 제품 판매는 큰 폭으로 늘었고, 일부 모델은 중고 가격이 신제품을 웃도는 사례도 등장했다. 한국과 일본 업체 역시 판매 증가세를 보이며 폭염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계절적 수요를 넘어, 유럽에서도 에어컨이 '선택재'에서 '필수재'로 전환되는 신호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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