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51개 기관 684점으로 K푸드의 뿌리 조명
"식사하셨어요?" 박물관이 묻자 3000년 밥상이 펼쳐졌다
볍씨·도마·허균의 맛 기록으로 본 K푸드 이전의 식문화

전시는 "식사하셨어요?"라는 말로 시작한다. 한국어에서 밥은 끼니이기 전에 안부였다. 잘 지냈느냐는 말보다 먼저 밥을 물었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은 그 익숙한 인사를 박물관의 질문으로 바꾼다. 우리는 무엇을 먹어왔나. 그리고 먹는다는 일은 언제부터 우리의 삶을 설명하는 방식이 됐나.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이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이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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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전시인데 음식은 없다. 김이 오르는 밥도, 국물도, 반찬도 없다. 대신 불에 탄 볍씨와 콩 덩어리, 1700년 전 도마, 무령왕릉에서 나온 숟가락과 젓가락, 허균이 유배지에서 떠올린 팔도의 맛 기록이 놓였다. K푸드의 현재를 말하는 전시라면 라면과 김밥, 비빔밥의 세계적 인기를 앞세울 법하다. 박물관은 반대로 가장 오래되고 무심한 것들을 꺼냈다. 밥상은 유행이 되기 전에 생존의 형식이었다는 듯이.

국립중앙박물관은 7월1일부터 10월25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2에서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을 연다. 51개 기관이 협력해 488건 684점의 전시품을 모았다. 보물 5건 5점, 국가민속문화유산 2건 6점도 포함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이 한국 식문화를 고고·역사·미술·민속 자료를 아울러 종합적으로 조명하는 첫 특별전이다.


전시의 첫 축은 밥이다. 여주 흔암리에서 나온 청동기시대 불탄 볍씨는 약 3000년 전 한반도에서 벼농사가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밥상은 여기서 음식이 아니라 농경과 저장, 공동체의 문제로 바뀐다. 쌀을 심고, 거두고, 익히고, 나눠 먹는 일은 한 끼의 식사가 아니라 함께 사는 방식을 만드는 일이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박물관이 밥상을 전시 주제로 삼는다는 것은 K푸드의 뿌리이자 우리가 매일 마주해온 삶의 가장 가까운 풍경을 다시 보자는 제안"이라고 말했다.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가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가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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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부산 기장 고촌리 출토 도마와 박수근의 '도마 위의 굴비'가 만나는 자리다. 하나는 3~4세기 조리 도구이고, 다른 하나는 1952년 그려진 정물화다. 천년 넘는 시간이 사이에 있지만, 둘은 같은 일을 가리킨다. 누군가 먹을 것을 씻고, 썰고, 다듬던 자리. 박물관의 유물은 여기서 죽은 물건이 아니라 한 끼를 준비하던 손의 시간으로 되돌아온다.


밥상은 혼자 먹는 자리이면서 함께 먹는 자리였다. 김홍도의 '주막'과 '새참', 김득신의 '강가에 모여 먹고 마시다'는 밥이 집 안에만 있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길 위에서, 들판에서, 강가에서 먹었다. 밥상은 노동과 쉼, 거래와 술자리, 신분과 공동체가 잠시 만나는 장소였다.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와 함께한 8일간의 일상식이 담긴 '원행을묘정리의궤'는 밥상이 예의와 통치의 언어이기도 했음을 보여준다.


전시 후반부는 자연이 밥상으로 바뀌는 과정을 따라간다. 허균의 '도문대작'은 유배지에서 떠올린 팔도의 별미 기록이다. 강릉의 방풍죽, 보은의 대추, 한강의 뱅어, 나주의 무, 제주의 전복이 글 속에 차려진다. 먹을 수 없는 음식을 기억으로 다시 먹는 일이다. 허균의 기록은 미식의 허세라기보다 지역과 계절을 기억하는 방식에 가깝다.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가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가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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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과 발효, 양념은 밥상의 시간을 보여준다. 3~5세기 불탄 콩 덩어리는 가장 오래된 메주의 원형으로 추정된다. 젓갈을 사용한 김치 조리법이 담긴 16세기 조리서 '주초침저방', 청동기시대 불탄 들깨, 고려시대 꿀이 담겼던 청자 매병도 전시에 나왔다. 한국의 맛은 재료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말리고, 절이고, 발효시키고, 기다리는 시간이 맛을 만들었다.


'음식 없는 음식 전시'의 한계를 넘기 위해 박물관은 소리와 영상, 조리 장면을 전시장 곳곳에 배치했다. 밥상을 차릴 때 나는 소리, 음식과 관련한 의성어·의태어, 온지음 맛공방이 협조한 조리 영상, 조선 지식인이 적은 상추쌈 먹는 법 등이 맛을 우회해 불러낸다. 배우 류수영은 주요 전시품 21점의 오디오 해설을 맡았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강민구 셰프, 정관 스님 등 식문화 전문가 9인의 인터뷰도 전시 말미에 마련됐다.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가 김홍도의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가 김홍도의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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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밥상'은 K푸드의 현재를 과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속도를 늦춘다. 세계가 한국 음식을 소비하는 지금, 박물관은 가장 먼저 불탄 볍씨와 낡은 도마를 보여준다. 오늘의 밥상은 취향이기 전에 노동이었고, 유행이기 전에 저장 기술이었으며, 메뉴가 되기 전에 함께 사는 질서였다. "뭐 먹지"라는 가벼운 질문 뒤에 이렇게 긴 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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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10월25일까지 이어진다. 개막 후 7월1일부터 5일까지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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