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신규 등록 3년만에 세자릿수 시장 팽창
대형사가 약정액 70% 차지…양극화는 심화
전통적 M&A 둔화에 비경영참여형 투자 급증
창업자 카리스마 시대에서 전문화·다양성 진화

편집자주국내 사모펀드(PEF) 역사가 20여년을 지나면서 1세대 창업자에게서 다음 세대로의 승계가 곳곳에서 진행돼 왔다. 그동안의 논의는 대체로 '누가 다음 대표가 되느냐'에 집중됐다. 그러나 PEF의 세대교체는 직함을 넘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창업자 한 사람에게 묶여 있던 조직이 그 이후에도 굴러갈 수 있느냐의 문제다. 아시아경제는 3회에 걸쳐 한국 PEF 세대교체의 현주소와 유형별 승계 방식, 그 이후 산업이 맞을 변화를 짚어본다.

거인의 시대 저물고 시스템의 시대로…무한 생존경쟁의 시작 [PE 2.0]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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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새로 등록한 사모펀드(PEF) 운용사만 100곳. 그 숫자 뒤에는 회사를 떠난 사람들이 있다. MBK파트너스 부사장이던 이진하는 올해 초 직접 운용사를 세웠고, 스틱·IMM 출신들도 잇따라 새 간판을 올렸다. 한 사람의 이름으로 굴러온 회사를 나와 자기 이름을 건 것이다. 운용사는 늘었을 뿐만 아니라 돈은 특정 방향으로만 쏠린다. 세대교체 와중에 업계가 마주한 것은 후계자 선임이라는 인사 문제만이 아니라, 창업자 한 사람의 시대가 저문 자리에서 벌어지는 생존경쟁이다.


운용사는 느는데 돈은 몰린다…"팽창 속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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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F 시장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끝없이 팽창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GP)는 2020년 336곳에서 지난해 말 455곳으로 불어났다. 신규 등록만 100곳에 달해 3년 만에 다시 세 자릿수로 올라섰고, 신설 펀드는 211개, 새로 약정된 자금은 27조8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다만 돈의 방향이 갈리고 있다. 대형 GP 45곳이 2025년 전체 약정액의 68.7%를 가져갔고, 시장에서 절반이 넘는 소형 247곳의 몫은 4.3%에 그쳤다. GP 회사 수는 전년 대비 대·중·소형 모두 증가했지만, 약정기준으로 살펴보면 대형 GP의 비중만 늘었다. 금융감독원은 "투자자들의 대형 GP 선호 경향과 신규 GP 유입 증가 등에 따라 경쟁이 점차 심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쟁의 격화는 숫자를 넘어 돈을 버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전통적 인수합병(M&A) 시장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기업을 사들여 경영에 참여하는 투자는 줄었다. 경영참여형 투자는 2023년 32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23조7000억원으로 뒷걸음쳤다. 대신 기업에 돈을 빌려주거나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 구조로 들어가는 비경영참여형 투자가 3000억원에서 4조4000억원으로 2년 새 10배 넘게 뛰었다. 투자를 집행한 펀드수는 2023년 14개에서 2025년 90개로 늘었다.

금감원은 "전통적 지분 투자에서 벗어나 중위험·중수익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반영된 결과"라며 "투자 방식이 다양화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한 가지 공식에 기대던 운용사들이, 식어가는 시장에서 저마다 다른 활로를 찾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창업자의 직관에서 조직의 시스템으로…바뀌는 생존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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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F 1세대가 성공한 무대는 저금리와 레버리지의 시대였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금융공학, 관계와 네트워크로 따내는 딜이 통하던 시대다. 그 무대가 고금리와 운용사 과잉 경쟁으로 식자 이제는 운영 역량과 섹터 전문성, 깐깐해진 출자심사를 견디는 힘이 생존을 가른다.


1세대 창업자가 강력한 네트워크와 직관으로 딜을 가져오던 시대에는 개인의 카리스마가 곧 하우스의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고금리, 밸류에이션 압축, 운용사 과잉, 출자자(LP) 심사 강화, 행동주의 압박이 동시에 작동하는 환경에서는 창업자 한 명의 판단만으로 조직을 끌고 가기 어렵다. 필요한 것은 운영 역량, 섹터 전문성, 제도화된 투자 의사결정, 투명한 거버넌스다.


과거 PEF의 핵심이 경영권 인수와 레버리지, 비용 효율화였다면 이제는 전문화·대형화·멀티 전략화가 동시에 요구된다. 한앤컴퍼니는 올해 신규 법인 에이치캠(HCAM)을 통해 부동산 전용 펀드 운용을 준비하고 있다. 전통 바이아웃만으로는 수익 창출과 외형 성장에 한계가 생긴 상황에서 대체투자 확장에 나서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VIG파트너스와 IMM프라이빗에쿼티 등이 사모신용 전문 자회사를 출범시키고 키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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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단순히 상품 라인업을 늘리는 차원이 아니라 LP들에 바이아웃·크레디트·부동산·인프라·메자닌 등 여러 전략을 조직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회수가 막힐 경우 자연스레 컨티뉴에이션 펀드나 세컨더리 매각 같은 대안을 고려하는 한편, 그 수익 공백을 크레디트로 안정적으로 채우는 복합 전략이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LP의 눈높이도 달라졌다. 홈플러스 사태 이후 주요 기관투자가들은 GP 선정 과정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책임투자, 내부통제 기준을 더 꼼꼼히 보겠다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금융당국과 국내 주요 LP들은 출자 심사 단계부터 준법감시 인력과 내부통제 체계를 평가 항목으로 반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제는 GP가 좋은 딜을 따오는 능력만으로 평가받지 않는 시대가 된 셈이다. 투자 이후 기업을 운영하고, 이해상충을 관리하며, LP와 시장에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이 됐다.


PEF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막 열리고 성장하던 당시에는 딜만 잘 따오면 막대한 캐리(성과 보수)가 어느 정도 보장되는 호시절이었지만, 지금은 정말 피말리는 경쟁이 팽배하다"며 "LP는 더 깐깐해졌고, 상법 개정과 행동주의까지 강화되면서 투자전략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해외엔 넓고 다양한 출구, 한국엔 좁은 문…"그럼에도 서서히 진화 중"

거인의 시대 저물고 시스템의 시대로…무한 생존경쟁의 시작 [PE 2.0]③ 원본보기 아이콘

역설적이게도, 이렇게 판이 복잡해진 상황이야말로 세대교체를 밀어붙이는 힘이다. 창업자 한 사람의 직관과 인맥으로 굴러가던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건, 곧 조직을 시스템으로 바꿔야 할 때가 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운영 역량과 섹터 전문성, 제도화된 의사결정을 갖추는 일은 결국 권한과 보상을 다음 세대와 나누는 작업과 맞닿아 있다. 1·2회에서 본 지분 양도와 출자좌 이전이 그 시작이었다.


문제는 그 세대교체가 한국에선 제한된 형태로만 이뤄진다는 점이다. 앞서 살펴봤듯, 외부 자본을 끌어들인 곳은 단 2곳에 그쳤다. 즉 창업자의 출구가 좁다는 것이다. 해외는 그 문이 넓고 다양하다. 운용사 지분 자체를 사주는 GP스테이크 전문 자본이 형성돼 있다. 2010년 출범한 블루아울 GP전략자본의 운용 규모만 약 706억달러에 이른다. 2021년 블루아울이 뉴욕증시에, 페터스힐이 런던증시에 오르는 등 상장을 통한 지분 유동화 창구도 넓다. 블랙스톤·KKR 같은 글로벌 PEF들이 창업자가 경영권을 쥔 채로도 지분을 시장에 풀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운용사 지분을 사주는 시장이 사실상 없다. 스틱이 외부 자본에 지분을 넘기고, 센트로이드가 대형 보험사를 주주로 맞은 일은 '이례적'으로 비치는 상황이다. 출구가 좁으니 세대교체는 자연히 안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닫힌 구조라고 해서 멈춰 선 것은 아니다. 안에서 지분을 떼어주고, 의사결정을 나누고, 다음 세대를 세우는 더딘 작업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창업자의 시대에서 시스템의 시대로. 그 이행은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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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PEF 운용사 대표는 "지난 20여년간 국내 최고급 인재들이 이 시장에 모여들었고, 그렇게 쌓인 인적 역량이 곧 한국 PEF가 짧은 기간에 이룬 성장의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커지고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경쟁 속에서도 업계의 성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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