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놈·야!"…막말 오갔던 90년대 초 남북 핵협상
"핵 문제 토의하는 사람이 핵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하는 놈이 어디 있느냐"
1991~1992년 진행됐던 남북 핵협상장에서는 이 같은 막말 외에도 상대 대표단의 외모 등을 겨냥한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오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독설과 격렬한 대치가 심화된 시점은 남북회의 초기가 아닌 본격적인 조항 조율이 이뤄지는 1992년 대표접촉 과정에서 나왔다.
30일 통일부가 공개한 1991~1993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이행 관련 남북 핵통제공동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남북이 각각 제시했던 비핵화 공동선언 초안과 상호사찰안, 협상 과정에서의 수정안과 회담 기록 등이 포함됐다. 이번 남북회담 문서 공개는 3836쪽 분량으로 '남북대화 사료집' 기준으로 제14권 일부와 17~20권이다.
당시 남북은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대표접촉 등을 포함해 총 32차례 핵협상을 추진했지만 실제 회의는 22차례 열리는 데 그쳤다. 단기간 수십 차례의 대화를 이어갔지만 상호 불신이 깊어 남북대화사 중 가장 거친 언사가 오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승훈 전 남북회담본부장(남북회담문서 공개 예비심사위원장)은 "남북대화 사례 중 가장 거칠고 치열한 협상이었다"며 "회의록을 보면 욕을 하거나 상대방을 모욕하는 언사들이 나온다"고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당시 이례적으로 남북 간에 핵문제 관해 수십 차례 논의됐다"며 "북측 비타협적 자세, 지연전술, 우리 측 협상력 부재로 성과가 제한적이었다"고 진단했다.
협상 과정에서 남측은 실효성 있는 상호사찰 체계를 요구하며 모든 민간·군사시설을 포함한 성역 없는 사찰을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정 전 본부장은 "그런 남측 입장의 관철을 위해선 강력한 레버리지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북측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문제와 남북 상호사찰 문제를 분리하려는 입장을 고수하며 주한미군 핵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심의위원으로 참여한 박용한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위원은 "북측은 주한미군에 배치된 핵문제를 더 부각해서 문제 삼으려고 했다"며 "IAEA와 해결하고 우리와 분리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협상이 장기화하며 회담 분위기는 격화했다. 1992년 3월 제6차 대표접촉 당시 남측 임동원 대표는 북측에 사찰 시효를 요구하며 최우진 외교부 순회대사를 향해 책상을 치며 "핵 문제 토의하는 사람이 핵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하는 놈이 어디 있느냐"고 했고 북측 역시 "야! 어디 책상을 쳐!"라고 받아쳤다.
특히 협상 막바지인 1992년 10월부터는 한미 양국군의 연합군사훈련인 팀스피릿 군사훈련 재개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남측은 상호 시범사찰을 제안했지만 북측은 팀스피릿을 핵 공격을 가상한 훈련으로 규정하고 이를 먼저 중단해야 한다고 맞섰다. 관련해 박 위원은 "북측이 팀스피릿 재개 문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며 "당초 훈련은 폐지가 아니라 중단이었고, 비핵화 관련 후속회담에서 유의미한 협상이 이뤄지지 않자 1993년 재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92년 12월 제13차 회의장에서는 스탈린과 김일성 초상화가 함께 실린 사진을 둘러싼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북한이 남북 당사자 해결 원칙을 주장하며 한국 정부를 비판하자 공로명 위원장은 한국전쟁을 소련과 공모해 일으키지 않았느냐는 취지로 해당 사진이 게재된 남측 신문을 건넸다. 이에 최우진 북측 대표는 "그런 건 가져가라"며 사진을 보지도 않고 찢어버렸다. 이에 공 원장은 "왜 그, 저, 위대한 지도자 사진인데, 왜 찢습니까!"라고 했다. 이에 북측이 "오늘 완전히 도발"이라고 하자 남측은 "도발은 기록에 남아있어"라며 맞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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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외모를 겨냥한 발언도 찾아볼 수 있다. 같은 해 6월에 열린 6차 회의에서는 공로명 당시 핵통제공동위 위원장을 향해 북측 최우진 대표는 "공 위원장 머리카락 없는데 괜히 모자 안 쓰고 나갔다가 햇볕에 쬐게 되면 건강에 나쁘다"고 외모 비하발언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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