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이주의 전시는 전국 각지의 전시 중 한 주간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전시를 정리해 소개합니다.
Holy Mother & Ultra Monster_2013_C-print, Mixed media_126x98x74cm. 페이지룸8

Holy Mother & Ultra Monster_2013_C-print, Mixed media_126x98x74cm. 페이지룸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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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상·함성주 2인전 '더블스프레드'

조각은 꼭 덩어리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페이지룸8에서 열리는 권오상·함성주 2인전 '더블스프레드'는 조각을 전공한 두 작가가 평면 위에서 입체감을 다루는 방식을 보여준다. 페이지룸8의 기획전 '조각가의 드로잉' 세 번째 전시로, 제목은 책을 펼친 양쪽 면을 뜻한다. 권오상은 사진과 이미지를 물질처럼 다뤄 조각의 무게와 양감, 기념비성을 뒤집어왔다. '릴리프' '더 플랫' '데오도란트' 등으로 이어지는 작업은 사진이 입체가 되기 전후의 긴장된 상태를 드러내고, 기타와 두상, 가구 같은 사적 오브제는 조각의 형식을 가볍게 비틀며 다시 세운다.

페이지룸8에서 열리는 권오상·함성주 2인전 '더블스프레드' 전시 전경. 페이지룸8

페이지룸8에서 열리는 권오상·함성주 2인전 '더블스프레드' 전시 전경. 페이지룸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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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주는 무채색 인물 연작으로 평면 위에 조각적 감각을 끌어온다. 캔버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현실과 가상, 패션 이미지와 게임 캐릭터의 분위기를 오가며 특정한 초상보다 화면 위에서 다듬어지는 형상에 가깝다. 이목구비를 붙이고 문지르고 깎아내는 듯한 붓질은 회화이지만, 태도는 소조에 가깝다. 전시는 두 작가의 작업을 책장 넘기듯 배열하며, 납작한 이미지가 어떻게 공간감과 촉각을 얻는지 묻는다. 전시는 7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페이지룸8.


임영주, 가쿠메이 鶴鳴, 2026, 단채널 영상,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22분. 두산갤러리

임영주, 가쿠메이 鶴鳴, 2026, 단채널 영상,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22분. 두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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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문극장 기획전 '3개국어'

한 사람은 하나의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다. 두산인문극장 기획전 '3개국어'는 국적, 성별, 언어, 연령 같은 분류표 바깥으로 새어 나가는 존재를 다룬다. 전시 제목은 북한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미국 이주와 귀국을 지나온 한 개인의 말에서 출발했다. 생의 마지막 시기에 그는 일본어와 영어, 한국어를 섞어 말했다. 언어의 혼용은 혼란이 아니라, 한 몸 안에 축적된 시간과 기억의 층위를 드러내는 방식이 된다.

정서영, 떠돌이, 2022, 시멘트, 62 × 142 × 92cm. 두산갤러리

정서영, 떠돌이, 2022, 시멘트, 62 × 142 × 92cm. 두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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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 임영주, 정서영, 조은영은 그 층위를 각자의 언어로 번역한다. 조은영은 한국인 할머니와 미국인 할머니의 대화를 번역과 낭독 속에서 어긋나게 하고, 임영주는 할머니의 학 울음 흉내와 어머니의 학춤을 통해 세대를 건너 남은 감각의 유산을 좇는다. 김익현은 동상과 청동기의 이미지를 통해 기념과 분류의 체계에 남은 누락을 드러내고, 정서영은 조각과 사운드로 사물이 무엇이 되기 직전의 상태를 붙든다. 전시는 한 존재를 정확히 분류하려는 시도보다, 끝내 분류되지 않는 틈을 오래 들여다본다. 8월1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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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피부 2026 Collagraph, drypoint, silkscreen, monotype on Hanji, collage on canvas 130.3x162.2cm. 표갤러리

두번째 피부 2026 Collagraph, drypoint, silkscreen, monotype on Hanji, collage on canvas 130.3x162.2cm. 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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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로 개인전 '검은 숲, 찬란한 밑바닥'

김미로의 숲은 어둡지만, 그 어둠은 비어 있지 않다. 개인전 '검은 숲, 찬란한 밑바닥'에서 작가는 꽃과 나무, 동물의 형상으로 살아남는 존재의 표정을 새긴다. 화면은 한 번에 그려지지 않는다. 에칭, 콜라그래피, 모노타입, 실크스크린으로 찍은 이미지를 오리고 겹치고 붙여 단 하나의 화면으로 만든다. 판화의 반복성과 콜라주의 우연성이 만나면서 꽃잎의 가장자리, 짐승의 무늬, 식물의 줄기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의 결이 된다.

1인칭 수평감각 2024 Monotype, collagraph on Hanji, collage on canvas 116.8x91cm. 표갤러리

1인칭 수평감각 2024 Monotype, collagraph on Hanji, collage on canvas 116.8x91cm. 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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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의 키워드는 생존이다. 검은 카라, 열대 장미, 튤립, 여우, 토끼, 부엉이는 장식적 자연물이 아니라 위장과 방어, 침묵과 비밀을 품은 존재로 등장한다. 찢어진 꽃잎과 겹쳐진 형상은 상처를 숨기기보다 시간 속에 새겨진 흔적으로 남긴다. 김미로의 화면에서 찬란함은 밝은 곳에서 오는 빛이 아니라, 어둠을 통과한 몸에 남은 감각에 가깝다. 8월1일까지, 서울 종로구 표갤러리.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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