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원, 리사 쿡 Fed 이사 해임 제동…독립 규제기관 해임권은 확대
Fed 이사의 정치적 독립성 훼손 판단
반면 독립기관 해임 권한은 인정
유사기관 20여곳 영향받을 전망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해임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대통령이 독립 규제기관 수장을 폭넓게 해임할 수 있다고 판결하면서도, 중앙은행인 Fed에 대해서는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보호돼야 한다는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쿡 이사를 해임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정부 측 요청을 5대 4로 기각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다수 의견에서 의회가 Fed 이사 해임 권한을 제한한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대통령이 언제든, 어떤 이유로든, 사전 통지나 사후 사법 심사 없이 Fed 이사를 해임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Fed가 정치적 압력에서 벗어나 금리를 결정하도록 한 제도적 취지를 훼손한다는 판단이다.
이번 결정은 미국 대통령이 Fed 이사를 해임하려 한 첫 사례에 제동을 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쿡 이사가 주택담보대출 서류에서 두 채의 주택을 각각 주 거주지로 기재했다는 의혹을 이유로 해임을 통보했다. 해당 의혹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빌 풀트 연방주택금융청장이 제기했다. 쿡 이사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기소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쿡 이사가 혐의를 제대로 다툴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급심도 앞서 쿡 이사의 직무 유지를 허용했고, 이번 대법원 결정으로 쿡 이사는 본안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Fed 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쿡 이사는 성명에서 이번 사안이 Fed 이사가 되기 전 작성한 주택담보대출 서류 문제가 아니라며, 자신이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금리를 결정했기 때문에 제거하려는 시도였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케빈 워시 Fed 의장 체제의 독립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출범 이후 Fed가 금리를 충분히 빠르게 낮추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투자자들은 대통령이 Fed 이사진을 임의로 교체할 수 있게 될 경우 중앙은행의 물가 안정 의지가 흔들리고, 미 국채시장 신뢰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Fed 아닌 독립기관 해임 권한은 인정
다만 대법원이 독립기관 전반의 신분 보장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같은 날 별도 사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소속 레베카 슬로터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을 해임한 조치를 6대 3으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FTC 위원을 대통령이 정당한 사유 없이 해임하지 못하도록 한 법적 제한이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1935년 연방대법원이 FTC 위원의 신분 보장을 인정했던 '험프리스 엑시큐터'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판결로 FTC뿐 아니라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 등 최대 20여개 유사 독립기관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WSJ는 전국노동관계위원회와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 원자력규제위원회(NRC) 등도 대통령 해임권 확대의 영향권에 들 수 있다고 짚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는 하급자는 대통령에 의해 해임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 그들이 대통령에게 책임을 지고, 대통령은 국민에게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행정권은 대통령에게 집중돼야 한다는 보수 법조계의 '단일 행정부' 이론을 대법원이 강하게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결정을 "역사적이고 전례 없는 판결"이라고 평가하며 환영했다. 그는 90년 된 판례가 완전히 뒤집혔고 대통령 권한이 크게 강화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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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진보 성향 대법관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반대 의견에서 다수 의견이 정부 구조를 다시 만들었다며, 수십 개의 독립위원회가 사실상 순수한 행정부 기관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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