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아끼고 돈 아끼고, 애인보다 엄마가 편해요"…'엄미새'가 된 Z세대
연인보다 가족…달라진 친밀감의 방향
집값·취업난도 한몫…늘어나는 '전업자녀'
10대 중후반부터 20대에 걸쳐있는 Z세대 사이에서 최근 '엄미새'라는 신조어가 확산하고 있다. 엄마에 미친 사람이라는 표현으로 엄마와 여행이나 쇼핑을 즐기고 일상을 함께하는 젊은 층을 친근하게 일컫는 말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스스로를 엄미새라고 부르는 청년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유튜브에도 '엄마와 데이트' '엄마와 쇼핑' 등 엄마와 함께하는 일상을 공유하는 콘텐츠가 꾸준히 올라온다.
과거에는 부모와 지나치게 가까운 자녀를 '마마보이'나 '마마걸'이라 부르며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이제는 부모와 친한 관계를 자랑스럽게 드러내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엄마뿐 아니라 언니와 친한 사람을 뜻하는 '언미새', 동생과 가까운 사람을 뜻하는 '동미새' 등 가족을 중심으로 한 신조어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연애 안 해도 괜찮아요"…연인에서 가족으로 옮겨간 친밀감
흥미로운 건 청년층에서 연애하지 않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인구보건복지협회가 한 '청년의 연애·결혼·출산 인식 조사'를 보면 만 19~34세 비혼 청년의 65.5%가 현재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70%는 스스로 원해서 연애를 하지 않는 '자발적 비연애' 상태라고 답했다.
데이터컨설팅 기업 피앰아이가 지난해 진행한 조사에서도 만 20~49세 미혼남녀의 71.7%가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연애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청년들이 친밀한 관계 자체를 기피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리서치의 '인간관계 인식조사'에 따르면 18~29세 응답자의 94%는 '다수와 깊지 않은 관계'보다 '소수와 깊은 관계'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과거 연인이 맡았던 정서적 지지와 공감, 일상 공유의 역할을 가족이 대신하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관계 피로와 경제적 부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시간과 감정,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연애의 부담은 커진 반면 취업과 주거 불안은 계속되면서 청년들이 가장 익숙하고 안전한 관계인 가족에게 정서적으로 기대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얘기다.
취업난·집값에 늦어지는 독립…늘어나는 '전업자녀'
'엄미새' 현상은 청년의 주거 현실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국무조정실의 '2024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9~34세 청년의 54.4%는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부모와 동거하는 청년의 56.6%는 독립하지 못하는 이유로 '경제적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서'를 꼽았고, 구체적인 독립 계획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8.0%에 그쳤다.
점점 높아지는 집값과 전셋값, 취업난, 생활비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독립 시기가 전반적으로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서도 한국 20대의 부모 동거 비율은 2022년 기준 약 81%로, OECD 평균치인 50% 수준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부모와 함께 살며 청소·요리·돌봄 등 가사를 담당하는 자녀를 뜻하는 '전업자녀' 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부모 의존을 부정적으로 보기보다 가족 구성원 간 역할을 나누는 새로운 생활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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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미새'나 '전업자녀' 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건 청년 세대의 달라진 가족 관계와 현실을 보여주는 사회적 현상으로 읽힌다. 전문가들은 가족이 정서적 안식처가 되는 것은 긍정적인 보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부모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더라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는 자율성은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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