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유령 외국인' 산다…구멍 뚫린 체류지 관리
외국인 체류지 관리 공백…신고에 의존
등본에 없어 집주인도 모르는 경우 허다
내국인은 행안부, 외국인은 법무부 소관
#. 부산에 사는 40대 A씨는 지난달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국인 명의 선거 안내문을 받았다. 수년 전부터 거주해온 집이었고 안내문에 적힌 이름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오배송으로 여긴 A씨는 주민센터를 찾아 외국인 체류확인서를 열람했다가 예상치 못한 사실을 알게 됐다. 중국인 2명이 2016년부터 자신의 집에 거주자로 등록돼 있던 것이다. A씨는 "등본에도 나오지 않는데 어떻게 이런 사실을 알 수 있겠느냐"며 "선거 우편물이 아니었다면 평생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에서 신혼생활 중인 30대 B씨 부부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부부는 수년 전부터 외국인 명의 우편물이 배송되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 확인해보니 지난 2012년부터 한 중국인이 자신의 주소지에 등록돼 있었다. B씨는 부동산 매매계약서와 신분증 사본, 외국인 미거주 사실 확인서 등을 출입국 당국에 제출한 뒤에야 거주 불명 처리를 할 수 있었다. B씨는 "집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는데도 거주 기록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게 너무 당황스러웠다"고 꼬집었다.
유학생과 외국인 노동자 증가로 국내 장기체류 외국인이 200만명을 넘어섰지만, 체류지 관리는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등록을 바탕으로 사실 조사 또는 직권 정리가 가능한 내국인과 달리 외국인은 주소를 옮기더라도 직접 신고하지 않으면 관할 당국이 체류지를 알 방법이 없다. 소재 파악 등 행정 문제는 물론, 불법체류자 관리에도 허점에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법무부에 따르면 등록이 필요한 장기체류 외국인은 2023년 188만1921명, 2024년, 204만2017명, 지난해 215만9052명으로 늘고 있다. 불법체류 외국인은 2020년 이후 해마다 40만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학생이 늘어나면서 학생 신분의 불법체류자도 상당하다. 올해 2월 기준 학위과정(D-2)·어학연수(D-4-1) 비자를 소지한 유학생은 29만7952명, 불법체류자는 3만1249명(10.5%)으로 집계됐다. 어학연수로 좁히면 7만5033명 중 2만2158명(29.5%)이 불법체류 상태였다.
외국인 체류지 관리는 소재를 확인하는 것부터 각종 행정 통지와 민원·수사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하는 기본 장치다. 실제 거주지와 등록 체류지가 어긋난 상태로 방치되면 선거·세금·복지 등 공적 우편물이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된다. 범죄·재난 대응에도 공백이 생길 수 있다.
내국인은 행정안전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등록 제도를 바탕으로 관리한다. 거주지가 불명일 경우 직권 조사·정리도 가능하다. 반면 법무부가 별도 관리하는 외국인은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하거나 주소 정보를 정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등록 외국인은 체류지를 옮길 경우 변경 신고를 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스스로 체류지 변경을 제때 신고하지 않을 경우 실제 거주지를 장기간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는 구조다.
'우리집'에 외국인이 등록돼 있을 경우에도 대처가 쉽지 않다. 자신의 건물이나 주택에 등록된 외국인 현황을 확인하려면 임대차계약서나 매매계약서 등 신청 자격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갖춘 뒤 출입국·외국인청 관서 또는 행정복지센터를 직접 방문해야 한다. 외국인 현황을 파악하기 쉽도록 2023년 6월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한 절차지만, 여전히 온라인 신청은 불가하다.
'중국인 명의로 된 경찰 출석 요구서'를 받아본 기자가 직접 외국인 체류확인서를 발급해보니 절차부터 까다로웠다. 서울 출입국·외국인청 세종로출장소를 찾아 문의하자 담당 직원은 주민센터 방문을 권했다. 구두로 임대차계약을 연장하다 보니 서류상 계약기간이 만료된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다시 동대문구 휘경2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20분 넘게 대기한 끝에 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다. 신청서 양식도 온라인에 게재돼 있지 않아 현장에서 확인한 뒤 작성해야 했다.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의 등록 사실이 확인된 뒤에는 '미거주 사실 확인서'까지 제출해야 거주 불명 처리가 가능했다. 이때 법무부는 신고가 접수되면 등록된 연락처로 관할 출입국·외국인청에 출석할 것을 통보한다. 연락이 닿지 않으면 외국인이 체류 연장이나 각종 허가를 위해 기관을 방문할 때 직원 확인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전산에 기록해두는 데 그친다. 실태조사팀이 현장 조사에 나설 수 있지만, 대상자가 많아 모든 미거주 신고를 확인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법무부 관계자는 "신고가 이뤄지지 않으면 행정기관이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등본에도 표시되지 않다 보니 집주인이나 실제 거주자가 이를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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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외국인 체류지 관리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제도 개선과 행정역량 강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영옥 이주사회통합정책연구소장은 "외국인 특성상 등록 이후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하는 데 행정적 한계가 있다"며 "장기체류 외국인이 늘고 있는 만큼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관계기관 협력을 강화해 체류지 정보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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