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과열·금융 불균형 한은의 고심
'제2의 닷컴버블' 고금리 장기화 우려

[논단]AI 낙관론과 한국 경제의 금리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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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금융시장에서 흥미로워 보이는 변화 중 하나는 '인공지능(AI)이 금리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다.


전통적으로 기술 혁신은 생산성을 높이고 물가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동한다고 여겨져 왔다. 실제 인터넷과 자동화 기술의 확산은 장기적으로 비용 절감과 공급 확대를 통해 인플레이션의 압력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지금의 AI 열풍은 조금 다르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AI가 오히려 고금리 환경을 연장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AI 시대의 통화정책에 대해 최근 다소 신중해졌다. 그는 일전에 AI가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금리를 인하할 여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이전 단계에서 막대한 투자 확대와 자산시장 과열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인정했다. 실제 미국 증시는 이미 AI와 관련된 기대감에 크게 반응하고 있다. 반도체,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전력 인프라 기업들의 주가는 급등했고, 시장 전체의 밸류에이션 역시 높아졌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단순한 금융시장 내부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AI 산업은 기존의 정보통신기술(IT) 혁신보다 훨씬 더 많은 실물투자를 요구한다. 대표적으로 데이터센터 건설, 전력망 확충, 고성능 반도체 생산, 냉각설비 구축 등 대규모 자본지출이 동반된다. 이는 총수요를 강하게 자극한다. 기업들은 미래에 성장할 것이란 기대 속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자산가격이 상승하며 소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경제 전체가 빠르게 과열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이러한 변화에 특히 민감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반도체와 전력기기, 배터리 등 AI 인프라와 밀접하게 연결된 산업의 비중이 높아서 더욱 그렇다. AI 투자 사이클이 본격화할 경우 수출과 기업이익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최근 국내 증시에서도 AI 관련 반도체와 전력설비 기업들에 대한 기대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부작용도 우려된다. 우리 경제는 이미 가계부채가 높아졌고 부동산에 의존된 자산구조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최근의 주가 급등과 레버리지 투자 확대, 가계대출 증가,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 우려는, AI 관련 기업들에 대한 기대가 금융불균형으로 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만약 AI 낙관론이 주가 상승을 넘어 부동산 가격까지 다시 밀어 올린다면 금융안정 리스크가 확대될 위험이 있다. 자산가격 상승은 다시 차입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소비와 투자 과열을 더욱 부추긴다. 이러면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물가뿐 아니라 금융불균형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금리를 낮게 유지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다. 여기에 이미 높은 원·달러 환율 상황에서 미국 중심의 AI 투자 붐이 달러 강세 또는 원화 약세 압력을 키울 경우, 우리 경제에는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미국과의 금리 연동성이 특히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이 AI 투자 붐과 자산시장 과열, 전력·인프라 비용 상승 등으로 인해 예상보다 높은 금리를 오래 유지하거나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열어둘 경우, 우리나라 역시 독자적으로 금리를 빠르게 낮추기 어려워진다. 금리 차 확대는 원화 약세와 자본유출 압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도 상당 기간 높은 금리 수준을 감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AI가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비용을 절감하며 공급능력을 확대한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물가가 안정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과도기다. 현재 시장은 생산성 향상보다 미래 기대를 훨씬 빠르게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이는 1990년대 후반 닷컴버블 초기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당시에도 기술혁신 기대가 자산가격을 먼저 밀어 올렸고 중앙은행은 경기 과열과 금융시장 불안을 동시에 고민해야 했다.


AI 시대는 단순한 기술혁신의 시대가 아니다. 그것은 자산시장과 통화정책, 금융안정의 균형을 다시 시험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우리 경제 역시 이제는 단순히 경기 둔화만 바라보며 금리 정책을 고민하기 어려운 환경에 들어서고 있다. AI는 미래 성장의 기회지만,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고금리 압력을 만들어낼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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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일 미국 미시간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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