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반도체 저리대출부터 150조 펀드까지…국민성장펀드 밑그림 그린 김기태 서기관
반도체 저리대출부터 첨단전략산업기금까지
국가 전략산업 금융 지원책 설계 밑그림
직접투자·인프라 투자로 정책성 펀드 한계 보완
국민성장펀드 조기 안착 공로
금융위人상 최고상 수상
"기존 정부 주도형 정책성 펀드의 한계를 넘어서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깊이 고민했습니다. 국가 전략산업을 대폭 육성하려면 국민성장펀드는 단순한 대출 지원을 넘어 대규모 직접투자와 초장기 인프라 투자가 가능한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봤죠."
김기태 금융위원회 국민성장펀드 추진단 총괄 서기관은 지난 28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성장펀드는 정부가 2024년 반도체 저리대출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첨단전략산업 전반을 지원하는 체계로 확장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한 결과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민성장펀드가 공식 출범하기 전부터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 전략산업 지원 체계의 밑그림을 그려온 실무자다. 2024년 금융위원회 산업금융과에서 반도체 저리대출 프로그램 구상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첨단전략산업기금과 민간자금을 결합한 국민성장펀드 설계 실무를 도맡았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김 서기관은 지난 18일 금융위가 개최한 '제2회 금융위人상'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금뮹이상'을 받았다. '뮹이'는 금융위를 상징하는 마스코트 이름이다. 금융위는 그가 국민성장펀드 출범을 주도하고 초기 집행 실무를 총괄해 펀드의 조기 안착을 이끈 점을 높이 평가했다.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강력한 지원책을 구상한 것은 2024년이었다. 당시 정부는 한국산업은행을 통해 3년간 17조원 규모의 자금을 시중 최저 수준의 금리로 공급하는 반도체 저리대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김 서기관은 금융위 산업금융과에서 해당 프로그램 설계를 맡았다. 당시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던 시기였다.
그는 "당시 기업들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재정 여건상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저리대출은 상대적으로 적은 재정 투입으로도 기업의 금융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어 사실상 보조금 이상의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이 2024년 하반기 가동된 뒤 2025년 재정 연계 방식으로 본격화되면서 현장의 긍정적인 반응도 커졌다. 이에 지원 대상을 첨단산업 전반으로 넓히는 논의가 시작됐다. 산업은행에 정부 보증을 기반으로 한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설치하고 대출뿐 아니라 직접투자와 인프라 금융까지 공급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이후 산업은행법 개정과 정부 보증 동의안의 국회 통과를 거쳐 첨단전략산업기금과 민간자금을 결합한 국민성장펀드로 확대됐다.
김 서기관은 "반도체 저리대출부터 첨단전략산업기금, 국민성장펀드의 이름과 구조를 만드는 과정까지 함께했다"며 "직접 설계한 정책을 추진단에서 집행까지 맡게 돼 애착이 크다"고 말했다.
단순 대출 지원 넘어 직접 지분 투자 등 보완
설계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기존 정책성 펀드와의 차별화였다. 과거 뉴딜펀드와 혁신성장펀드는 정부와 산업은행이 마중물 자금을 공급하고, 민간 운용사가 나머지 자금을 조성해 투자하는 간접투자 방식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운용사 선정 이후에는 정부가 투자 방향에 관여하기 어렵고, 운용사들이 수익률과 회수 가능성을 우선하면서 투자 규모가 작아지고 투자 기간도 짧아지는 한계가 있었다.
김 서기관은 "기존 펀드는 개별 투자 규모가 평균 50억~60억원 수준으로 쪼개지면서 산업 판도를 바꿀 대형 프로젝트에 자금이 충분히 들어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수익성 위주의 투자를 선호하게 되는 구조적 한계도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국민성장펀드는 기존 구조와의 차별화에 초점을 맞췄다. 국가 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고민에서 출발한 만큼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 같은 첨단기술 기업에 수천억 원 단위로 직접 지분투자를 하고, 신안우이 해상풍력처럼 수조 원 규모의 인프라 사업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구조에 무게를 뒀다.
단기 수익성에 매이지 않도록 10년 이상 투자하는 초장기 투자 리그도 신설했다. 직접투자와 간접투자, 인프라 투·융자, 초저리대출을 하나의 체계 안에 묶어 기업과 사업의 성격에 따라 지원 방식을 달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민성장펀드는 총 150조원 가운데 직접투자 15조원, 간접투자 35조원, 인프라 투·융자 50조원, 초저리대출 50조원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시중은행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제도 정비도 병행됐다. 금융위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정책 목적 펀드에 적용되는 위험가중치를 기존 400%에서 100%로 낮출 수 있도록 기준을 정비했다. 직접투자와 프로젝트펀드 출자, 인프라 투·융자, 초저리대출에 참여하는 금융회사의 책임 부담을 덜기 위한 면책 기준도 마련했다.
김 서기관은 "은행 입장에서는 담보가 명확한 주택담보대출이 가장 쉽지만, 미래 성장성과 기술력을 보고 기업에 투자하는 일은 훨씬 어렵다"며 "은행권도 담보 중심 관행에서 벗어나 기업금융과 투자 역량을 키우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국민성장펀드 추진단에는 10개 부처 공무원이 파견돼 산업별 전문성을 보완하고 있다. 방위산업과 바이오, 인공지능(AI), 드론 등 분야별 전문가를 초청해 세미나를 열고 투자 대상 산업을 공부한다. 김 서기관은 "산업 현장과 직접 만나 소통하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기존 업무 수행 방식과 차이가 있다"고 했다.
특정 기업과 프로젝트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외부 비판도 적지 않다. 수도권이나 특정 지역에 지원이 쏠린다는 지적부터 개별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까지 종종 제기된다. 특정 기업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과정에서는 경쟁 기업 간 신경전도 적지 않다. 그는 "국내전이 아니라 국가 대항전인 만큼 안에서 소모적으로 싸우기보다 함께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국민성장펀드는 전체 자금의 40% 이상인 60조원 이상을 비수도권에 배분하도록 노력한다는 목표도 담았다. 김 서기관은 "첨단산업 생태계가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지방 40% 목표를 맞추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라면서도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산업은행과 함께 지속해서 고민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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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국민성장펀드를 산업 전환을 뒷받침하는 장기 플랫폼으로 남기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김 서기관은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조선, 화학 등 다양한 산업에서 세계 최상위권 경쟁력을 갖춘 드문 나라"라며 "기업이 쌓아온 경쟁력이 금융 지원 부족으로 꺾이지 않도록 뒤에서 제대로 지원하는 체계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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