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국에 칩 구애하는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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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이폰을 소개합니다. 애플이 캘리포니아에서 설계하고, 중국에서 생산됐으며, 누군가의 묵인 속에 승인된 제품입니다."


지난달 애플이 미국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만든 D램을 구매할 수 있도록 미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가 나온 후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올라온 풍자적인 댓글이다. 일부 애플 옹호론자들도 있지만 "적어도 내 아이폰에는 안 된다"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다.

애플이 대외적 이미지에도 위험한 베팅에 나선 건 이들의 심각함을 보여준다. AI 붐 속에서 데이터센터 등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늘자 전자제품에 배정되는 물량이 줄었다.


IT 전문가인 궈밍치에 따르면, 스마트폰·태블릿·노트북에 들어가는 저전력 D램(LPDDR) 공급은 현저히 부족하다. 이로 인해 애플의 올 하반기~내년 1분기 'A20'칩 조달 물량은 당초 목표치를 10~20% 미달할 가능성이 있다.

애플의 로비가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월가의 중론이다.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는 미 의회의 대중 강경파들의 거센 반대와 실질적인 안보 위협 문제 때문이다.


만약 어렵게 로비에 성공해도 충분한 공급 물량을 확보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CXMT는 기업공개(IPO) 안내서에서 공급량이 자국 수요도 못 따라간다고 밝혔다. '아이폰 탑재' 후광 효과를 감안해도 상대적 우위가 있는 쪽에서 먼저 공급가를 낮춰줄 가능성도 크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구매력을 앞세워 가격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해 온 애플이 중국산 반도체 기업에 구애하는 모습은 생경하다. 이 가운데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고위 임원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메모리 공급 부족의 배경으로 "장기간 낮게 유지된 공급가"를 지목했다. 눌렸던 반도체업계의 설움이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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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로 먹고사는 한국 입장에선 일면 다행스럽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의 이해관계를 위해 언제, 어떻게 대(對)중국 정책 기조를 바꿀지는 아무도 모른다. 게다가 애플의 수장 팀 쿡은 미·중 사이에서 10년 넘게 '줄타기 외교'를 한 전략가다. 우리 기업과 정부도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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