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론용 반도체 사용 공감대 형성
퓨리오사·리벨리온 국민성장펀드로 양산·서버화 자금 확보
딥엑스는 피지컬 AI, 하이퍼엑셀은 LLM 추론 시장 공략
K-Perf·해외실증·세레브라스 IPO·Groq-엔비디아 협력

국산 NPU, 구호에서 실물로…AI반도체 판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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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상반기 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의 핵심어는 '실체'라고 압축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 신경망처리장치(NPU) 기업들은 기술력은 인정받았지만, 시장 검증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가 AI 학습과 데이터센터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국산 AI 반도체가 실제 고객과 해외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컸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분위기는 달라졌다. 국산 NPU 업체들은 시제품과 연구개발 성과를 넘어 칩을 실제로 찍어내고, 카드와 서버, 랙 단위 인프라로 만들어 고객에게 공급하는 단계로 이동했다. 경쟁의 기준도 '국산이냐 아니냐'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느냐'로 바뀌었다. AI 모델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는지, 기존 소프트웨어와 호환되는지, 전력비를 낮출 수 있는지, 데이터센터와 산업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 됐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가 4월2일 서울 강남구 에스제이쿤스트할레에서 열린 '레니게이드 2026 서밋'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 백준호 대표는 레니게이드 칩의 성공을 자신했다. 연합뉴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가 4월2일 서울 강남구 에스제이쿤스트할레에서 열린 '레니게이드 2026 서밋'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 백준호 대표는 레니게이드 칩의 성공을 자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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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발 성공에서 서버 납품으로‥국민성장펀드, 양산 위험을 나눠지다=AI 반도체 사업은 설계 이후가 더 무겁다. 테이프아웃과 시제품 제작은 출발점일 뿐이다. 실제 양산에 들어가려면 파운드리 생산 물량을 확보하고, HBM 등 고가 메모리와 첨단 패키징, 보드 설계, PCIe 카드 제작, 서버 통합, 냉각·전력 검증, 소프트웨어 최적화, 고객 현장 안정화까지 이어져야 한다. 국산 NPU 기업들이 올해 강조한 '풀스택'은 이 과정을 직접 감당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금융위원회가 국민성장펀드의 역할을 첨단산업의 위험을 분담하는 자본으로 설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AI 반도체 기업은 제품이 등장하기도 전에 웨이퍼, 메모리, 패키징, 서버 부품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고객 검증 기간도 길다. 연구개발 자금만으로는 양산과 납품의 문턱을 넘기 어렵다. 퓨리오사AI가 불과 1년전 직원 월급을 걱정해야 할 정도의 자금 상황이었던 것도이런 이유에서다.

올해 상반기 국민성장펀드는 국산 AI 반도체 산업의 중요한 변곡점이 됐다. 금융위는 퓨리오사AI에 8000억원 내외 직접 지분투자를 승인했다. 이 가운데 첨단전략산업기금 직접투자 규모는 3700억원이다. 투자 목적은 2세대 NPU 레니게이드 생산 확대와 2나노 공정·HBM4/4E 기반 3세대 제품 개발이다.


리벨리온도 국민성장펀드 직접투자 1호 기업으로 선정됐다. 금융위는 리벨리온의 AI 반도체 양산 및 차세대 AI 반도체 개발사업에 첨단전략산업기금 2500억원을 직접 투자하기로 했다. 전체 증자 규모는 금융위 발표 기준 6000억원으로, 정책금융과 민간 자본이 결합한 구조다.


이는 단순한 보조금이 아니다. 국산 NPU 기업들이 칩을 실제로 찍어내고, 카드·서버·랙 단위 제품으로 만들어 고객에게 납품하는 단계에서 필요한 장기 자본이다.

4월 2일 서울 강남구 에스제이쿤스트할레에서 열린 '레니게이드 2026 서밋' 행사에서는 레니게이드칩을 활용해 만들어진 완성품 NPU 실물과 서버 구성이 공개됐다. 사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4월 2일 서울 강남구 에스제이쿤스트할레에서 열린 '레니게이드 2026 서밋' 행사에서는 레니게이드칩을 활용해 만들어진 완성품 NPU 실물과 서버 구성이 공개됐다. 사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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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퓨리오사AI, 양산과 브로드컴 협력으로 전면 부상=퓨리오사AI는 올해 상반기 국산 AI 반도체 산업의 실물화 흐름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기업이다. 회사는 2세대 AI 추론 가속기 레니게이드 양산을 본격화하고, 이를 PCIe 카드와 턴키 서버 형태로 기업 고객에게 공급하기 시작했다. 4월에는 이례적으로 '레니게이드 2026 서밋'을 열어 제품 상용화 성과와 생태계 확장 계획을 국내외와 주요 파트너들에 공개했다.


퓨리오사AI가 겨냥하는 시장은 AI 추론이다. 대규모 AI 학습은 여전히 GPU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실제 AI 서비스가 확산할수록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추론 연산의 비용과 전력 부담이 커진다. 챗봇, AI 에이전트, 기업용 생성형 AI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데이터센터 운영비는 빠르게 증가한다. 퓨리오사AI는 이 지점에서 전력당 성능과 총소유비용 절감을 앞세운다.


미국의 주요 반도체 관련 기업 브로드컴과의 협력도 상반기 주요 성과다. 퓨리오사AI는 브로드컴과 3세대 AI 가속기 개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양사는 퓨리오사AI의 아키텍처와 브로드컴의 XPU 기술, 이더넷 스케일업, 패브릭 스위치 역량을 결합해 차세대 추론 플랫폼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는 국산 NPU 기업이 칩 단위 경쟁을 넘어 서버와 랙 전체의 통신 효율, 메모리 활용, 전력 효율을 겨루는 랙 스케일 인프라 경쟁으로 올라서려는 시도다.


지난 3월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K-엔비디아 프로젝트' 민관 합동 간담회에서 AI 반도체 기업 5사 대표들이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인사말을 듣고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신성규 리벨리온 CFO, 김주영 하이퍼엑셀 대표,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 김녹원 딥엑스 대표, 신동주 모빌린트 대표. 2026.3.17 조용준 기자

지난 3월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K-엔비디아 프로젝트' 민관 합동 간담회에서 AI 반도체 기업 5사 대표들이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인사말을 듣고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신성규 리벨리온 CFO, 김주영 하이퍼엑셀 대표,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 김녹원 딥엑스 대표, 신동주 모빌린트 대표. 2026.3.17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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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벨리온, 국민성장펀드 1호 투자 유치‥딥엑스와 하이퍼엑셀, 시장 세분화=리벨리온은 대규모 투자와 랙 단위 인프라 전략으로 또 다른 축을 형성했다. 회사는 4억달러 규모 프리IPO 투자를 유치하고, RebelRack과 RebelPOD를 공개했다. 이는 개별 칩이나 카드가 아니라 데이터센터에 바로 배치할 수 있는 AI 추론 인프라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은 이제 칩 자체만이 아니다. 서버와 랙, AI 모델을 올릴 수 있는 소프트웨어, 운영 관리 도구, 클라우드 환경과의 연동성이 함께 필요하다. 리벨리온은 이 지점에서 풀스택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국민성장펀드 직접투자 1호라는 상징성도 있지만, 결국 관건은 투자 유치와 기업가치를 실제 고객 확보와 반복 매출로 연결할 수 있느냐다.


딥엑스와 하이퍼엑셀의 발전도 두드러진다. CES 2026에서 맹활약한 딥엑스는 로봇, 스마트 팩토리, 영상보안, 스마트시티 등 피지컬 AI 시장을 겨냥한다.


회사는 기자간담회에서 '피지컬 AI 인프라 기업' 전략을 공개하고, 해외 구매주문 확보 성과를 밝혔다. 로봇과 카메라, 공장 장비는 전력, 발열, 크기, 가격 제약이 큰 만큼 저전력 NPU가 유리하다.


하이퍼엑셀은 대규모언어모델(LLM) 추론 전용 LPU로 차별화한다. 생성형 AI 서비스가 확산할수록 기업은 모델 개발 비용뿐 아니라 서비스 운영 비용에 부담을 느낀다. 이용자 질문이 늘어날수록 토큰 처리 비용과 전력비가 누적되기 때문이다. 하이퍼엑셀은 LPU와 vLLM·PyTorch 기반 풀스택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LLM 추론 비용을 낮추는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김녹원 딥엑스 대표(왼쪽 두번째)가 지난 1월 CES 2026에서 토론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녹원 딥엑스 대표(왼쪽 두번째)가 지난 1월 CES 2026에서 토론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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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증과 해외 시장, 신뢰 확보가 관건=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상반기 K-AI반도체 성장 포럼과 K-Perf 검증, 해외실증 사업을 통해 국산 AI 반도체의 시장 진입을 뒷받침했다. 과기정통부는 국산 AI 반도체가 올해부터 상용화에 들어가 수출 계약과 실증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국산 AI 반도체를 AI 3대 강국 도약과 독자 AI 완성을 위한 핵심 기반으로 평가했다.


K-Perf의 의미도 크다. 국산 NPU가 시장에서 쓰이려면 공급기업의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다. 수요기업이 원하는 조건에서 지연시간, 처리량, 동시 사용자 수, 전력 효율, 안정성을 검증해야 한다. K-Perf는 국산 AI 반도체가 고객 도입 문턱을 넘기 위한 신뢰 인프라로 작동할 수 있다.


세계 시장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세레브라스는 웨이퍼 스케일 AI 칩을 앞세워 상장하며 전용 AI 반도체에 대한 투자 열기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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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q와 엔비디아의 추론 기술 협력은 AI 반도체 경쟁의 다음 전장이 학습용 GPU만이 아니라 대규모 추론 인프라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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