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누액·지사제·알러지약은 언제?…편의점 매대엔 14년째 감기약·해열제[Why&Next]
14년째 제자리 '편의점 상비약' 품목 확대
정부, 하반기 품목 20개 조정 방침
편의점 상비약 매출 과반 '야간' 집중
해외보다 제한적인 판매 범위
정부가 올해 하반기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조정을 추진하면서 전국 5만3000여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상비약 품목이 확대될지 관심이 쏠린다. 2012년 편의점 상비약 판매가 허용된 이후 품목 확대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졌지만, 약사단체의 반발로 14년째 품목 조정은 이뤄지지 않으면서다. 이번에도 대한약사회를 중심으로 초반부터 반대 여론이 거센 가운데 정책 주도권을 가진 정부가 속도를 낼지 주목되는 이유다.
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편의점 상비약 품목 조정기구인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를 아직까지 구성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편의점 상비약 품목 확대를 위한) 별도의 연구용역은 없다"면서 "품목 확대를 위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올해 하반기 중점 추진 과제를 발표하며 현재 11개인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을 최대 20개까지 늘리고 24시간 운영 등 판매점 지정 기준도 완화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안전상비약 제도 도입 14년…품목 확대 '무산'
편의점 상비약 판매 제도는 공휴일이나 심야 시간대 약국 이용이 어려운 소비자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2012년 11월 도입됐다. 약사법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성분, 부작용, 함량, 제형, 인지도, 복용 편의성 등을 고려해 안전상비의약품을 20개 품목 이내에서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시 편의점 판매가 허용된 의약품은 해열진통제와 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 모두 13종이었지만, 해열진통제인 '타이레놀정 160㎎'과 '어린이용 타이레놀정 80㎎'이 단종되면서 실제 판매되는 품목은 11종이다.
편의점 상비약 확대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복지부는 2016년 6월부터 최상은 고려대학교 약학대학 교수팀에 상비약 제도 시행 평가를 위한 연구용역을 거친 뒤 전문가 등 10명이 참여하는 상비약 지정심의위를 구성해 품목 확대를 추진했다. 당시 연구팀은 해열진통제와 감기약 품목수를 확대하고, 화상연고와 인공누액, 지사제, 알러지약을 신규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정심의위는 이듬해부터 2년간 6차례 회의를 거쳐 설사 증상을 완화하는 지사제와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제산제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약사회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후에도 품목 확대 목소리가 잇따랐다. 소비자단체인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지난해 소비자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이 편의점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에 동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어리이 전용 의약품 등 신규 품목 요구가 높았다.
편의점 상비약 판매 야간 집중…미국 30만개 허용
이번 품목 조정은 단종된 품목을 현실에 맞게 정비하는 동시에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실제 편의점 판매 데이터를 보면 안전상비의약품은 심야와 공휴일 의료 공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에 따르면 올해 1~5월 안전상비의약품 매출 가운데 50.5%는 오후 9시부터 오전 5시 사이 발생했다. 요일별로는 약국 대부분이 문을 닫는 일요일(23.2%)과 토요일(21.3%) 비중이 높았다. GS25 역시 지난해 기준 안전상비의약품 매출의 57.2%가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 사이 발생하는 등 심야 시간대 판매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유통업계와 보건당국 안팎에서는 이번 심의에서 새롭게 포함될 유력 후보로 ▲지사제(설사약) ▲제산제(속쓰림약) ▲알레르기성 비염약 등을 꼽고 있다. 특히 야간 배달 음식 소비 증가와 식습관 변화로 급성 장염이나 위장 장애를 호소하는 사례가 늘면서 과거에도 논의됐던 지사제와 제산제가 우선 검토 대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편의점 업계는 품목 확대가 점포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편의점 가맹점주는 "심야 영업 비중이 높은 편의점 특성상 상비약 구색이 다양해지면 고객 만족도는 물론 점포 이용 효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약사회 "의약품 오남용 초래" 여전히 반대
반면 약사 사회는 품목 확대가 의약품 오남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편의점 상비약이 일반의약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며 "의약품은 편의성보다 안전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약사회는 편의점 판매 이후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중독 위험이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지난해 1월부터 법제화된 공공심야약국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더 적절한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국내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범위는 제한적인 편이다. 한국행정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약 30만개, 영국은 1500개, 일본은 930개의 일반의약품을 드러그스토어와 할인점 등 일반 소매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다만 국가별로 판매 가능한 성분과 포장 단위, 복약 안내 기준 등을 달리 적용하며 접근성과 안전성을 함께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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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관계자는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의 기능이 식품과 생필품을 넘어 생활서비스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안전상비의약품 제도도 소비 환경 변화에 맞춰 재검토할 시점"이라며 "다만 규제 완화 여부를 둘러싼 찬반 논쟁보다 위험도에 따라 품목을 세분화하고 관리 기준을 정교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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