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고금리 역마진 우려에 매수세 실종
"건물보다 달러"…2030 자산가도 외면

주식을 판 돈이 주택시장으로 빠르게 들어오는 사이 꼬마빌딩(중소형 상업용 건물) 시장은 정반대 상황을 맞고 있다. 한때 자산 증식 필수 코스로 꼽히던 꼬마빌딩이 이제는 사려는 사람이 사라지고 팔려는 매물만 쌓이는 처지가 됐다. 자본력을 갖춘 2030세대 신흥 자산가들마저 외면하면서 시장에서는 이 침체가 일시적 조정이 아니라 굳어진 국면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서울 신촌의 한 상가밀집지역에 빈점포들이 즐비하다. 조용준 기자

서울 신촌의 한 상가밀집지역에 빈점포들이 즐비하다. 조용준 기자

AD
원본보기 아이콘

서울 주요 지역 꼬마빌딩 매물은 좀처럼 팔리지 않고 있다. 정은상 NAI코리아 리서치센터장은 29일 "홍대입구역과 역삼동 먹자상권 일대 중소형 빌딩 매물이 확 늘어 있었다"며 "작년, 재작년부터 계속 늘던 매물이 최근 들어 더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복잡해진 부동산 정책이다. 다주택자 규제와 실거주 요건 강화 등 따져봐야 할 요소가 많아지면서 투자자들이 빌딩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 중개업체 관계자는 "아파트 투자 조건이 세밀해지면서 챙겨야 할 사항이 많아졌다"면서 "꼬마빌딩까지 고려할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최근 들어 높아진 이자도 빌딩 투자를 망설이게 한다.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 업체 대표는 "꼬마빌딩 수익률이 1.8% 정도밖에 안 나오는 물건도 있는데, 대출금리는 신용이 좋아도 4%대이고 조건이 좋지 않으면 4.8~5%대까지 간다"며 "대출을 끼고 사는 순간 매달 임대료보다 이자가 더 큰 역마진이 날 수 있다"고 했다. 임대료를 받는 안정적인 자산에서 현재는 시세 차익 기대감이 꺾이면서 매달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셈이다.

시중 자본은 상업용 부동산 대신 '똘똘한 한 채'로 향하고 있다. 강남, 서초, 송파를 비롯해 판교, 동탄, 수지 등 주거 환경이 검증된 상급지 주택을 우선순위에 둔다. 서울 고가 아파트 한 채 가격이 50억~70억원대에 이르면서 예전 같으면 꼬마빌딩으로 갔을 자금이 우량 주거 자산으로 흡수되고 있다.

아파트 불장 유탄 맞은 꼬마빌딩…주식으로 30억 벌어도 안 산다 원본보기 아이콘

주식과 코인 등으로 수십억원의 자산을 형성한 2030세대의 가세도 시장 판도를 바꿨다. 꼬마빌딩은 중대형 자산과 달리 전문 관리회사나 운영 체계가 없어 개인 건물주가 직접 임차인 관리와 시설 보수를 챙겨야 하는 운영형 자산에 가깝다. 특히 20~30년 된 건물은 배관, 누수, 화장실, 엘리베이터, 냉난방 설비를 계속 고쳐야 하고, 공실이 생기면 임차인도 새로 구해야 한다.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 기업 대표는 "2030세대가 주식이나 코인으로 20억~30억원을 벌어도 대출을 얹어 수익률 1.5% 수준의 빌딩을 사지 않는다"며 "힘들게 번 돈을 노후 건물에 묶어두는 대신 환금성 좋은 금융 자산에 투자하거나 주거 환경이 검증된 상급지 고가 아파트를 선택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상속 과정에서 매물이 더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꼬마빌딩 소유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1955~1959년생 고령층의 상속 및 증여 주기가 도래했다는 분석이다. 위치와 도로 조건에 따라 등급이 갈리는 소형 빌딩의 특성상 노후 건물은 리모델링이나 신축이 필수적이지만 60대 이상 소유주들은 직접 손대기를 꺼린다. 이를 물려받을 자녀 세대 역시 건물 운영을 거부한다. 유학파 출신이 많고 금융 투자에 익숙한 2030세대는 임차인에게 월세를 받고 건물을 관리할 경험도, 의향도 없다. 노후 건물을 직접 보유하기보다 신속하게 매각해 고환율 시기에 맞춰 달러 등 현금성 자산으로 빠르게 전환하기를 원하면서 시장에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매물이 쌓이는데도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는 수급 불균형 현상도 나타난다. 중상위급 꼬마빌딩 가격은 고점 대비 15~20%가량 조정됐으나 매수자들은 2019~2021년 이전 수준까지 가격이 내려와야 움직일 수 있다며 관망 중이다. 반면 5년 이상 장기 보유한 소유주들은 고금리 이전에 저렴하게 매입해 이미 임대 수입과 시세 차익으로 자산을 불렸기 때문에 공실이 생겨도 건물을 헐값에 던지지 않는다. 공사비 상승으로 낡은 건물을 허물고 새로 올리거나 리모델링해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점도 매수세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AD

생계 압박이 없는 자산가들이 과거 호황기 수준의 매도 희망 가격을 유지하면서 시장에는 사정이 급한 급매물만 거래될 뿐 대부분 물건은 묶여 있다. 정은상 센터장은 "젊은 세대는 꼬마빌딩보다 코인이나 달러에 더 관심이 많다"며 "요즘 시장 화두도 '이런 상황이 얼마나 오래갈 것이냐'인데, 이미 고착화 국면에 들어갔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