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원, 트럼프 이민 단속에 힘 실어…35만명 추방 위기
"TPS 종료 가능" 판단
국경 망명신청자 입국 차단도 인정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이민정책에 잇따라 힘을 실어주면서 35만6000여명의 이민자가 추방 위기에 몰렸다. 인도주의적 사유로 미국 체류와 취업을 허용받아온 아이티·시리아 출신 이민자들의 임시보호지위(TPS) 종료를 허용한 데 이어, 미·멕시코 국경에서 망명 신청자를 미국 땅에 들이지 않고 돌려보내는 정책도 인정했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보수 대 진보 6대3 의견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아이티와 시리아 출신 이민자들의 임시보호지위(TPS)를 종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TPS는 전쟁, 자연재해, 전염병 등으로 본국 귀환이 어려운 국가 출신 이민자에게 미국 내 체류와 합법 취업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제도다. 1990년 의회가 초당적으로 도입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 제도가 반복적으로 연장되면서 사실상 영구적 체류 허가처럼 운영돼 왔다며 축소를 추진해왔다.
이번 판결은 아이티 출신 약 35만명과 시리아 출신 약 6100명의 추방 가능성을 열었다. 이들은 그동안 TPS를 통해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거주하고 일해왔지만, 보호 지위가 종료되면 체류 신분은 물론 취업 허가와 운전면허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실제로 신속히 추방될지는 기존 추방 명령 보유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NYT는 상당수 TPS 보유자가 아직 추방 명령을 받지 않은 상태라 이민법원에서 추방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전했다.
대법원 다수의견을 쓴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TPS 지정과 종료에 관한 행정부 판단은 법원이 광범위하게 심사할 수 없다고 봤다. 그는 관련 법 조항이 행정부의 결정을 사법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그 문언이 "명확하고 매우 넓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TPS 종료 결정이 인종적 편견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수의견은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이 "명시적으로 인종적이지 않다"며, 정책적 견해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은 강하게 반대했다.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이티와 아이티 이민자를 향해 해온 모욕적 발언들을 거론하며, 해당 발언들이 인종적 함의를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행정부가 관련 부처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은 채 TPS 종료를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별도 판결에서도 '망명 신청자 송환 타당'
같은 날 대법원은 별도 판결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미·멕시코 국경에 도착한 망명 신청자들이 미국 땅에 발을 들이기 전에 국경 당국이 이들을 돌려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 연방법상 미국 영토 안에 들어온 망명 신청자는 본국에서 박해받을 위험이 있다는 점을 주장하며 보호를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국경 당국이 망명 신청자의 미국 영토 진입을 물리적으로 차단할 경우, 이들이 해당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WSJ는 이를 이른바 '미터링' 정책으로, NYT는 '턴백' 정책으로 설명했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대법원이 박해를 피해 온 사람들에게 "문을 닫아버리는" 결정을 승인했다고 비판했다. 이민자 권익단체들도 이번 판결이 미국의 난민 보호 전통을 후퇴시키는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두 판결을 통해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 재량을 폭넓게 인정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재집권했을 당시 17개국 출신 약 130만명이 TPS를 통해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가운데 13개국에 대한 TPS 종료를 추진해왔다. 이번 판결은 아이티와 시리아뿐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네팔, 남수단, 베네수엘라 등 다른 국가 출신 TPS 보유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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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대법원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둘러싼 주요 사건들을 잇달아 심리하고 있다. 현재 불법 이민자 자녀의 출생시민권 폐지 시도에 대한 판단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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