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부지, 안정적 전력망, 풍부한 용수 갖춘 새만금 최적지"
도의회·인수위·진보당·국힘까지 나서 한목소리 '분산 배치' 요구
여유 넘치는 지역 정치권의 "뒷북 파악" 도마 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전남 지역에 반도체 전(前) 공정 팹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북 정치권에 비상이 걸렸다. 새만금이 투자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여야를 가리지 않고 분산 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25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광주·전남과 충청 지역에 조성될 반도체 클러스터에 메모리 반도체 생산 공장(전공정)과 패키징 공장(후공정)을 함께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투자 규모는 수백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두 기업은 이달 말 청와대에서 열리는 민관 합동회의를 계기로 대규모 지방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전력·용수·고용 등 인프라를 고려해 패키징 등 후공정 시설 투자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반도체 생산의 핵심인 전공정 팹을 신설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전북 지역에서는 허탈감과 함께 정치권을 향한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도내 지역구 국회의원 모두가 여당인 민주당 소속임에도 호남 내 분산 배치조차 구현해내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전북을 배제한 투자 검토는 현 정부가 최우선으로 내세운 국가 균형발전의 가치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처사"라며 "진정한 균형발전이 되려면, 300조원 규모의 초대형 투자를 광주·전남에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전북을 포함한 분산 배치로 설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의회는 "새만금이 광활한 부지, 안정적인 전력망, 그리고 풍부한 용수라는 3대 요건을 완벽하게 갖춘 최적의 장소"라면서 정부에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계획을 즉각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직 인수위원회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이번 반도체 투자 계획이 전북을 제외한 광주·전남 중심으로 추진될 경우, 호남권 내 편중과 소외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호남권 반도체 투자를 전북을 포함해 분산 배치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새만금은 글로벌 기업들이 필수 요구하는 세계적 규모의 풍부한 재생에너지(RE100) 기반, 충분한 용수 확보 가능성, 광활한 부지, 트라이포트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투자 계획에 전북을 포함한 '분산 배치'를 강력히 호소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판은 여권보다 야권 정치권에서부터 터져 나왔다.
진보당 전북도당은 이날 긴급 논평을 내고 "정부와 대기업이 호남권에 대규모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검토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막대한 전력과 용수 등 최적의 입지를 갖춘 새만금이 배제된 채 특정 지역에만 투자가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날 정청래·김민석 등 민주당 인사의 전북 방문을 당권 경쟁으로 간주하며 "전북의 생존과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시기에 민주당 당권 주자들은 표만을 노려 당권 경쟁과 조직 선거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지역균형발전과 반도체 클러스터 배제 위기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정치 논리가 아닌 기업의 자율적 경영 판단과 지역의 투자 환경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전북도당은 "국가 전략산업의 투자 결정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기업의 자율적 경영 판단과 산업 경쟁력의 기반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광주·전남 통합 특별시 추진 논의 등은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자칫 '선심성 발표'로 비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당은 "기업은 정치가 정한 곳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곳에 투자한다"면서 "기업이 먼저 찾는 전북, 전북을 기업이 스스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지역으로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분산 배치를 요구했다.
전북애향운동본부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반도체 클러스터는 전북의 새만금과 광주전남 두 지역 분산 배치를 정책 과제로 검토하기를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단체는 "'몰빵 투자'는 정부의 균형발전 방침에도 어긋나고 유사시에 대비한 분산 배치라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한다"며 "최적 입지를 갖춘 곳을 배제하고 다른 한 곳에 집중하는 것은 균형발전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지만, 전북 정치권이 실제 유치 경쟁에서는 한발 밀리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지적도 지역 정가 안팎에서 나온다. 이번 광주·전남 투자유치는 두 지역이 지난 선거 전 통합을 선언하고 정치권이 '원팀'으로 발 빠르게 움직여 얻어낸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호르무즈 열렸는데 악재 또 터졌다…유조선 600척 ...
반면 전북은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다. 이원택 당선인은 후보자 시절 새만금에 200조원에 달하는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당선인은 지난 24일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과 이성윤·정동영·김의겸·박지원·이춘석·한병도·박희승·안호영 국회의원이 참석한 예산정책협의회에서야 비로소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호남 투자 관련 논의를 본격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그제서야 '뒷북 파악'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