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파업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24일 노조는 조합원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합법적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배분이라는 익숙한 요구 조건이 올해도 어김없이 현대차 울산공장을 달궜다.


같은 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토교통기술대전 현대차 부스에선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자회사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새로운 일상의 시작'이라는 문구와 함께 전시돼 있었다. 공장을 멈추겠다며 노동자들이 붉은 머리띠를 두를 채비를 갖추는 사이, 다른 한쪽에선 로봇이 서서히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기자수첩]현대차 노조는 10년 뒤에도 파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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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현대차 노조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이 단순히 '성과급 N%'의 싸움에 머물러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8년부터 아틀라스 생산 공정에 단계적으로 투입하겠다는 로드맵을 예고한 바 있다. 노조는 "로봇 배치는 절대 불가"라고 맞받아쳤지만, 여전히 이번 쟁의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성과급을 받느냐에 머물러 있다.

노조는 이제 냉정해져야 한다. 로봇 투입이 시작되고 10년이 흐른 2036년에도 지금처럼 생산 라인을 멈추며 파업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불가능하다. 과거의 파업이 협상력을 키우는 무기였다면, 미래의 파업은 사측에 '로봇 전환의 정당성'을 쥐여주는 부메랑이 될 뿐이다. 노동자가 라인을 멈출 때마다 사측은 로봇 도입 속도를 높일 것이고, 공정 대부분을 로봇이 담당하는 순간 노조의 협상력은 모래성처럼 허물어진다.


이제 노조의 시선은 '당장 내년의 월급봉투'가 아닌 '미래 세대의 일자리'로 향해야 한다. 수십만원의 기본급 인상보다 훨씬 중대한 문제는,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흐름 속에서 우리의 후배와 자녀들이 일할 공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이다. 노조는 단순히 로봇 도입을 반대하는 수세적 방어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측을 향해 '당장 눈앞의 임금 인상보다 미래 세대의 고용 안정과 인간-로봇의 상생을 위한 대타협의 장을 열자'고 먼저 제안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보여주어야 한다. 당장의 실리보다 미래의 생존 기반을 다지는 논의를 이끌 때, 노조의 목소리는 국민적 공감대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얻을 수 있다.


사측 역시 당장의 파업을 피하기 위해 임시방편식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해서는 안 된다. 글로벌 경쟁 속에서 자동화는 생존을 위한 필연적 선택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밀려나는 노동자와 청년 세대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 혁신은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경영진은 당장의 이익률 계산기를 두드리기보다, 인간과 로봇이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노조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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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가 제조 현장을 바꾸는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빠를 것이다. 어쩌면 이번 현대차 임단협은 단순한 임금 협상이 아니라 로봇 시대를 맞이한 대한민국 제조업의 첫 번째 사회적 계약이 될지도 모른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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