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DR 긴급명령은 '현상 유지'
본안 결과·데커스 행보가 최대 변수
대기업들 리스크에 발길 돌려
조이웍스, 판권 잃으면 생존 흔들려

국내 러닝 열풍의 최대 수혜 브랜드로 꼽히는 호카(HOKA)의 한국 판권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전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다. 최근 국내 총판사인 조이웍스가 미국 국제분쟁해결센터(ICDR)의 긴급명령을 근거로 사업권을 유지하게 됐다고 발표하며 여론전에 나섰지만, 패션업계의 시각은 싸늘하다. 이번 결정은 어디까지나 본안 판정 전까지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임시 조치일 뿐이며, 최종 결론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호카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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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된 건 없다"…ICDR 긴급명령의 한계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조이웍스는 미국중재협회(AAA) 산하 ICDR로부터 한국 내 사업권을 유지하라는 취지의 2차 긴급명령을 받았다.

이번 분쟁은 올해 초 데커스 아웃도어(이하 데커스)가 조이웍스 전 대표의 폭행 사건을 이유로 한국 총판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조이웍스는 사건의 사실관계가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일방적인 계약 해지는 부당하다며 ICDR에 국제중재를 신청했다. 조이웍스는 지난 4월 ICDR로부터 데커스가 새로운 한국 유통사를 선임하는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1차 긴급명령을 받아냈다. 데커스가 이에 불복해 재심을 요청했지만, 지난 24일 나온 2차 긴급명령에서도 같은 판단이 유지됐다.


조이웍스는 이를 근거로 한국 총판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패션업계는 이번 결정을 최종 승소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그간 수많은 해외 브랜드 판권 이슈를 봐왔지만, 이번 호카 건처럼 지저분하고 시끄러운 경우는 전례를 찾기 힘들다"며 "조이웍스가 유리한 결과만 부각하고 있지만, 이번 긴급명령은 본안 중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현 상태를 유지하는 임시 조치로 국내의 가처분 결정과 유사한 성격"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이번 긴급명령은 계약 해지의 적법성이나 총판 계약의 존속 여부를 최종 판단한 것이 아니다. 본안 중재는 이제 시작 단계이며, 국제중재는 통상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는 만큼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데커스가 계약 해지 의지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신사 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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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경쟁했지만…"리스크가 더 크다"

호카는 국내 러닝 시장 성장과 함께 가장 빠르게 몸집을 키운 브랜드 가운데 하나다. 이 때문에 무신사를 비롯해 신세계인터내셔날, 이랜드월드, LF 등 주요 패션기업들이 한때 판권 확보 가능성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무신사는 성장성이 높은 신규 브랜드 확보 차원에서 데커스 측과 적극적으로 접촉한 것으로 전해진다. 데커스에 직접 호카 단독 유통(총판) 의향서를 제출하는 등 열을 올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데커스의 메가 히트 브랜드인 '어그(UGG)'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험이 있고, 이랜드월드는 뉴발란스 유통 경험, LF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운영 경험을 갖추고 있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조이웍스 전 대표의 폭행 사건이 알려지고 법적 분쟁까지 장기화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ESG 경영과 브랜드 이미지에 민감한 대기업들 입장에서는 판권 확보에 따른 기대효과보다 분쟁과 평판 리스크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현재는 어느 기업도 이 복잡한 분쟁을 떠안으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뛰어들려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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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대기업 재참전 여지 남아…데커스 직접 진출 가능성도

업계는 현재 조이웍스와 데커스의 관계가 이미 상당 부분 틀어진 만큼 관계 회복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특히나 본안 중재가 길어지는 사이 계약 기간이 먼저 끝나버릴 수 있다. 조이웍스와 데커스의 정확한 계약 만료 시점은 기밀사항이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브랜드 총판 계약은 통상 1년 단위로 갱신되며, 데커스가 지난해 여름 계약 갱신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본안 중재 판정이 내려지기도 전에 기존 계약 기간이 만료된다면, 데커스가 갱신 거절을 통해 합법적으로 계약을 종료할 수 있어 ICDR의 긴급명령도 자연스럽게 힘을 잃게 된다.


본안 중재 결과에 따라 양측이 결별할 경우에는 국내 판권 경쟁이 다시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대부분의 기업이 분쟁이 정리될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데커스가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방안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호카가 이미 국내에서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한 만큼 별도의 국내 파트너 없이 한국 법인을 설립해 사업을 전개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본안 결과가 나오고 법적 리스크가 정리되면 대기업들이 다시 판권 확보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조이웍스 CI

조이웍스 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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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카 넘어 다른 브랜드까지…'도미노 리스크' 우려

이번 분쟁이 조이웍스에 중요한 이유는 호카가 회사 핵심 사업이기 때문이다. 조이웍스 매출에서 호카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만큼, 회사 입장에서는 판권 방어가 생존과 직결된 사안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호카의 국내 매출 규모는 1000억~12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또한 조이웍스는 현재 호카 외에도 서코니, 새티스파이, 노다 등 브랜드를 국내에서 전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만약 데커스와의 계약이 최종적으로 종료되거나 법적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다른 해외 브랜드와의 파트너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들은 국내 파트너를 선정할 때 안정성과 평판을 중요한 평가 요소로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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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조이웍스가 임시 명령으로 시간을 벌 순 있겠지만, 글로벌 계약 관계에서 본사의 파트너십 해지 의지가 확고하다면 결국 장기적으로 전개권을 방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소송 리스크가 완전히 세탁되는 시점이 오면,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업들의 진짜 판권 경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를 것"이라고 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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